한국인과 한국 사회의 실증적 인식을 강조하는 <한국인 코드>
▣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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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연재하듯 주기적으로 책을 토해놓는 ‘다산성 글쟁이’ 강준만 교수의 책이 또 나왔다. 이번 책의 주제는 커피나 한국문학처럼 튀지는 않는다. <한국인 코드>(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는 강 교수가 많은 글들에서 지적했던 한 지점, 한국인의 민족성·국민성을 건드린다.
그런데 한국인의 민족성 연구라고? 굳이 나치의 인종학을 떠올리지 않아도, 이런 연구는 무수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강 교수가 인용한 권숙인씨의 글처럼 “역사적이고 정치경제적으로 설명되어야 할 부분을 탈역사화된 문화로 환원시켜버리는 오류를 가져오기도 한다.” 강 교수는 이런 필연적인 비판을 의식한 듯, 머리말과 맺는말에 연구의 동기를 밝히고 오해를 털어버리려 애쓴다. 이 설명이 어쩌면 본문의 내용보다 훨씬 의미 있는 논쟁의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강 교수는 일단 한국인과 한국적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서양 사회과학 이론의 잣대만 들이대는 연구자들을 비판한다. 현실과 따로 노는 연구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역사적·특수적 성격을 갖는 한국인의 속성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강 교수는 맺는말에서 한국인 연구의 의미를 더욱 확장한다. 좌파들이 리영희씨의 실증적 연구를 무시하고 진보 투사로 박제화한 것처럼, 한국의 ‘진보’는 이념과 공리공론에 갇혀 있다. 그에 따르면 노무현 정권이 민심을 늘 잘못 읽는 이유도 현실은 내팽개치고 공리공론을 맹신하기 때문이다. 이 처절한 거대담론의 과잉은 한마디로 집약된다. ‘명분’으로 마스터베이션하기. <한국인 코드>는 강 교수의 이런 상황 인식의 결과물이다.
책은 ‘너나 잘하세요-자기방어 기제로서의 냉소주의’ ‘빨리빨리-역동성과 조급성이라는 두 얼굴’ ‘배 아픈 건 못 참는다-한국형 평등주의의 괴력’ ‘최고·최대·최초-자존감을 위한 투쟁’ 등 10개의 코드를 제시하고 그 바탕에 깔린 역사적 맥락과 사회적 현상을 짚어간다. 강 교수답게 수많은 관련 기사들이 나열된다. 코드별로 명확히 분리될 수 없는 분석이다 보니 자주 반복되고 강조된다. 예컨대 ‘6·25’라는 코드는 아직도 전쟁 시절을 살듯이 죽느냐 사느냐의 처절한 삶을 사는 한국인과 연결된다. 그것은 생존을 위한 처절한 투쟁을 멈출 수 없었던 역사의 산물이다. 이런 속성은 파벌과 깡다구 문화로 이어지고 정치를 비롯한 공적 영역에는 소극적이지만, 자식의 대학 입학 같은 사적 영역에서는 무서울 정도로 적극적인 태도를 낳는다. ‘아버지’라는 코드는 생존을 위한 지도자 추종주의다. 국가주의가 가족주의적 성격을 갖게 되고 생존을 위해 강력한 지도자를 열망하는 역사가 배경이다. 박정희 신드롬이 일어나고 정치판의 무슨무슨 ‘사모’들이 난립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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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교수의 한국인 연구는 책 한 권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 그는 다음 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왠지 독자들의 반응이 너무나 궁금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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