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이 만난 세상]
▣ 겸/ 탈학교생 queer_kid@hanmail.net
‘길었던’ 4일간의 찰영이 오늘로 끝났다. 2년 전 시네마떼끄부산을 들락거리며 영화를 하겠다고 다짐한 이후 처음 ‘레디 액션’을 외치기까지 그다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아직까지 왜 영화를 해야 할까라는 고민 또한 비슷한 지점에서 풀리지 않은 채 머무르고 있다. 요즘은 디지털의 등장으로 워낙 많은 10대들이 찍은 영화들이 쏟아지고 있긴 하지만, 나 같은 아이가 영화 같은 걸 만들어도 되는지, 곧잘 욕지기가 치밀었던 쓰레기 필름의 생산에 합류하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이번에 찍은 영화는 나 자신에 관한 영화여서 영화에 대한 평이 곧 나에 대한 평으로 이어질 것 같은 두려움에 몇달간이나 찍을까 말까 하는 고민만 하루에도 수십번씩 하고 아무런 진척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찍기로 결심했지만 마감일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 도래하고 구체적인 시나리오도 나오지 않은 채 개괄적인 스토리보드를 가지고 찰영에 들어갔다. 찰영 기간 내내 아침 일찍 일어나 당일 쓸 시나리오를 쓰고 현장을 둘러보고 마음 가는 이미지를 잡아 계획도 없이 마구잡이로 찍어댔다. 그래도 약간 믿었던 구석은 있었다. 김기덕 감독이나 홍상수 감독이 당일 현장에서 신을 구성한다는 얘기를 듣고 나 또한 그런 즉흥성을 믿고 있었던 것이다. 모든 건 내 머릿속에 이미 그려져 있다, 글로 설명할 필요는 없다, 이젠 그것을 찍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그 믿음은 너무도 얕았다. 고작 초보적인 다큐멘터리 수업 하나를 들어본 나로서 불을 켜고 끄는 방법도 모르는 조명을 다루는 일이나 처음 만져보는 종류의 카메라로 영화를 찍는다는 건 나나 함께 일한 스태프들에게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결국 변덕스러운 연출자로 인해 스태프들의 고생만 더했다.
종종 영화를 찍을 때의 난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흥분, 즐거움, 충분함 따위를 경험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왔다. 그러나 찰영에 들어가니 현장은 무언가를 느낄 만한 여유조차 없는 전장과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단 한번의 쇼를 진행하는 기분으로 그동안 준비해온 것들을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기 위해 극도의 긴장 속에 카메라를 들고 퍼포먼스를 한다. 사람은 거짓말을 하지만, 카메라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내가 믿는 것은 오직 그뿐이었다. 화려한 기교도 멋들어진 연출도 없는 나의 첫 영화가 사람들에게 진실성 있게 다가설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다. 그래서 아무런 제재 없이 찍은 첫 영화라 거칠 것 없이 찍어댄 것 같다. 찰영은 끝났지만 아직 음향과 편집 작업이 남아 갈 길이 멀었다는 생각만 든다.
3일간의 찰영과 오늘 보충찰영을 마치고 장비를 반납하러 차에 탔다. 그리곤 외로웠던 나의 10대를 함께 지나온, 어둠 속에 갇혀 있던 나를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해준 영화와 감독들을 떠올려본다. 차이밍량, 구스, 데릭저먼, 페드로, 존, 사디. 고독했던 그들의 영화로 난 삶과 세상을 배웠다. 그리고 이젠 내가 나를, 숨쉴 수 없는 세상을 보여줄 차례다. 문득 이제껏 자신에게 던져왔던 의문을 다시 한번 되새긴다. 과연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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