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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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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주면 뇌물 아닌 선물?

'130억 주식 대박' 진경준 전 검사장 뇌물죄 무죄판결,

은밀한 유착관계에 면죄부
등록 2016-12-27 18:51 수정 2020-05-03 04:28
2016년 7월14일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뇌물로 받았다는 의혹 등을 받는 진경준 전 검사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고 있다. 한겨레 김정효 기자

2016년 7월14일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뇌물로 받았다는 의혹 등을 받는 진경준 전 검사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고 있다. 한겨레 김정효 기자

친한 친구가 주면 뇌물이 아니고 선물?

검찰 고위 간부인 진경준 검사장은 2016년 3월 156억여원으로 재산을 신고했다. 하지만 그 재산 중 130억여원이 대학 동기인 김정주 게임업체 넥슨 회장에게서 공짜로 받은 주식의 시세차익으로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68년 검찰 역사상 현직 검사장 신분으로 처음 구속 기소됐고 2016년 8월 해임됐다.

지난 12월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의 혐의로 기소된 진경준 전 검사장 1심 판결에서 뇌물죄에 대해 무죄로 판결했다. 공짜 주식을 비롯해 여러 특혜 이득액 상당의 추징금 130억여원에 대한 추징도 인정되지 않았다. 2010년 8월 한진그룹 계열사를 압박해 처남 회사에 100억원대 일감을 몰아준 혐의와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금융거래를 한 혐의만 유죄를 인정해 징역 4년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진경준과 김정주의 관계를 ‘지음’(知音)이란 고사성어를 인용해 두 사람이 주고받은 금품을 뇌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지음은 서로 말하지 않아도 속마음을 알아주는 친구라는 뜻이다. 진 전 검사장이 받은 이익과 직무 사이에 관련성 또는 대가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김정주 대표는 “진경준이 검사이기 때문에 주식과 여행경비 등을 준 점을 부인할 수 없고 나중에 형사사건에 대해 진경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돈을 줬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가성을 염두에 두고 ‘공짜 주식’을 제공했다고 시인한 셈이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유죄로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더라도 추상적이고 막연한 김 대표의 진술만으로는 대가성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사의 직위가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인정할 정도로 특정한 직무로 보기 어렵고, 10여 년간 진 전 검사장이 받은 재산상 이익이 직무 관련해 제공된 것임을 인정할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뇌물죄 성립의 핵심 구성 요건인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을 지나치게 축소 해석해 주식 대박을 터트린 진 전 검사장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다.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이날 법원 판결이 내려진 뒤 발표한 성명에서 “과거에는 상품권만 받아도 처벌했는데 이번 판결대로라면 재벌들이 검사 친구에게 대놓고 뇌물을 주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며 “이번 판결은 사법부가 법률을 부인하는 판결”이라고 비난했다.

이번 판결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존재 이유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 사건이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 벌어졌으면 진 전 검사장은 처벌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지난 9월28일 시행된 김영란법에서는 직무관련성 등과 관계없이 공직자가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제공받으면 형사처벌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심사위원 20자평


여연심   아무리 ‘법리’라지만 국민 눈높이와 너~무 동떨어진 판결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돈 많은 친구를 둬야겠다는 씁쓸한 다짐을 하게 하는 판결이라니
전진한   검사들 돈 많은 친구 많이 만나, 스폰 당기라는 판결
홍성수   앞으로 뇌물사건에선 우정의 농도가 관건?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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