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요금 24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로 운전기사가 17년 동안 일한 직장에서 해고됐다.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운전기사 이아무개씨는 회사를 상대로 해고무효확인 청구소송을 냈고, 1심과 2심 판결은 각각 “해고 부당”과 “해고 정당”으로 엇갈렸다. 지난 6월29일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해고가 정당하다”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흥미로운 점은, 1심 재판부와 2심 재판부가 똑같은 ‘사회통념’을 근거로 정반대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올해의 판결’ 심사위원들은 “2400원을 횡령했다 해서 해고하는 것은 사회통념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법관들만의 사회통념이 따로 있음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판결”이라는 비판이었다. 사건을 돌아보자. 2014년 1월3일 운전기사 이아무개씨는 전북 전주 우석대에서 서울남부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운행하면서 승객 4명한테서 받은 4만6400원의 승차요금 중 2400원을 회사에 납부하지 않았다. 이씨는 성인 승객 4명한테서 각각 1만1600원의 승차요금을 받았으나 학생요금 1만1천원씩 받은 것으로 운행일보에 기재하고, 그 차액 2400원(600원×4명)을 횡령했다는 것이 해고의 이유였다.
1심을 맡은 전주지방법원 재판부(재판장 김상곤)는 이씨가 2400원을 입금하지 않은 것은 이씨 회사의 단체협약이 ‘해고 사유’로 정한 운송수입금 횡령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씨가 입사 17년 동안 승차요금 문제를 일으킨 적이 한 번도 없었고, 2400원이란 횡령 금액이 미미하며, 이씨가 다른 사유로도 징계를 받은 적이 없었다는 점을 들어 해고 처분은 지나친 양형이라며 무효를 선고했다. 또, 비슷한 시기에 3회에 걸쳐 800원을 횡령한 다른 운전기사가 정직 처분을 받은 데 비해, 1회 횡령으로 해고 처분을 내리는 것은 징계의 형평성에도 반한다고 지적했다. 운전기사가 안전운행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계식 현금관리기를 버스에 설치하는 등 회사 쪽 조처가 미흡했다는 점도 고려했다. 1심 재판부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원고의 책임 사유를 묻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광주고등법원의 2심 재판부(재판장 함상훈)는 같은 사실관계를 두고 180도 다른 판결을 내렸다. 우선, 버스회사의 절대적 수입원인 승차요금의 횡령은 아무리 소액일지라도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사유”라고 보았다. 버스요금의 특성상 횡령액이 소액일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사정도 덧붙였다. 또한 운전기사의 횡령에 대해서는 해고만 규정돼 있다는 사내 징계 절차의 불가피성을 들었다. 노사합의에 따른 징계 양정이 마련된 이상 이를 존중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판단이었다. 징계의 형평성에도 반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직 처분을 받은 다른 운전기사가 잘못을 인정하고 선처를 호소한 데 반해, 원고 이씨는 1인시위를 하는 등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를 통해 “원고와 피고 사이의 신뢰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2심 재판부의 이 원심을 확정했고, 이씨의 해고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됐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심사위원 20자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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