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만들어진 영화 는 파업에 이르기까지 고통받고 고뇌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영화는 몽키와 스패너를 들고 달려가는 노동자의 비장한 모습으로 끝난다. 를 지금 리메이크한다면, 영화의 제목은 ‘파업 이후’가 되어야 할지 모른다. 그만큼 파업 이후 겪는 고통이 심하다. 파업 참가자 해고는 기본이다. 2000년대 이후 손해배상·가압류는 사 쪽이 휘두르는 또 다른 탄압의 무기가 되었다. 오죽하면 손해배상·가압류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을 돕는 캠페인이 벌어졌겠는가.
파업 그 뒤 몰아친 해고, 정직, 손배소
2012년 1월, MBC 노동조합 파업이 시작됐다. 이들의 주장은 하나였다. 편파방송을 중단하고 공정방송을 하자는 것이었다. 파업은 1월30일부터 7월17일까지 170일 동안 지속됐다. 노조는 김재철 당시 MBC 사장의 출근 저지 투쟁도 벌였다. 파업 중 김 사장의 법인카드 사적 전용 의혹 등이 불거지며 경영진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았다. 하지만 사 쪽은 2012년 2월부터 6월까지 6차례 인사위원회를 열어 정영하 당시 노조위원장 등 6명을 해고하고, 38명을 정직 처분했다. 이에 정 전 위원장 등은 “징계 처분이 부당하다”며 사 쪽을 상대로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징계만이 아니었다. 사 쪽은 파업 중이던 2012년 3월5일, 업무방해를 이유로 노조와 집행부를 상대로 3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같은 해 6월에는 광고 손실 등을 이유로 청구금액을 195억원으로 올렸다. 파업에 대한 보복 성격이 짙었다.
2014년 1월, 법원이 해고와 손배소라는 양날의 검을 마구 휘두른 사 쪽에 제동을 걸었다. 초점은 공정방송 요구가 파업 사유에 해당하는지였다.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15부(재판장 유승룡)는 1월23일 “공정방송 확보 요구는 방송사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해당해 파업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인 사 쪽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어 판결문은 “김재철 전 사장과 경영진이 정당한 이유 없이 정권을 비판하는 방송 제작을 거부하는 등 다양성과 중립성의 의무를 지키지 않았으며 인사권을 남용했다”고 판시했다. 앞서 1월17일 나온 해고 및 정직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도 사 쪽이 노조원에게 내린 징계가 모두 무효라고 판결했다.
다양성·중립성 의무 버린 사 쪽이 문제
이렇게 법원은 언론과 방송의 특수성을 인정해 쟁의행위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했다. 거액의 손배소 소송을 통해 파업의 자유를 옥죄던 관행에도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다. 지난 11월27일 대법원은 YTN 해직기자 6명 중 3명(노종면·조승호·현덕수)에 대한 해고가 정당하다는 2심 판결을 인정했다. YTN 노조는 2009년 이명박 대통령 후보 언론특보 출신의 구본홍씨가 사장에 임명되자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며 공정방송 제작을 요구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해고가 정당하다는 2심 결정을 인정했다. MBC 노조에 대한 판결과 다른 결과였다. 이렇게 끈질기게 노조를 괴롭혀온 해고와 손배소의 악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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