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과 개인 간의 대결이 아니다. 카지노는 개인과 카지노가 벌이는 도박이다. 강원랜드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아니다. ‘폐광지역 살리기’를 목적으로 범죄(국내법은 도박을 범죄로 규정)를 예외적으로 허용한 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다. 강원랜드에서 거액을 잃은 한 남자가 카지노의 책임을 물으며 소송을 냈다. 1심 판결(2006년)부터 대법원 최종심(2014년 8월21일)까지 8년이 흘렀다. 강원랜드 메인 카지노 개장(2003년·스몰 카지노는 2000년 오픈) 3년 뒤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이 있었다. 5년 뒤 서울지방법원이 2심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의 마지막 판단은 11년 뒤에 나왔다. 강원랜드의 임무와 역할을 강조했던 판결문은 8년이 흐르는 동안 개인에게 전적인 책임을 돌리는 결론으로 바뀌었다. 사회적 책무 아래 특권적 지위를 누려온 강원랜드를 법이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과 논리의 변천을 읽을 수 있다. 우리 사회는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최소 2억원 있어야 게임 가능
강원랜드엔 ‘VVIP’룸이 있다. VVIP 고객과 그의 동행자만 입실(6명까지만 가능)할 수 있다. 룸 안엔 메인 바카라 테이블이 1대 있다. 고객은 2억원 이상을 가져야 게임을 할 수 있다. 1회당 베팅 금액은 최소 50만원부터 최대 1천만원(일반 영업장은 10만~30만원)까지다.
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인 강원랜드(강원도 정선군 사북읍) 내부가 게임을 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한겨레
강원랜드엔 ‘병정’(베팅 규정을 피하려는 사람에게 돈을 받고 대리베팅 해주는 사람을 뜻하는 은어)이 있다. 중소기업 대표 장아무개씨는 도박 중독자였다. 가끔 병정 5명을 고용했다. 자신을 포함한 6명이 1회 6천만원을 걸었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VVIP룸에서 333차례 베팅했다. 모두 231억원을 잃었다.
아들이 있었다. 강원랜드에 아버지의 출입을 금지해달라고 서면 요청했다. 아들은 이튿날 전화를 걸어 철회했다. 강원랜드는 아버지의 출입을 허용했다. 앞서 강원랜드 직원은 아들이 자진 철회하면 금지가 풀린다고 아버지에게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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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씨는 거액을 탕진한 뒤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병정을 고용한 초과베팅을 강원랜드가 알면서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출입제한 규정(서면 요청을 받아 재심의 거쳐 해제)을 어겨 고객 보호 의무를 저버렸다고도 했다.
강원랜드는 반박했다. 병정 고용 사실을 몰랐다고 했고, 아들의 요청으로 출입을 허용했다고 맞섰다. ‘도박으로 쾌락을 얻으려는 고객의 손해를 카지노가 책임질 의무는 없다’는 논리도 제시했다.
1심과 2심 법원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대법원은 뒤집었다. “(개인은 행위의) 결과를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지 않고 스스로 감수해야 한다는 자기책임의 원칙”을 강조했다. 법의 추는 강원랜드 주장 쪽으로 기울었다.
카지노, 또 하나의 플레이어카지노엔 시계가 없다. 실내는 주야로 발광(發光)하고, 도박장은 연중무휴다. 숙식도 원스톱으로 제공된다. ‘꽁지꾼’(사채업자)이 공공연히 드나들며 고리대로 돈을 댄다. 붙박여 도박하도록 만드는 구조다. 카지노는 고객의 돈을 딸 목적으로 운영되는 ‘도박의 플레이어’다. 베팅 금액과 횟수가 늘어날수록 승률도 높아지도록 카지노는 설계돼 있다. 대법관 13명 중 각각 6명(출입제한 규정 위반 여부)과 2명(초과베팅 묵인 여부)이 강원랜드의 ‘책임 없음’에 손을 들어준 다수 판단에 반대했다. “카지노 사업자가 이용자의 초과베팅을 허용하는 것은 사업자가 스스로 베팅 한도액을 초과해 게임에 참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렇게 취한 이익을 카지노 사업자에게 전적으로 보유하도록 용인하는 것은 도박에 관한 우리 법제의 기본 태도나 사회 통념상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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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는 폐광 뒤 일자리를 잃은 광부와 주민들의 생계를 돕기 위해 옛 광부 사택과 그들 자녀의 초등학교 터에 지어졌다. 전직 광부 중 단 한 명도 강원랜드 정규직이 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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