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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에나 새로운 기술에 대한 호들갑이 넘쳐나지 않은 적이 있었나? 그 장밋빛은 바랠 줄 모르고 거의 매일 새롭게 발그레한 얼굴을 드러낸다. 올해 가장 호들갑스러웠던 (그 열기는 점점 말단 층위로 내려오며 더해질 것이라 생각되는) 기술이라면 3D 프린터일 것이다. 행정가부터 문화기획자, 일상창작자들까지 만나는 이들마다 3D 프린터를 얘기하는 것을 보고 흥미롭기도 했는데 그만큼 이 기술은 각 상황의 다종한 맥락과 결합될 수 있는 통속적 기질 충만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리라. 3D 프린팅 자체는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지금의 3D 프린팅 기술의 상용적 시작이라 할 포맷이 1980년대 초반 개발된 이후 주로 기업의 시제품 제작 차원으로 사용되던 기술이 이제 개인의 책상 위로 옮겨졌다는 것이 그 근원이다. 개인 차원에서는 아직 소소한 사물 제작에 머물러 있지만 3D 프린팅이 매개하는 현대의 풍경은 확실히 재미있다. 그것은 대중적 측면에서만 본다면 개인의 DIY 제작 문화에 복무하는 듯 보이지만 그 연결을 따라가다보면 국가적 제조업의 부흥 전략이라든가 군사산업과도 맞닥뜨리게 된다. 특히 의학·건축·식품·패션 등 3D 프린터와 별 관계 없는 듯 느껴지는 분야에까지 광범위하게 실험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이 기계의 무엇이 이토록 여러 맥락들을 매개하고 있나 더욱 호기심이 일 것이다.
영화 의 한 장면이 기억날지 모르겠다. 미래의 패스트푸드 체인점 파파송에서 서빙되는 음식들 말이다. 색색깔의 음식들이 프린팅돼 서빙되는 것을 보면서 꽤나 먼 미래의 픽션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미친 과학자 랩’이란 곳은 캔디를 만들어내는 3D 프린터를 이미 선보였고, 모던메도(Modern Meadow·새로운 목초지라니!)에서는 조직배양 기술을 이용해 인공육과 인공가죽을 출력하는 3D 프린터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끔찍하다고? 무슨 말씀. 이들은 이 기술들이 얼마나 큰 사회적 공헌을 해낼 수 있는가에 대해 얘기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기술을 육류 소비로 인한 대량 사육의 환경적 폐해, 동물 학대와 같은 윤리적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 솔루션’으로 자평하고 있다는 사실. 그들에게 유일하게 중요한 것은 감각의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인간을 닮은 로봇을 보며 느끼는 거부감)의 극복일지 모르겠다. 어쨌든 이런 바이오 프린팅 기술 외에도 현재 이 3D 프린터라는 기계는 제조업 측면에서 폭넓은 관심을 받고 있다. 소상공인을 복원해야 한다고 외치는 쪽에서도, 신경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외치는 쪽에서도 환영하니 여기저기 장밋빛은 더욱 발그레하다. 어쨌든 휴대전화 크기 정도로 출력하는 것만도 몇 시간이 걸리고 출력한 뒤엔 또 플라스틱 쪼가리들을 갈아내느라 씨름해야 하는 이 ‘쾌속조형 기술‘은 이렇게 서서히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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