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2004년 발표된 최저주거기준, 구조·성능·환경 기준 추상적인데도 불구 전체 21.1%, 지하 43.3%가 충족 못해</font>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최저임금제도가 있듯이 최저주거기준도 있다. 그것도 법으로 명시돼 있다.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한의 주거생활기준’을 뜻하는 최저주거기준은 2003년 7월 주택법이 개정되면서 법제화됐다. 주거기본법 제정운동을 벌여오던 시민사회단체들의 요구가 ‘최저주거기준’으로 반영된 결과다. 이렇게 개정된 주택법 5조 2항에 따라 2004년 건설교통부는 최저주거기준을 발표했다.
새집증후군만 논란, 지하 공기질은?
이 기준은 먼저 가구원 수에 따라 ‘최소 면적과 방의 개수’를 규정하고 있는데, 예컨대 4인 가족(부부+자녀2)의 경우엔 최소 11.2평(37㎡)에 3개의 방과 1개의 식사실 겸 부엌이 있는 집이 필요하다(표 참고). 둘째로 상수도 시설이 완비된 전용 입식 부엌, 수세식 화장실, 목욕시설 등의 확보를 요구하는 ‘필수 설비’ 기준이 있다. 마지막 기준은 환기, 소음, 악취 등을 포함하는 ‘구조·성능·환경’ 기준이 있다. 이렇게 세 가지 기준을 모두 만족해야 최저주거기준을 넘어선 것으로 본다.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바탕하면, 2005년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는 21.1%에 이르고, 최저주거기준이 주택법에 명시되기 전인 2000년 임의로 마련된 기준에 의해 측정했을 때 기준 미달 가구는 23.3%였다. 지하 거주 가구의 미달 비율은 더욱 높다. 한국도시연구소의 2005년 실태조사를 보면, 지하 주거 가구 중 기준 미달 가구는 전체 가구 평균치의 두 배 이상인 43.3%에 이르렀다. 기준별로 보면, 방수 기준 미달 가구 32.2%, 면적 기준 미달 가구 13.1% 순서였다. 그나마 최저주거기준에 추상적으로 명시된 구조·성능·환경 기준은 제외한 수치다.
홍인옥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위원은 “구조·성능·환경 기준은 ‘양호한’ 같은 추상적 기준으로 제시돼 있어서 미달 통계를 내기가 어렵다”며 “습도, 소음 등을 포함하는 구체적 기준을 정해서 적용하면 지하 주거의 기준 미달 비율은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파트 새집증후군은 사회적 논란이 되면서 지하방의 공기질은 논의조차 되지 않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최저주거기준은 있지만 이에 못 미치는 주택을 해소할 강제 규정은 없다. 영국은 최저주거기준에 못 미치는 주택에 대해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해 환경 개선을 유도한다. 만약 일정 기간 안에 시정 조처가 이뤄지지 않으면 퇴거나 철거 명령을 내릴 수 있다. 그리고 최저주거수준에 미달하는 가구에 대해 공공임대주택 우선 입주를 보장하고, 소득이 기준생활비 이하인 가구에는 임대료도 면제한다. 일본은 최저주거기준을 법에 명시하지 않았지만, 공공임대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주택건설계획을 통해 최저주거수준 미달 가구 비율을 5% 이하로 줄였다. 임대료도 소득에 따라서 6단계로 차등 책정해 주거 빈곤층의 부담을 덜어준다.
영국은 기준 미달시 공공임대 우선권 줘
한국의 주택법도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에 대해 우선적 주택공급 등을 명시하고 있지만, 정부가 별도의 정책을 세워서 해소책을 마련하지는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거의 부익부 빈익빈은 심화된다. 홍인옥 연구위원은 “노후·쇠락 주택이 사라지면 이곳의 지하에 살던 주거 빈곤층의 상층은 그나마 개선된 집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지만, 빈곤층의 하층은 적은 임대료로 옮길 곳이 더욱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하층의 하층은 더 이상 ‘내려갈’ 지하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공공임대주택은 여전히 잡기 힘든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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