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휠체어 밀고 도쿄~교토 대중교통 왕복하며 감동받다
▣ 도쿄= 글 황자혜 전문위원 jahyeh@hanmail.net
▣ 사진 강재훈 한겨레 선임 기자 khan@hani.co.kr
[인권OTL-30개의 시선 ⑪]
휠체어 이용자인 어머니와 함께 일본 도쿄와 교토를 대중교통으로 왕복해본 소감을 말하라면? ‘안전 최우선’은 기본에 조금 과장해 말하면 ‘황홀 경지’였다.
도쿄도 내 다마사카이역 출발. 역무원실 바로 옆 개찰구는 대부분 다른 개찰구에 비해 폭이 넓은 휠체어 전용구. 휠체어로 들어가면 역무원에게 ‘딱 걸린다’. “어느 역까지 가십니까?” 불심검문도 아니고 내가 왜 그걸 고해야 하나 싶지만, 다 이유가 있다. 바로 “목적지 역까지 안전하게 모시겠다”의 다른 표현. 몇 시 몇 분에 몇 번째 차량에 올라타느냐를 목적지 역인 도쿄역에 연락 → 해당 역에 역무원이 대기 → 지하철 문이 열림과 동시에 안내를 받는 것으로 첫 번째 감동은 시작된다. 승강장과 전동차 사이의 틈을 메우는 ‘슬로프판’이라는 3단 교량대를 역무원이 일일이 깔고 접고 하면서 무전기로 이용자가 안전히 승하차했음을 전철 운전자에게 보고해야만 문이 닫힌다.
신칸센도 같은 방식으로 안내를 받아 승차했는데, 다른 점은 승무원이 다시 꼼꼼한 조사(?)를 나온다는 것. 신칸센 어느 역에서 내리는지, 갈아타기는 어디서 어디까지인지를 파악한 뒤 정차 역마다 출입구에 놓인 휠체어를 관리한다. 돌아오는 교토역에서는 역이 하도 넓은데다 초행길이었던지라 까딱하면 제시간에 기차를 못 탈 뻔했는데, 무전기를 들고 함께 안내해주는 역무원들 덕택에 살았다. “휠체어 이용자가 지나가시니 길을 비켜달라”고 다른 승객들의 양해를 구하면서 역 광장에서 개찰구, 승강장을 거쳐 마지막으로 신칸센 승무원에게 평화롭게 릴레이식으로 손님을 인계하는데, 어머니가 영화 의 여주인공이 되는 감동의 순간이었다.
택시도 놀랍다. 일본 택시의 대다수를 점하는 도요타산 자동차는 트렁크에 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택시 정류장에 선 순간 운전석에서 달려나와 어머니의 머리가 택시에 부딪히지 앉도록 안내한 뒤 휠체어를 접어 트렁크에 싣고 안전을 확인한 뒤 출발하고, 도착해서도 마치 개인비서처럼 움직여주는 운전기사분. “미터기 요금만 내기에는 미안해 몸둘 바를 모르겠다”던 어머니의 감상이 잊히지 않는다. 물론 일본의 모든 택시가 이와 같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의 공항에 도착하면 일본인으로 보고 대뜸 택시비를 흥정하려드는 기사를 만나거나, 늦은 귀갓길 서울 시내에서 택시비를 더 주고라도 택시에 올라탈 수 있는 것에 감사해야만 했던 경험에 비춰보면 상상하기 힘든 문화다.
전철 역무원이나 택시·버스 운전자의 어딘가 귀찮은 표정, 그리하여 이용자 역시 어딘가 미안한 표정을 짓는 일이 요구되지도 당연하지도 않은 도쿄~교토 간 휠체어 여행. 일본이 한국보다 대중교통 비용이 월등히 비싸니 가능한 것 아니겠냐고 일축하기에는 너무나 큰 문화 차이를 느낀 체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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