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구 기자의 주말농장]
▣ 글 · 사진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어른들은 “도랑에 함부로 오줌을 싸면 ‘고추’가 붉어진다”고 경고했다. 물론 근거 없는 얘기다. 병균이 오줌 줄기를 타고 몸에 침투하지는 못한다. 거름이 귀하던 시절, 오줌조차 함부로 버리지 말라는 뜻에서 지어낸 말일 것이다. 거름이 얼마나 귀했는지, 한국전쟁 직후만 해도 길가의 개똥을 주워 모았다고 한다. 새마을운동이 벌어지던 1970년대에 농촌 초등학생들은 여름방학 숙제로 퇴비를 만들 건초를 학교에 가져가야 했을 정도다.
비료의 3요소는 질소(N), 인산(PO), 가리(KO)다. 식물이 생장하는 데는 이외에도 많은 원소가 필요한데, 다른 것은 식물이 자연 상태에서 쉽게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세 가지는 사람이 별도로 보충을 해줘야 한다. 그 중에서도 질소가 가장 문제다. 인산은 인산염을 포함한 암석을 처리해서 얻을 수 있고, 칼륨도 재를 뿌리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질소의 보충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공기 중에는 질소가 78%나 포함돼 있지만 식물이 이를 직접 이용할 수 없다.
독일의 화학자 프리츠 하버가 1913년 공기 중의 질소를 식물이 이용할 수 있는 암모니아로 만드는 방법을 완성하기 전까지만 해도 인류는 맬더스의 경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질소는 퇴비나 인분을 경작지에 뿌려 보충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20년대 초 도시의 인분을 수거해 이를 거대한 특수가마에 넣고 끓여 비료를 만들어 쓰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일본자본이 흥남에 하버의 공중질소고정법을 적용한 대규모 비료공장을 지으면서 일제 때 우리나라의 비료 문제는 해결됐다. 이후 분단과 함께 남한은 다시 심한 비료 부족에 처하게 됐고, 그것이 1960년대 보릿고개로 이어지는 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화학비료의 발달은 인류를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했다. 그러나 지금은 땅의 힘을 떨어뜨리고 수질을 오염시키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이에 따른 반작용으로 친환경적인 유기농업이 다시 퍼지고 있다. 유기농업의 고민거리도 여전히 질소다. 질소질 비료인 ‘요소’는 질소 함량이 46%인데, 퇴비는 0.5%에 불과하다. 그래서 퇴비만으로는 식물에 필요한 질소를 충분히 공급하기가 어렵다. 물론 주말농장의 작물들은 퇴비만 넉넉히 주면 생육에 큰 지장이 없다. 문제는 가을 김장용 채소, 그 중에서도 배추다. 배추는 퇴비만으로는 제대로 결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잎도 뻣뻣하다. 주말농장에서도 가을농사엔 화학비료를 쓰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나는 고집스레 화학비료를 쓰지 않으려고 해왔다. 올해도 가을농사를 시작하면서 20kg짜리 퇴비만 한 포대 더 뿌렸다. 화학비료 없이도 배추를 잘 기를 방법이 없을까? 여러 곳에 수소문한 끝에, 한 가지 대안을 찾았다. 한국유기농업협회 부설 한국유기농자재센터가 개발한 ‘금수강산’이란 비료다. 쌀겨와 피마자 깻묵을 분해시켜 만든 생리활성 비료인데, 질소가 5.5%, 인산, 가리는 2%씩 들어 있다. 며칠 전 서울 가락동의 사무실로 직접 찾아가 20kg 한 포대에 6천원을 주고 사다 밭에 뿌렸다. 올 배추농사는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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