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민의 음식이야기 | 회]
한·중·일에서 발전한 회의 모양… 한국에서 가장 많이 회를 준다는 ‘삼다도회집’
공자님의 사모님은 식사 때만 되면 꽤나 스트레스를 받으셨을 것 같다.인간사회의 윤리·도덕·규범 등에 대해 완벽하리만큼 철저하게 내용과 형식, 그리고 실천을 주장한 공자님은 식사에 관해서도 꽤 ‘잔소리꾼’이었던 듯 형식에 딱 짜인 음식밖에 입에 대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향당’편에 아래와 같이 전해져오니, 공자님의 상차림에 대한 ‘사모님의 고충’이 미루어 짐작된다.
“밥은 정미된 흰 쌀밥을 싫어하지 않으시고, 회(膾)는 가늘게 썰은 것을 싫어하지 않으셨다. 밥이 쉬어서 냄새가 나거나 맛이 변한 것과, 또한 생선이 상해 냄새가 나고 뭉그러진 것은 먹지 않으셨다. 알맞게 익지 않은 것도 먹지 않으시며, 때가 아니면 먹지 않으셨다. 바르게 잘라지지 않았으면 먹지 않으셨고, 간이 맞지 않는 것도 먹지 않으셨다. 고기가 많아도 주식보다 많이 먹지 않으셨다. 술은 양을 제한하지 않았으나 취해서 난잡하게 되는 일이 없으셨다. 시중에서 산 술이나 육포는 먹지 않으셨다. …나라의 제사를 도와주고 제물로 받아온 고기는 밤을 넘기지 않으셨다. 자기 집 제사에 썼던 고기는 사흘을 넘기지 않으셨고, 사흘이 넘은 것은 먹지 않으셨다….”
공자님이 ‘싫어하지 않으셨다’는 회는 고기육(肉=月)변이 들어간 膾이니, 오늘날 우리가 즐기는 생선회가 아니라 쇠고기회 곧 육회다. ‘내칙’에도 “고기의 날것을 잘게 썰은 것을 회라고 한다”라고 했으니, 회는 육회이며 그 조리법은 고기를 가늘게 채 써는 것이다. 이처럼 중국에는 옛날부터 회라는 음식이 있었고, 이를 즐겨 먹었음이 확실한데, 지금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동물이나 생선의 날것을 먹는 일이 거의 없다. 중국의 역사소설가 진순신은, 11세기 송나라 시대 대시인 매요신의 시 ‘회를 차려놓고 좌객을 대접한다’에 ‘회’라는 말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최소한 이때까지는 회라는 음식이 중국에 건재하였으나 그 즈음에 창궐했던 대역병으로 말미암아 곧 사라진 것으로 추정한다.
회는 중국과의 교류가 빈번해진 삼국시대 초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삼국시대 중기부터 고려 말까지 불교가 흥성한 시기에는 살생을 꺼렸으므로 전반적인 육식의 퇴조와 함께 사라졌다가 고려 말 육식을 되찾았을 때부터 다시 먹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시대에는 숭유사조에 따라 공자가 회를 좋아하였으므로 아무 저항감 없이 육류와 어패류 회를 먹었다.
에 “임진왜란 때 중국 군사 10만명이 오랫동안 우리나라에 주둔하였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회를 잘 먹는 것을 보고 중국 군사들이 더럽다고 모두 침을 뱉었다. 그것을 보고 우리나라 한 선비가 말하기를 ‘에 보면, 회는 가늘게 썰은 것을 싫어하지 않으셨다고 하면서, 그 주에도 짐승과 물고기의 날것을 썰어 회를 만들었다. 일찍이 공자께서도 좋아한 것인데 어찌 그대들의 말이 그렇게 지나친가’라고 논박하였다”는 기록이 보인다.
이처럼 회는 중국에서 시작되었으되 중국에서는 사라져버렸고, 우리나라에 와서는 육회·생선회 외에 강회·두릅회·송이회 등 그 조리 대상이 다양하게 확장되었다. 그리고 일본은 그들의 입맛에 맞게 육회는 받아들이지 않고 ‘사시미’라는 이름으로 생선회를 크게 꽃피워 이제는 세계적 음식으로 발전시켰으니, 동양 삼국에서 회의 발전형태가 흥미롭다.
우리나라에서 생선회를 제일 많이 주는 집이라는 어느 친구의 소개로 강원도 강릉 경포대 옆 사천항 삼다도회집(033-644-0234)을 찾았다. 제주도 출신으로 사천항 앞바다에서 해녀 일을 하는 이 집의 여주인 정순화씨가 직접 채취한 성게·해삼 등을 식당에 공급하고, 아들 최병관(30)씨가 주방 일을 하고, 올케 최필수씨가 서빙하는 가족경영 때문에 회를 많이 주는 것이 가능한 것 같다. 삼다도회집은 생선회도 좋지만 밑반찬에 따라 나오는 성게알 미역국이 몇번이고 앙코르를 하게 만든다.
김학민 | 학민사 대표·음식칼럼니스트 hakmin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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