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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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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시집보내는 엄마의 마음이란

등록 2007-03-22 00:00 수정 2020-05-02 04:24

▣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아이는 자란다. 영원히 그 귀여운 모습으로 곁에 머물 것만 같지만 언젠가 부모의 품을 떠나 자신의 길을 가게 마련이다. 인류가 반복해온 이 성스런(?) 의식은 그러나 언제나 눈시울을 시큰하게 만드는 드라마를 담고 있다. 뮤지컬에도 이런 감동이 있다. 에 등장하는 노래 (Slipping through my fingers)이 대표적이다. 결혼식을 앞두고 딸아이의 머리를 빗겨주며 어머니가 부르는 이 노래는, 무언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 사라지는 것처럼 자연스럽지만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부모 품을 떠나는 아이들을 노래한다. ‘등굣길 책가방을 들고 환한 미소로 손을 흔들 때, 곧 그녀를 떠나보내야 할 시간이 올 것이라 느꼈어’라는 가사는 딸 가진 부모라면 누구나 이해할 만한 공감대를 만들어준다. 등 뮤지컬 에는 혼성 그룹 ‘아바’의 내로라하는 빅 히트곡이 즐비하게 등장하지만, 사실 이 노래만큼은 ‘무명’에 가까웠다. 뮤지컬을 구상하던 중 극작가가 운명처럼 찾아냈다는 후문도 있다. 배경을 알게 되면 ‘숨겨졌던 보석’ 같아 더 감동스럽게 기억되는 명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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