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오계옥 기자
‘킬’이다. 어린 기자들은 이 말에 익숙하다. ‘얘기’되지 않는 기삿거리를 물어오면 선배 기자에게서 듣는 말이다. 근거 없는 매체에 난 기사를 잘못 받아적으면 당연히 혼난다. 게다가 쓸데없이 소송까지 휘말리는 이야기를 물어오면 더 혼난다.
지난 5월30일 국제 뉴스 한 건이 주요 일간지에 일제히 실렸다. 중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여배우 장쯔이가 정치인을 성접대했다는 내용이었다. 정말 중요한 뉴스였나 보다. 는 2면 전체 공간의 약 4분의 1을 털어 이 내용을 소개했다. 여배우의 얼굴 사진도 큼지막하게 박았다. 도 지지 않았다. 2면을 거의 털다시피 했다. 제목도 그럴싸했다. “장쯔이와 하룻밤에 18억원?” 는 그래도 친구들보다는 점잖았다. 20면에 두 번째로 큰 기사로 실었다. 그런데 뭐가 좀 이상하다. 기사의 한 대목이다. “(성접대를 보도한) 은 신뢰도가 낮은 매체다. ‘장쯔이 성접대’설이 사실 확인 과정을 거친 보도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자극적인 화제인 탓에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거, 완전히 킬이다. 는 그래도 썼다. 그나마 낫다. 이라는 매체에 대한 설명이라도 붙였다. 는 ‘카더라’로 그냥 밀어붙였다. 정말, ‘용감한 형제들’이다. 장쯔이씨, 한국 변호사 소개해드릴까요?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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