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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에는 없는 게 많다

부글부글
등록 2012-04-10 16:28 수정 2020-05-03 04:26
<한겨레> 이정아

<한겨레> 이정아

어쩌면, 우리는 볼 수 있을까.
이외수 소설가가 말했다.
“투표율 70% 기원 삭발 시뮬레이션. 으악, 나 어뜨카믄 좋아.”
명진 스님이 말했다.
“총선 투표율이 70% 넘으면 머리를 기를까?”
김제동의 매니저가 말했다.
“투표율이 70%가 넘으면 김제동씨를 책임지고 장가보내겠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말했다.
“투표율 70% 넘으면 책임지고 납치를 해서라도 노회찬 당선자를 저 복장(엘비스 프레슬리 복장) 그대로 광화문에 데리고 나오겠습니다.” 노회찬 후보가 말했다. “(투표율) 70% 넘으면 진중권 교수에게도 같은 복장 입히겠슴다!”
장발의 명진 스님, 삭발의 이외수 작가, 장가가는 김제동, 엘비스 프레슬리 옷을 입고 서울 광화문 광장에 서는 진중권 교수와 노회찬 후보, 볼 수 있을까. 가장 최근에 70%를 넘긴 선거는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70.8%)고, 국회의원 총선거를 기준으로 하자면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 선거(71.9%)다.

투표율 내기가 한창일 즈음, 그분들이 나섰다. ‘테러 조장하는 후보자 즉각 사퇴’ ‘어르신들에게 막말한 나꼼수는 지옥으로’ ‘성폭행 조장하는 공지영 사윗감’ 등의 손팻말과 펼침막을 흔들었다. 한 인터넷 매체가 촬영한 동영상에서는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이 난무했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은 왜 그러셨을까. 새누리당은 땅을 쳤다. 민간인 사찰은 스쳐지나가듯 다루던 언론들이 연일 톱으로 김용민의 과거에 맹공을 퍼붓고 있었다. 김제동·김미화의 입은 김용민의 입에 비하면 그들에게는 하찮은 것이었나 보다. 드디어 진보 매체들도 김용민의 사퇴를 말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부산으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을 응원하려고 떠나는 희망버스를 패륜버스라고 가로막고,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한테 사퇴하라며 출근길을 가로막고,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을 결국 자기공명영상(MRI) 기계 앞에 서게 만든 그분들이 나섰다. 김제동의 소속사 사무실부터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당사에 이어, 이제는 김용민 후보 사무실까지 자신들의 무대로 만들었다. 그분들의 입은 자유로웠다. 듣고 싶지 않은 말이 너무 많은 세상.

그래도 이 7명의 말만은 꼭 들어야겠다. 딱 19분 동안이었다. 자신들의 근황만을 갖고 웃고 까불었다. 그 동영상 아래 순식간에 달린 수백 개의 “기다리겠다” “보고 싶다” 등 댓글들.

문화방송은 좋겠다. 이 있어서. 7년 동안 을 만들어온 PD 김태호가 있어서. 7명이 카메라 앞에서 (노조의 방송임에도) 기다렸다는 듯 에 대한 애정을 보여줘서. 무엇보다. “나 너무 즐거워. 내 무대를 찾은 것 같아”라며 카메라 앞에서 좋아 어쩔 줄 몰라 하는 유재석이 있어서. 그를 따르는 6명의 예능감이 아직 펄떡거릴 만큼 살아 있어서.

은 도 없고, 김태호도 없고, 유재석도 없고, 유재석과 함께하는 6명도 없다.

그래도, 문화방송이 부럽지는 않다. 은 없는 게 많다. 하지만 없어서 좋은 것도 많다.

흠, 우리는 김재철이 없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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