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젠장, MB가 밀본이었다니!

부글부글
등록 2011-12-14 14:31 수정 2020-05-03 04:26
<뿌리깊은 나무>. SBS 제공

<뿌리깊은 나무>. SBS 제공

“MB가 밀본이었다니. 이런 젠장! 우라질! 지랄!” 한때 소년이었던 이는 요즘 드라마 를 즐겨 봅니다. 제가 자주 쓰는 ‘젠장’이라는 쌍욕을 세종도 즐겨 쓰다니 쌍욕에 자신감이 생기네요. 참고로 젠장, 우라질, 지랄은 모두 표준어입니다. 어쨌든 MB는 지난 4년간 자신이 밀본임을 이니셜로 대놓고 떠들고 있었는데 아무도 그를 못 알아보았다니, 이런 젠장! 우라질! 지랄! 21세기 서울 한복판에 ‘명박산성’이라는 조선시대 축성술을 선보인 것도 스스로 밀본임을 과시한 것이었는데 그걸 못 알아채다니, 이런 젠장! 우라질! 지랄!

그런데, 과연 밀본 MB는 본원일까요? 평소 치졸한 행태를 보면 본원이 아닌 듯도 합니다만. 그릇이 작죠. 아시겠지만 눈도 작습니다. 뭐, 드라마에서 백정 가리온도 본원처럼 보이지 않습니다만.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사진기자단

프라이팬만 한 본원의 얼굴이 텔레비전 화면을 가득 채워도 드라마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데, 밀본 MB의 정치는 몰입은커녕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지경이라니. 드라마 속 프라이팬, 아니 본원은 세종에게 말합니다. “너의 글자는 역병과도 같은 무서운 글자다. 막아내겠다.” 세종은 말하지요. “역병처럼 퍼져나갈 것이다.” 밀본 MB의 부하들은 이런 생각을 합니다. “SNS는 역병과도 같다.” 그래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트위터·페이스북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심의를 시작했다지요. 염병.

밀본 MB의 배후에는 진짜 본원이 있는 걸까요. 대통령이 허수아비였다는 얘기인가요. 아, 심장을 조여오는 서스펜스. 여기서 갑자기 깨달은 진리. “ISD가 이상득이었다니. 이런 젠장! 우라질! 지랄!” 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대표적 독소조항이 밀본 MB의 형이었다니. FTA를 반대하는 이들의 ‘ISD OUT’ 요구가 바로 그거였군요. 그러니까 왜 출마하지 말고 진작에 나갈 것이지, 저축은행에서 7억원이나 받은 자신의 보좌관이 체포되는 꼴을 보나요. ISD는 안전할까요?

한때 소년이었던 시절, 집집마다 달린 형광등은 깜빡거리는 게 일이었습니다. 스위치를 켜도 한참을 깜빡이다 불이 들어왔죠. “너 형광등이냐?”라는 말은, 그래서 뭔가 느리고 덜떨어진 친구를 놀리는 말이었습니다. 이 시대 진정한 역병인 종편은 시청률 0%대를 헤매고 있다지요. 역병 창궐 우려는 아직까지 없다지만, <tv>은 박정희의 딸 박근혜씨 인터뷰에서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라는 자막을 넣었답니다. 형광등 100개가 동시에 깜빡이면 나이트클럽 효과는 나겠습니다만, 뭘 어쩌자는 건지. 차라리 “형광등×100” 이런 자막이 더 알아먹기 쉽지 않나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에 연루된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수행비서가 이랬다지요. “선관위 누리집을 때리삐까예?” 이야! 서울말로 하라고 했잖아. 이거 확 막 궁둥이를 주 차삘까! “본원, 선관위 누리집을 공격할까요?” 그러니까 본원이 누구냐고요? 이런, 젠장×100, 우라질×100, 지랄×100. 거기, 내가 눈 작고 삽질 좀 잘한다 싶으면 손 들자. 그래, 거기, 너.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tv>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