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급의 정치인은 적이 있는 것을 두려워하고, 2급 정치인은 적과 잘 맞서 싸우며, 1급의 정치인은 적을 만들어낸다는 말 어디선가 들었어요. 독서가 짧으니 책은 아닌 것 같고, 술자리 ‘사람 책’이라고 해두겠습니다. 아무튼 머리 나쁜 저는 이렇게 해석합니다. 찬사를 받으면 좋다. 혹시 찬사를 못 받을 경우엔 욕이라도 먹어라. 욕도 안 먹고 찬사도 못 받는 정치인은 되지 말라. 욕도, 찬양도 받지 못하는 정치인은 그저 잊혀진 정치인에 불과하다.
실은 저 아포리즘을 기억하는 개인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머리 나쁜 저는 기자가 된 뒤 칭찬보다 욕을 많이 먹었습니다. 그때마다 생각했습니다. ‘욕이라도 먹는 기자가 선플도, 악플도 없는 기자보다 낫다!’ 이것이 노이즈마케팅 아니더냐.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싫어하는 어느 선배 있었습니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좋아하는 분도 있지만(음… 설마 있겠지요?) 싫어하는 지구인도 많았죠. 당시 도 부시 전 대통령 비판 기사를 꽤 썼습죠.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디스 맨”(This man)이라고 말한 것부터, 대북정책까지 두루두루 씹을 게 많더군요. 오지랖 넓게도 기자들보다 백배 잘사는 미국 시민들 복지예산까지 걱정했으니, 이건 뭐.
부시 전 대통령 관련 기사를 썼던 그 선배의 희망은 욕먹기였습니다. “항의 메일 좀 받아봤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늘 담배를 꼬나물곤 했지요. “I’ll kick your ass, you mother fucking pinko!”(네 엉덩이를 걷어차버리겠다, 빨갱이놈!)라고 전자우편에 한 줄 적어, 보낸 사람 이름에 ‘George Bush’라고 적어보내 드릴까, 고민한 적도 있습니다. 21세기의 로마제국은 쉬 사과하지 않아요. 한 해 미군 범죄가 수십~수백 건 일어나도 주한미군이 공식 사과하는 건 최근 벌어진 여고생 성폭행 사건 정도지요. 한국인과 직접 얼굴을 맞대는 미군이 그 정도인데, 미 본토의 정치인이 한국의 진보 언론에 일일이 대응할 리 만무할 겁니다. 실제로 미 대사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대사관이 어떤 사안에 견해를 밝힌 보도자료는 4건에 불과합니다.
사설이 too long~ sorry ball~. 11월18일치 국제면을 읽으며 뜬금없이 조지 부시가 떠오른 이유가 있습니다. ‘미군, (오스트레일리아) 다윈 주둔 발표- 오스트레일리아 대중국 봉쇄 기지화… 중 “십자포화 휩싸일 것” 경고’ 기사입니다. 오스트레일리아에 2차 대전 이후 최초로 상설 미군기지가 들어선다는 요지입니다. 미-중 패권전략의 청사진, 따위는 당연히 모릅니다. 다만 궁금한 게 있습니다. 앞으로 미국이 오스트레일리아와 맺을 주둔군지위협정(SOFA)입니다. 저 사실 미국 좋아합니다. 베트남전 징집을 거부한 무하마드 알리에게 무죄를 선고한 미 대법원 판결도 존경하고, 워터게이트 특종하고도 백발이 성성한 지금까지 취재하고 글 쓰는 봅 에드워드도 존경스럽습니다. 그런데 한-미 SOFA 보면 ‘인간의 얼굴을 한 미국’은 백인의 나라에서만 나타나는 것 아닌가 싶어 짜증납니다. 저 한 달 뒤 시드니 탐사보도하러 가고 싶어요. 시드니 밤거리 젊은 여성들도 한국처럼 미군 모습만 보면 옷깃을 추려야 할까요? 오스트레일리아 미군도 교통사고 내고 무사무탈하게 그냥 부대 복귀할까요? 오스트레일리아 미군도 주한미군처럼 사돈에 팔촌까지 ‘치외법권’ 혜택을 누릴까요? 오스트레일리아 법무부 대변인이 이 글 읽고 입장 좀 please~ you fucking white trash swines!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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