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는 행복한 사람“내일부터는 행복한 사람이 되어야지/ 말을 먹이고, 장작을 패고, 세계를 주유해야지/ 내일부터는, 양식과 채소에 관심을 가져야지/ 내 집 한 채는 바다를 향해 있어 봄엔 꽃이 핀다네/ (중략)/ 나는 그저 꽃피는 봄날 바다를 향해 서 있기를 바라네”-하이쯔의 시 ‘꽃피...2020-03-23 18:49
코끼리는 그곳에 가만히 있다네“안녕하세요. 정부에서 알려드립니다. 당신은 심각한 빈곤인구라는 측정 결과가 나왔습니다. 국가의 올해 중요 정책인 전면적인 빈곤 탈출 목표 달성을 위해, 당신은 내일 아침 8시 정각까지 현지 공안국에 자수해서 사형 처분을 받으십시오. 협조에 감사드립니다.”돈에 목마른 ...2020-01-15 11:10
2020년에는 ‘소사소난’할 수 있을까2019년 6월5일 새벽 4시께, 한 남자가 자살했다. 향년 42살. 그는 중국 블록체인 데이터분석 플랫폼 BTE(比特易)의 창업자 후이이다.모래성처럼 무너진 기업 신화후이이는 중국 블록체인 업계의 선두 주자이자 촉망받는 젊은 기업인이었다. BTE는 미국 경제지 가 선...2020-01-03 12:45
인생과 러간의 공통점중국 우한에 가면 반드시 러간(热干面)을 먹어야 한다. 수분기 없는 마른 면에 참깨소스를 부어서 비벼 먹는 이 면은, 이름 그대로 뜨거울 때 먹어야 제맛이다. 우한의 아침은 낡은 전선줄처럼 이리저리 어지럽게 얽힌 작고 비좁은 골목길과 도로변에서 뿜어져 나오는 러간의 열...2019-12-20 11:43
레스토랑인가 서점인가나는 ‘걷는 사람’이다. 어느 유명 배우의 에세이 제목을 도용한 듯해 미안하지만, 그보다 나이가 더 많은 나는, 그가 걷기 전부터 훨씬 더 오랫동안 걸었다. 그러니 나도 ‘걷는 사람’이라고 말할 자격이 충분하다. 어릴 때 학교에 가려면 걸어서 십리길을 가야 하는 시골에...2019-12-02 11:16
서로의 온기와 다정은 공짜잖아요누구나 저마다 ‘소쩍새 우는 사연’ 한 가지씩은 품고 살아간다. 사는 게 징글징글한 것은 어린 아들을 홀로 키우며 술집을 운영하는, 드라마 에 나오는, 미혼모 ‘동백’이뿐만이 아니다. 혹시 엄마가 자기 보러 오지 않을까 해서 일부러 복통과 발작을 일으키고 온 아파트에 ...2019-11-22 11:01
수박 먹는 이여, 남의 인생에 씨 뱉지 마라그 남자는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리고 있었다. 활짝 퍼졌던 햇살이 점점 서늘한 바람을 머금고 서쪽 하늘 저편으로 사라지던 늦은 오후. 나는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라는 구르몽의 시를 노래처럼 흥얼거리며, 마침 보기 좋게 가을색이 입혀진 집 근처 공원을 ...2019-11-07 11:17
얼어죽어라, 미쳐버린 중국-홍콩 관계여‘가을 호랑이’가 사나운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대는 밤이었다. 그놈을 먼저 때려잡지 않으면 내가 잡아먹힐 것만 같은 숨 막히는 밤. 구월이 다 가고 시월이 오는데도 날은 한여름 중복처럼 푹푹 쪘다. 중국에서는 입추가 훨씬 지났는데도 호랑이처럼 무섭고 센 늦더위가 찾아오...2019-10-25 10:02
‘상한 두부’ 같고 한줌 ‘닭털’ 같은 인생“원두 좀 제대로 골라! 아무렇게나 하면 내가 다시 골라야 하잖아! 창고에 있는 책들은 치우든지 버리든지 하라고 몇 번을 말했어! 지난달 적자가 얼마나 큰 줄 알아?”앙칼진 여자 목소리가 가게 사방 벽으로 쩌렁하게 울려퍼졌다. 장 선생은 무표정한 얼굴로 원두 고르는 손...2019-10-11 11:16
‘서충’은 될지언정 기생충은 되지 말자아침 7시께, 집 앞 버스 정류장에는 베이징 내 거의 모든 국제학교 등·하교 차량이 줄줄이 정차한다. 날마다 아파트 베란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중학생 딸이 뜬금없이 묻는다. “엄마, 우리 집은 무슨 계급이야?”“우리 집은 무슨 계급...2019-09-19 12:50
중년, 연애하거나 외국어 배우거나“다른 사내들은 아내를 바꾼다. 차를 바꾸기도 한다. 어떤 사내들은 아예 성(性)을 바꾼다. 중년에 맞는 위기의 포인트는 뭔가 놀랍도록 다른 일을 함으로써 젊은 시절과의 연속성을 보여주는 데 있다.” -토니 주트, 에서 누군가는 남편을 바꾸고내가 좋아하는 유럽역사학자 ...2019-08-29 11:24
가난하니까 모험을 한다나는 지금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중이다. 돈키호테처럼 한동안 거의 반미치광이 상태로 걷기에 몰두하며 세상을 떠돌고 싶었다. 기사 소설에 빠져 미치광이가 된 돈키호테는 “그동안 읽은 것을 모두 실천하며 세상 곳곳을 떠돌리라 마음먹으며… 어느 무더운 7월, 아직 ...2019-08-08 11:16
죽고 사는 문제 아니면 노 프러블럼“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아버지가 식사하다가 목에 커다란 생선 가시가 걸려서 하마터면 ‘저세상’으로 갈 뻔했다고 한다. 그 가시는 목을 뚫고 넘어가서 천공을 냈다. 고통으로 얼굴이 하얗게 일그러지면서도 ‘야간 진료비는 비싸다’며 하룻밤 자고 아침에 병원에 가자고 우기...2019-07-23 03:59
허가되지 않은 정신은 팔 수 없다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전자우편함이 열리질 않는다. 자주 가는 한국 포털 사이트 카페와 블로그는 진즉에 ‘차단’되었지만 전자우편까지 전면 차단할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은 오래전부터 아예 할 생각을 포기했다. 가상사설망(VPN)을 깔아야지만 열...2019-07-09 10:57
서울의 전라도 사람, 중국의 한궈런내 아들은 조선족이다. 엄마는 한국인, 아빠는 중국 한족이지만, 아들은 조선족이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웃픈’ 일이다.아들이 조선족 된 사연중국에서는 출생 직후, 우리나라의 가족관계증명서나 주민등록등본에 해당하는 ‘호구본’에 이름을 올려야 한다. 호구본이...2019-06-24 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