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려잡을 건 맥주가 아니라 부패이건만“맥주는 없어요. 다 치웠어요.”내가 사는 아파트 매점의 점원이 말했다. 생각해보니 인도네시아 정부가 4월16일부터 소형 소매점과 일반 음식점에서 맥주 판매를 금지했다. 하루의 스트레스를 빈탕 맥주 한 캔으로 풀던 내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나는 에너지 음료와 ...2015-05-16 18:30
식당 갔다오면 라면이 당긴다“또 잊었네.”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별생각 없이 학교 앞 식당에 들어온 것이 화근이었다. 영국에서는 웬만해서는 밖에서 음식을 사먹지 않으리라고 다짐했건만, 아무 생각 없이 ‘피시앤드칩스’ 가게에 들러버렸다. 감자를 튀긴 두툼한 칩이 버티기 시작했다. 이놈은...2015-05-01 18:56
노빨이 이슬람 근본주의로 돌아간다면“죄다 말레이시아에서 넘어온 놈들이죠.”쇼핑몰 주차장에서 폭탄이 발견됐다거나 테러리스트들의 협박이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 우리 식당 기사 노빨은 이렇게 말하곤 한다. 여기에는 인도네시아 무슬림이 테러를 저지를 리 없다는 확신이 배어 있다. 노빨은 자존심이 세고 애국심이 ...2015-04-11 19:28
페루의 ‘맛있는 복수’“나가서 먹을래?” “그런데 뭐 먹지?”모처럼 외식이라도 하려면 고민이다. 칠레의 음식은 별로다. 사막에서 빙하까지 아우르는 대자연에 비하면 빈약하다. 주로 고기(구이)에 감자튀김이다. 소냐, 돼지냐, 닭이냐, 고기의 차이다. 아니면 샌드위치다. 물론 삼계탕 비슷한 ‘...2015-04-04 16:51
영국에는 무슬림 독립국가가 있다?여기가 파키스탄이야, 영국이야?어리둥절했다. 내가 사는 버밍엄시 남동부 스파크힐 지역에 처음 들를 때였다. 큰길에 들어서는 순간, 공간은 거짓말처럼 8천km를 건너뛰어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어느 번화가에 들어서버렸다. 맞은쪽에서 다가오는 수백 명의 인파는 모두...2015-03-28 15:27
인도네시아 한류 소녀, 리리입니다안녕하세요. 저는 19살 인도네시아 여자 리리라고 해요. 저는 서자카르타의 보종에서 태어나 18살에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쇼핑몰 푸드코트 한식당에 캐셔로 들어갔어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오빠, 아저씨. 저는 한국말을 곧잘 합니다. 도 발음할 수 있어요...2015-03-21 16:35
초등 3학년생 준비물이 77가지“학교 가기 싫어. 일찍 일어나야 하잖아!” 딸이 투정이다. 그래도 어쩌랴, 개학이다. 12월5일 이후 석 달 만이다. 밤 12시에 자고 오전 11시에 일어나던 방학은 끝이다.3월, 칠레는 난리다. 다들 “정신없다”며 다닌다. 여름방학과 1~2월 휴가철이 끝나고 다시 ...2015-03-11 14:28
‘인종차별’ 할머니의 반전“아침에 집에서 나오니, 누군가 내 차에 달걀을 던져놓았어요. 달걀 파편을 보니 기분이 더럽죠. 그런데 백인인 이웃의 차를 보니 거기에도 달걀이 깨져 있더군요. 웃기지만, 그걸 보니 안심이 됐어요.”한국인 지인의 경험담이다. 소수자의 삶은 신산하다. 피부로 느끼는 차별...2015-03-06 13:58
‘인종차별’ 할머니의 반전“아침에 집에서 나오니, 누군가 내 차에 달걀을 던져놓았어요. 달걀 파편을 보니 기분이 더럽죠. 그런데 백인인 이웃의 차를 보니 거기에도 달걀이 깨져 있더군요. 웃기지만, 그걸 보니 안심이 됐어요.”한국인 지인의 경험담이다. 소수자의 삶은 신산하다. 피부로 느끼는 차별...2015-03-03 14:47
우산 씌워주는 아이지난밤부터 천둥과 비가 쏟아졌다. 새벽녘까지 빗줄기는 조금도 가늘어지지 않았고 그 날카롭던 아잔(이슬람 사원의 기도 소리)마저 눅눅해졌다. 아침에 나는 창밖으로 물에 잠긴 아파트 앞의 집과 골목을 보았다. 지금 자카르타는 우기의 절정을 지나고 있다. 도시 인프라가 엉망...2015-02-17 15:23
길거리의 딥키스와 낙태민망하다. 가관이다. 한국 같으면 ‘○○ 남녀’ 이름이 붙어 인터넷을 달굴 법하다. 공원에서, 지하철에서 뜨~겁게 키스하는 커플을 자주 본다. 공원에서 대낮에 포개져 뒹군다. 모텔에 가지, 왜 저기서 저러나 싶다. 처음에는 올해 10살 된 딸이 볼까봐 얼른 지나쳤지만,...2015-02-13 15:43
병원 예약 기다리다가 병 낫는다탁… 탁… 타악… 탁… 탁…. 보고야 말았다. 지도교수님의 느릿한 ‘독수리 타법’. 교수님은 50대 중반이다. 아직 창창한 교수님이 자판이 어색한 양, 두 개의 집게손가락만으로 알파벳들을 쿡쿡 찌르고 있었다. 자판과 모니터 사이에서 시선을 부지런히 옮기며 오타를 느릿느...2015-02-07 12:16
큰소리 내면 미친 사람“자카르타에서 식당 하면 좋은 점은 진상 손님이 없다는 거예요. 가끔 오는 진상 손님은… 거의 교민이죠.” 남자카르타 대형 한식당의 한국인 매니저가 말했다. “한국인은 어떤 사소한 불편함도 참지 못해요. 처음 한국인들과 일했을 땐 많이 놀라고 무서웠어요.” 자카르타 식...2015-01-29 15:20
새해 첫날, 결심 대신 춤을!저녁 8:45산티아고 외곽 산드라 집에 들어서니, 뒷마당에는 식탁보가 덮인 식탁 5개에 접시와 포크, 와인잔이 벌써 놓여 있다. 산드라의 형부 마르코가 고기를 구울 숯불을 피운다. 기름기와 먼지가 범벅된 석쇠는 비계로 쓱쓱 닦고 만다. “한국은 새해 첫날 뭐해요?” 1...2015-01-23 17:40
도요토미 역 박영규, tvN ‘삼국지’?프랑스인 다르타냥이 영국 BBC 텔레비전 화면을 휘저으며 칼싸움을 하다니.영국 공영방송인 BBC가 새해 들어 새로운 드라마를 내놓았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사진)다. 정확히 말하면, 이 드라마는 지난해 3월 처음 선보인 뒤, 새해 들어 두 번째 시즌이 시작됐다. BBC...2015-01-17 15: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