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터키에 꼭 가보고 싶다. 짐을 풀자마자 이스탄불에 있는 순수박물관으로 달려갈 거다. 노벨상 수상작가 오르한 파무크가 세운 이 박물관은, 그의 소설 에서 주인공 케말이 사랑하는 여인 퓌순과 관련된 모든 물건을 모은 박물관을 실제로 재현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이라는 소설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스탠튼아일랜드에 사는 조지아 블랙은 자기 거실을 남편의 박물관으로 바꾸어놓았다. 그녀는 남편의 어릴 적부터의 사진들, 첫 신발, 낡은 성적표를 다 가지고 있었다.” 주인공 오스카가 그곳을 구경하고 나자, 조지아의 남편이 나와 오스카에게 자기 박물관을 보여주겠다고 제안한다. 오스카가 이미 봤다고 말하자, 남편은 그건 아내의 박물관이라고 이야기한다. 아마도 남편의 박물관에는 아내의 사소한 물건들이 가득 차 있을 것이다.
내가 만약 스포츠박물관을 만든다면 그런 식일 것이다. 매년 관광객 25만 명이 찾는 스위스 로잔의 올림픽박물관이나, 10만 여 점의 전시품이 있는 파리 국립스포츠박물관처럼 모두가 기억해야 할 순간이나 훌륭한 예술품은 여기에 없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박물관에서 맨유 팬이 느낄 법한 흥분이나 윔블던 론 테니스 박물관에서 1500년대 물건을 볼 때의 경탄 같은 것도 기대할 수 없다.
만화 <슬램덩크>
대신 만화책 에서 질 것을 알면서도 경기에 나가는 북일고의 투지가 보이는 페이지(사진)라든가, 스무 살 막내이모의 방에서 잠자고 있던 손때에 전 테니스 라켓이라든가, 처음 가본 야구장에서 맛본 치킨이라든가, 2008년 한국 프로야구에서 두산과 SK의 벤치 클리어링 이후에 김종욱이 도루에 성공해 홈인할 때의 표정이라든가, 2002년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앞 도로가 빨간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로 가득 찼을 때의 항공사진이라든가, 그런 것들로 가득 채워지지 않을까. 방문객이 그것들을 보며 각자 처음 갔던 수영장의 냄새나, 여자친구 앞에서 열심히 주웠던 파울볼 같은 것을 떠올릴 수 있다면, 방문객 수만큼 새로운 박물관이 생기는 거라고 주장하고 싶다. 우리가 스포츠를 사랑하게 되는 건 그런 순간이 있기 때문이라고도. 이 박물관에 그런 추억의 물건들과 연관된 지금까지 몰랐던 정보를 알려주는 큐레이터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그러니까, 이 글은 앞으로 2주에 한 번 독자 여러분이 방문하게 될 엉뚱한 스포츠박물관에 대한 가이드 팸플릿 정도로 생각해주셨으면 한다. 이 스포츠박물관에 전시품을 기증하고 싶다면 magictrain03@naver.com으로 기증품과 그에 얽힌 추억도 들려주시길. 가끔 특별 전시회도 열 생각이다.
김지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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