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의 인생 전부, 미국 여성작가의 영혼, 마이클 잭슨의 속옷, 아기, 일리노이주 모양으로 생긴 시리얼 한 알, 텍사스주의 작은 마을, 최첨단 화장실, 2008년 미국 대선 투표권, 바람 피운 남편의 상대 여성이 입었던 속옷, 코뿔소의 똥.
이상은 미국 인터넷 경매 사이트 ‘이베이’에 올라왔던 황당한 경매 물품의 목록이다. 이 중 ‘한 남자의 인생’은 한국 돈으로 약 3억6천만원에 팔렸다. 오스트레일리아에 살던 영국 남자 이언 어셔는 이혼한 뒤 자신의 집과 자동차, 직장, 친구들까지 모두 넘기는 조건으로 이 돈을 받았다. 그리고 그 돈으로 버킷 리스트 100가지를 실현하며 작은 섬에 집을 지었다. 이언 어셔의 이야기에 할리우드가 눈독을 들이는 중이란다. 나는 성공적으로 삶을 ‘리셋’한 어셔보다는 그의 삶을 구입한 사람의 사연과 이후 이야기가 더 궁금하지만.
경매의 성공 공식은 아마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한 사람에게라도 소유할 가치가 있는 물건인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이 리스트에는 들어 있지 않지만 ‘씹다 버린 껌’이 1만달러에 팔린 이야기 역시 흥미롭다고 할 수 있겠다. 씹다 버린 껌을 사려고 하는 사람이 대체 어딨어? 누가 씹다 버린 껌이길래?
2001년 11월4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뱅크원 볼파크에서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vs 뉴욕 양키스의 월드시리즈 7차전이 열리고 있었다. 1-2로 뒤지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9회말에 1점을 만회해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1사 만루의 상황. 루이스 곤살레스가 친 공이 전진수비를 하던 데릭 지터의 키를 넘긴다. 그렇게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지금도 야구팬들의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는 극적인 역전승을 거머쥔다.
이듬해 3월, 스포츠 기념품 가게 사장인 제이슨 개버트는 애리조나의 영웅이 된 곤살레스가 트레이닝캠프에서 씹다 뱉은 껌을 경호원에게 부탁해 건네받았다. 아마도 껌을 주워 건네주는 경호원의 얼굴에는 ‘뭐 이런 미친놈이 다 있어’라고 쓰여 있었겠지. 좀더 따뜻하고 낭만적인 사람이라면 ‘곤살레스를 정말 사랑하는구나’라는 표정이었을지도.
그러나 천만의 말씀. 방망이도 유니폼도 아닌 아무도 노리지 않는 껌 따위에 주목한 개버트는 그 껌을 인터넷 경매에 부쳐 한 고등학교의 장학금으로 쓸 생각이었다. 그 껌은 무려 1만달러에 팔렸다.
이쯤 되면 당연히 드는 두 가지 생각. 하나, 그게 진짜 곤살레스가 씹던 껌인 걸 어떻게 알아? 곤살레스가 진위를 증명했다. 곤살레스는 TV 카메라 앞에서 다른 껌을 씹었고, 두 껌은 밀봉된 채 운반돼 유전자 검사를 받았다.
둘, 1만달러에 씹다 뱉은 껌을 산 사람은 누구야? 그걸 왜 사? 구매자는 무엘러 스포츠약품사의 사장인 커트 무엘러. 그는 이 껌의 경매 과정을 통해 50만달러 이상의 자사 홍보 효과를 누렸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아마도 ‘곤살레스를 정말 사랑하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훨씬 재미있겠지만.
김지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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