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달력의 날짜를 지워가며 설레기까지 하는 건 아니지만, 막상 올림픽이 시작되면 흥미있는 경기를 따로 찾아볼 정도로, 나는 이 흥분을 즐기는 편이다. 그러나 스포츠 따위 지루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감동을 강요받는 건 질색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이야기할지에 관한 한, 이 기간 동안 선택권을 박탈당했다고 울적해할지도 모르겠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이 열리던 해, 일본의 대표적 스포츠 주간지 는 ‘올림픽과 별로 관계없는 올림픽 일기’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내보냈다. 이 글을 쓴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뒤에 “어떤 관점에서 보더라도 중요하다고는 할 수 없는 내용의 일기인데, 가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그런 제목을 달아 감동적인 올림픽 중간호 에 실었는지 아직도 알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나고야에서도 올림픽이 열린다면…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고 하는, ‘집 안에서 조용히 작업만 하는 사람’이던 무라카미 하루키는, 올림픽 기간의 일기에 온갖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적었다. 미역은 일본 여름철 요리의 금메달감이고, 은메달은 냉국수, 동메달은 냉두부라는 이야기나, 자신이 좋아했던 아사부 프린스 호텔의 수영장 얘기 같은 것들이다. 소설을 쓰다 지루해서 본 영화 이야기도 하고, 자기만의 기준으로 편집자들에게 메달을 수여하기도 한다. 매번 일기 끝에 무슨 심술이라도 부리듯, ‘오늘도 올림픽과는 아무런 접점도 없었다’와 같은 짤막한 문장을 곁들이는 것이 그나마 올림픽에 대한 언급이라고 할 수 있다.
바깥은 온통 메달과 감동으로 들썩거리는데, 물속에 잠긴 듯 적막하게 여름의 일상을 즐기는 것도 어쩌면 올림픽 시즌을 보내는 한 방법이 될지 모르겠다. ‘올림픽’ 자체에 대해 관조해보고 싶다면, 옛날 올림픽 영상을 찾아보는 것도 색다른 방법이 될지 모른다. 하루키는 “올림픽은 20년 정도의 세월이 지나지 않으면 아무래도 그 맛이 나지 않는 것 같다. (중략) 네다섯 명이 모여 술을 마시며 헬싱키올림픽의 기록영화를 본다면 매우 행복한 기분이 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걸 보고 나는, 이번 올림픽은 그다지 구미가 당기지 않는데, 나도 88올림픽 영상이나 한번 찾아서 느긋하게 보며 맥주라도 홀짝거려볼까, 라는 생각을 했다. 여러분은 어떠신지?
어느 선수가 메달을 따는 순간 친구 누구네 집 아기가 태어났다든지, 개막식의 불꽃보다 예쁜 꽃이 우리 집 화분에 새로 피었다든지, 그런 식의 일기를 써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이렇게 올림픽과 별 상관없는 올림픽 일기가 여기저기서 모인다면, 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우리는 이렇게 살아가고 있고, 올림픽이 끝나도 여전히 이렇게 살아갈 것이다’라는 왠지 감동적인 느낌이 들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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