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SI)가 있고 일본에 (Number)가 있다면, 한국에는 (SPORTS2.0)이 있었다. 종합스포츠 주간지 얘기다. ‘있다’라고 하지 못하고 ‘있었다’라고 말해야 하는 게 조금 가슴 아프다. 은 2008년 12월 133호를 끝으로 폐간됐다. 나는 2007년부터 2008년까지, 그 잡지의 편집기자로 1년이 조금 넘는 시간을 보냈다.
가끔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스포츠2.0’이라고 쳐넣어본다. 폐간을 아쉬워하고 특정 표지나 기사를 기억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 조금은 안심이 된다고 할까. 사람이든 물건이든 그 어떤 것이든 기억에서 잊혀질 때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중 공유하고 싶은 기억 하나. 기사에 적합한 사진을 찾는 일이 편집기자에게는 제일 고심하는 일 중 하나였는데, 롯데 자이언츠에 관한 1쪽짜리 기사가 영 난감했다. 특정 경기나 선수에 관한 기사가 아니라 팀을 둘러싼 상황에 관한 심각하고 무거운 내용의 기사였다. 종종 있는 그런 경우엔 편집장님의 비밀 폴더가 답이었다. 시간 날 때마다 찾아보곤 혹시나 해서 갈무리해뒀다는 사진의 양은 방대했다.
롯데 자이언츠의 팬이던 편집장님은 이럴 때 쓰고 싶은 사진이 있었는데 어떨지 모르겠다며 수줍게 파일을 열었다. 갈매기가 물웅덩이가에 앉아 있는, 에나 실릴 만한 사진이었다. “이 웅덩이가 한반도 모양이잖아.” 그랬다. 갈매기는 절묘하게 부산쯤 되는 위치에 앉아 있었다. 그걸 둘이서 공모하는 기분으로 원고에 앉힐 때 은밀한 자부심 같은 게 있었다. 겨우 명함 크기만 한 사진 하나를 가지고도 기사의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엄청나게 고민하고 나름의 유머감각도 보여주려 했다는 사실에 대한. 이 에피소드가 이 어떤 잡지였는지를 설명해주는 하나의 지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은 야구의 비중이 꽤 높은 잡지였지만 축구가 반대축에서 묵직하게 중심을 잡고 있었고, 올림픽이나 월드컵, 한국시리즈 등을 다루는 특집 기사와 선수들의 약물 문제나 스포츠를 둘러싼 정치적 상황도 빼놓지 않고 다뤘다. 비인기 종목도 세심하게 조명했고, 경마나 복싱 같은 기사도 꽤 볼륨감 있는 기획으로 다뤘다. 세상이 주목하기 전에 무명의 김현수나 소년이던 이용대를 먼저 주목했고, 근현대 스포츠사를 기록으로 남겼으며, 레저의 관점에서 한강을 꼼꼼하게 탐험했다. 소방서에서 소방수 복장으로 찍은 오승환의 화보나 월드컵 16강 좌절의 순간 이운재를 담은 표지는 두고두고 회자됐다. 133권의 잡지는 당시 한국 스포츠에 관한 다양한 기록으로 가득하다. 그 기록들에 대한 기록을 다시 여기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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