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랄하다’라는 표현을 처음 듣고서는 도무지 무슨 뜻인지 짐작하지 못했다. 친애하는 네이버 지식인에게 물어보니, 별이나 영적 세계와 관련된 ‘astral’이라는 외국어에서 유래했고,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이해하기 힘들다, 너무 황당하다’라는 뜻을 가졌다고 한다. 그보다 익숙한 표현으로는 ‘개념이 안드로메다’라는 말이 있다. 안드로메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왕비 카시오페이아의 딸이자, 영웅 페르세우스의 아내다. 태양계가 속한 우리 은하에서 250만 광년가량 떨어져 있는 나선형 은하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 말은 ‘개념이 없거나, 너무 멀리 가 있다’라는 뜻으로 풀이되는데, 어떤 언행에 대한 ‘우회적이면서도 신랄한 야유’라고 보면 되겠다. 어느 트위터 사용자는 의정 활동을 하며 주유비를 지나치게 많이 써서 논란이 된 전직 국회의원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그 정도면 주유비를 적게 쓴 거라고 봅니다. 그분은 지역구가 ‘안드로메다’라서.”
‘국가관’ 운운하는 파시스트적 발상
그런데 ‘개념이 안드로메다’인 분들께 희소식이 있다. 미국 과학자들이 지구 상공에 설치된 허블망원경의 관측 결과를 토대로 우리 은하가 안드로메다 은하와 약 40억 년 뒤 하나의 은하로 합쳐진다고 전망한 것이다. 일종의 은하 간 인수·합병이 이뤄진다는 것인데, ‘개념이 안드로메다’인 분들로서는 자신이 그곳에 먼저 간 선발대일 뿐이라고 주장할 여지가 생긴 것이다. 물론 선발대치고는 너무 일찍 갔다.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이 통합진보당의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해 “기본적인 국가관을 의심받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된다. 사퇴가 안 되면 제명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도 이른바 ‘당권파’라는 분들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을 제어하기 위해 들고 나올 무기가 ‘국가관‘은 아니다. 일부 사람들이 전가의 보도로 사용하는 ‘애국’ ‘국가’라는 용어는 잘못 사용하면 그들이 애지중지하는 ‘자유민주주의’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말이 된다. 이분들이 자신들 편리한 대로 사용하는 바람에 그 의미가 혼란스럽게 되었지만, 용어만으로 본다면 자유민주주의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합성어다. 그런데 국가관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상을 이유로 어쨌거나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을 제명하겠다는 태도는 헌법의 한 축인 자유주의 원리에 정면으로 어긋나며, 자유주의의 보장 없이 민주주의는 꽃필 수 없다. 우리 헌법의 사상과 상극인 것으로만 보자면 국가관을 이유로 정치인을 강제로 퇴출시키겠다는 파시스트적 발상은 당권파 의원들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다. 헌법 원리를 심도 있게 고민할 여유가 없는 일반인이라면 모를까 차기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은 정치인이 할 이야기는 전혀 아닌 것이다.
반헌법적 정신세계 계승한 박근혜
박근혜 의원이 수구파에 의해 어처구니없이 미화된 독재자의 딸이라는 유전적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독재자의 반헌법적 정신세계를 계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정신세계는 40년 전인 1972년 유신시대의 그것이거나, 40억 년 뒤에나 만날 안드로메다의 그것이다. 새로운 밀레니엄이 도래한 지 10년이 넘었건만 아직도 ‘국가관’ 운운하는 황당한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그 기분, 참으로 ‘아스트랄’하다.
조광희 변호사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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