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42.6명. 한 해 1만5566명.
공식 통계에 잡힌 2010년 한국의 자살자 수다. 한국은 ‘자살 권하는 사회’다. 2010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33.5명으로 1위다. 인구 10만 명에 33.5명꼴로 자살했다는 뜻이다. 자살률 1위, 새삼스런 소식이 아니다. 한국은 2003년 이후 지금껏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은 ‘불패의 신화’를 이어왔다. 그래서인지 언론은 이 불행한 소식을 대수롭지 않게 처리하고, 사람들의 반응도 심드렁하다.
그러나 ‘전에도 그랬다’고 치부하기엔 사태가 심각하다. 첫째, 절대 수치가 너무 높다. 둘째, 자살률 변화의 경향성이 불길하다. 한국의 자살률은 OECD 평균인 12.8명의 2.6배다. 더욱이 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이 20명을 넘은 나라는 한국을 빼면 두 곳뿐이다. 헝가리가 23.3명, 일본이 21.2명이다. 헝가리와 일본의 자살률은 정체 또는 하강 추세다. OECD 평균도 낮아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자살률은 지속적으로 가파르게 솟구치고 있다. 1991년 이후 지난 20년간 오직 세 번만 자살률이 그 전해보다 낮았다. 1991년 8.4명에서 2010년 33.5명으로 399% 상승했다.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를 거치는 동안 어느 정부에서도 이 추세는 반전되지 않았다. OECD 회원국 가운데 같은 기간 자살률이 이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나라는 한 곳도 없다.
자살자뿐 아니라 ‘잠재적 자살 위험군’도 광범하다. 보건복지부의 2011년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의 성인 가운데 15.6%는 ‘한 번 이상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했다’고 한다. 10명에 1명꼴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당당히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음을 확인한다”(8·15 경축사)는데,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보다 삶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나라는 슬로바키아 한 곳뿐이다. 도대체 지금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지난 3년간 쌍용자동차 노동자·가족 22명이 세상을 등졌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했던가. 22명 가운데 유서를 남긴 이가 한 명도 없다. 서울의 한 영구임대아파트 단지에선 지난 100일 사이 입주민 7명이 투신하거나 목매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들 또한 별다른 말을 남기지 않았다. 원망도, 분노도, 한탄도, 애원도 없다. 고요한 신음이다.
극단적인 경우라고 말하고 싶은가. 주위를 둘러보라. 어린 소녀가, 새파란 젊은이가, 아줌마·아저씨가, 할머니·할아버지가 죽는다. 아파트에서 뛰어내리고, 창틀에 목을 매고, 차 안에서 연탄을 피우고, 여관에서 약을 먹는다. 일자리를 잃고 빚더미에 짓눌린 부모가 어린 자식들을 차에 태워 저수지나 벼랑으로 돌진한다. 국가는 경쟁력이 없어 뵈는 국민한테 관심이 없고, 사람들은 정글로 변해버린 세상에서 살아남으려 발버둥치느라 옆 사람을 챙길 겨를이 없단다.
이 소리 없는 죽음의 행렬을 어찌할 것인가. 어느 늙은 중처럼 “자살 시도는 자신밖에 모르는 건방진 놈의 짓”이라 꾸짖을 텐가. 정녕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나. 쌍용차의 한 해고노동자가 방송에 나와 이런 말을 했다. “사회가 우리한테 죽으라고 하는 것 같았어요. 이 사회에서 나가달라고.” ‘함께 살자’는 호소다. 그런데 세상이 너무 조용하다.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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