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간다, 산티아고 제가 진정 그 길을 걸었단 말입니까믿을 건가 말 건가? 막판까지 헷갈렸다. 지난 7월6일 아침 9시에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를 떠나는 비행기를 타야 했다. 6시께 알베르게를 나서는데 대문이 잠겨 있었다. 담장은 내 키보다 1.5배는 높아 보였다. 게다가 끝에는 뾰족한 작은 창들이 박혀 있었다. 알베르게에서...2009-12-24 14:11
나도 간다, 산티아고 드디어 도착, 눈물, 눈물… 아 콧물!지난 7월4일 낮 12시께, 걷기 시작한 지 39일 만에 도착한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성당은 땀내와 열기로 달떠 있었다. 매일 그 시각에 열리는 순례자를 위한 미사에는 지금 막 길을 끝낸 낯익은 얼굴들이 모여 있었다. ‘우리가 함께 해냈다’는 묘한 열기에 들떠 별로 친하...2009-12-17 18:54
나도 간다, 산티아고 너(의 요리)를 죽자사자 따라다니리 순례자에게 다리 근육만큼 중요한 건 확실히 요리 실력이다. 알베르게에서 요리를 잘하면 돈도 굳고 사랑도 받는다. 생존의 기본기를 갖추지 못한 성인은 죗값을 치러야 한다. 우선 피 같은 돈을 흩뿌려야 한다. 마을 레스토랑에서는 보통 식사보다 2~3유로 싼 평균 9유로짜...2009-12-10 14:00
나도 간다, 산티아고 순례길이라고 불량배가 없을쏘냐순례자라고 인간성 검사받나? 걷다보면 별로 필요한 것도 없고, 남들 배낭이나 내 거나 궁색하긴 매한가지니 탐할거리도 없다. 안면 다 텄는데 삿대질도 못할 일이다. 그래도 별별 군상 다 부대끼는 순례길이니, 안전하다고 해도 뒤로 넘어져 코 깨지는 수가 있다.‘그래! 오늘...2009-12-03 11:04
나도 간다, 산티아고 길이 만들어준 ‘얼치기 가족’같은 길을 걸으며 부대끼니 순례자끼리 끈끈해지기 마련이다. 특히 헐렁한 사람들하고 각별하게 엮여 나중엔 유사 가족같이 됐다. 자기 집에서부터 3개월 넘게 걸어 산신령 몰골인 벨기에인 윌름(53)이 아빠, 그의 오랜 친구 얀(52)이 엄마, 나와 똥 단어 수집 전문가 이...2009-11-27 14:15
나도 간다, 산티아고 길에서 사랑에 빠지다카미노 순례자의 주류는 40대 이상 중년이다. 특히 이제껏 죽자고 달렸는데 정신 차려보니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다는 중년이 꽤 많다. 결핍도 제각각이라 발 묶인 사람들은 떠나고 싶어하고 떠났던 사람들은 구속되길 갈망한다.20대부터 이제까지 은행에서 숫자를 만진 독일인 마...2009-11-20 13:35
나도 간다, 산티아고 퇴행하는 순례자들 별일 없이 걷는 ‘카미노’에서 순례자들이 욕심부리는 게 하나 있으니 바로 스탬프다. 순례를 시작하기 전 협회사무소에서 ‘크레덴시알’이라는 일종의 순례자용 여권을 받아야 한다. 알베르게나 바에서 스탬프를 크레덴시알에 받아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에 도착한 날 사무소에 보여주...2009-11-11 13:41
나도 간다, 산티아고 소통의 왕, ‘똥’이로소이다소통 장벽에 뚫린 튼실한 개구멍이 바로 인류 공통 소재 ‘똥’이다. 잘산다고 황금똥 싸나, 똑똑하다고 복잡한 똥 싸나? 네 똥이 내 똥, 거기서 거기니, 걷는 내내 이보다 더 큰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소재도 없었다. 비슷한 처지의 순례자끼리 예의는 5분 정도만 차리면 ...2009-11-05 11:32
나도 간다, 산티아고 때로는 말해도 모른다스페인 사람 프란시스코(23)의 커다란 초록빛 눈망울은 항상 소통의 열망을 담고 있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프란시스코, 프란, 프란”이라고 되풀이했다. 쉽게 ‘프란’이라고 줄여 부르라는 거다. 이름만 쉬우면 뭐하나 그 뒤 “어디서 왔느냐”라는 질문에 답...2009-10-29 10:53
나도 간다, 산티아고 아무도 모른다, 말하기 전에는 네델란드 대학원생 엘리(26)를 처음 봤을 때 나는 심하게 쫄아버렸다. 바에 널브러진 남루한 순례자들 틈에서 그의 어깨 위로 아침 햇살이 걸렸다. 커다란 귀고리가 위풍당당하게 반짝였다. 그는 예뻤다. 두 번째 마주쳐서도 눈을 못 맞췄다. 알베르게 앞으로 그가 허리를 ...2009-10-22 17:32
나도 간다, 산티아고 조금만 더 가면 콜라다!고백하자면 하루에 8시간씩, 걷는 내내 내 머릿속을 가장 강력하게 지배한 건 콜라였다. ‘다음 마을에 닿기만 하면 바로 콜라 마셔야지’ ‘조금만 더 가면 콜라다’ ‘다이어트 콜라를 마실까 그냥 콜라를 마실까’…. 걷다 보면 근사한 깨달음 하나쯤 건질 줄 알았는데, 또렷...2009-10-15 14:56
나도 간다, 산티아고 산티아고, 대체 왜 온 거야? 왜 그 고생길에 너도나도 간다고 나설까? 스페인 북부 도시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로 이어지는 순례길이 뜨거운 여행지로 떠올랐다. 대체 거기에 뭐가 있기에 깨달음을 얻겠다며 다들 나서는지 알아보려 김소민 기자가 지난 5월27일부터 7월4일까지 39일 동안 7~8kg 가...2009-09-29 1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