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슬기 기자. 본인 제공
이슬기 기자는 ‘언론사 사주’다. 오랜 준비 끝에 아시아 전문 독립매체 ‘두니아’(thedunia.org)를 창간했다. 그는 한겨레21과도 인연이 깊다. 인도네시아 탐사보도 전문매체 ‘템포’에서 기자로 일하기 시작한 2011년부터 ‘자카르타 통신원’ 자격으로 글과 사진을 송고했다. 2015년 가을 네팔로 건너간 그는 주간 ‘네팔리타임스’ 기자로 활동하며, 대지진이 남긴 상처를 4부작 기사로 보내오기도 했다. ‘두니아’의 유튜브 채널(@the_dunia_media) 구독자가 700명을 넘어선 2026년 7월22일 이 기자와 전화로 만났다.
―창간을 축하한다.
“2019년부터 아시아 전문매체 창간을 고민했는데 기회가 없었다. ‘뉴스타파함께재단’이 독립언론 100개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도움을 받았다. 2024년 여름부터 준비해 2025년 11월 창간했다. ‘두니아’는 네팔·힌디·우르두어와 말레이인도네시아어로 ‘세계’를 뜻한다. 현장 취재와 탐사보도를 중심으로, 아시아 각국 권력구조의 불평등을 드러내고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지향하는 국제뉴스 전문 비영리 독립언론을 추구한다.”
―왜 ‘아시아’인가?
“대학 시절 네팔 서부 산골 마을에서 다섯 달 동안 자원활동을 했다. 한국이 아닌 ‘다른 세계’를 경험한 건 그때가 처음이다. 완전히 다른 언어와 문화를 익히며 생활했다. 한 학기 뒤엔 말레이시아 인권단체에서 (2004년 12월) 인도양 쓰나미 이후 피해 지역 주민 심리치료와 재활 등을 지원하는 인턴으로 활동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언론사에 입사했는데, 수습기자 생활을 하고 나니 ‘이렇게 하면 아시아엔 못 나간다’는 생각이 들더라.(웃음) 그래서 무작정 인도네시아로 갔다. 코로나19로 귀국한 뒤엔 한국을 기반으로 출장 취재를 이어가고 있다. 생각보다 ‘한국’이란 나라의 영향력이 아시아 전역에서 엄청나게 크다.”
―아시아 각국 취재 경험이 많은 것으로 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1개국 가운데 브루나이를 빼곤 다 방문취재를 했다. 남아시아는 파키스탄·방글라데시·몰디브·아프가니스탄 빼고 다 취재했고. 2019년 타밀엘람해방호랑이 반군 패퇴 10주년 취재를 위해 스리랑카 출장을 갔던 때 기억이 선명하다. 인도령 카슈미르 취재 직후 방문했는데,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느낌이었다. 카슈미르는 독립을 지향하고 있어, 현지에서도 정치적 비전을 두고 열심히 싸우고 있었다. 반면 스리랑카에선 정부군이 타밀 반군을 절멸시키다시피 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는데도 사람들이 거의 침묵하고 있더라. 싸우다 죽거나 실종된 사람들의 추모일이 같은 경우가 많은데, 유가족들이 제사도 몰래 숨어서 하고 있었다.”
―가장 최근 출장 취재를 한 나라는.
“5월에 2주 정도 미얀마 출장을 다녀왔다. 취재 자체가 너무 어려웠다. 아예 사람이 없더라. 정치인, 시민사회 활동가, 변호사, 학자 등 웬만한 사람은 대부분 미얀마를 떠나 타이 치앙마이나 캐나다·유럽 등지에 있더라. 만나서 인터뷰할 사람도 없고, 취재원의 이름이나 신분을 쉽게 공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미얀마 내부에선 국제사회와 쿠데타 이후 반군부·민주진영이 조직한 국민통합정부(NUG)에 대한 실망감이 크다. 반군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군부가 거리에서 청소년을 붙잡아 강제입대시키고 있다는 증언을 많이 들었다.”
―앞으로 ‘두니아’를 어떤 매체로 만들어갈 계획인가?
“누리집은 사실상 기사 아카이브로 사용한다.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로 기사와 활동 내용을 홍보하고 있다. 한국독립언론네트워크(KINN)를 통해 포털에도 기사를 공급하고 있고. 당장 발생하는 뉴스는 대형 언론사가 잘할 수 있는 분야라 경쟁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복수의 아시아 국가가 연결된 사안의 맥락을 취재·보도하고 싶다. 자본이나 종교권력, 국경을 뛰어넘는 공급망이 현지 주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추적·보도하고 싶고. 독자의 후원을 기반으로 운영하는 비영리 매체다. 지금까지 71명 모았는데, 후원자가 500명은 돼야 분기별로 현장 취재가 가능해진다.”
―한겨레21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겨레21은 기획이 독보적인 매체다. 진지한 기획도 좋지만 발상을 전환하는 접근, 테마별로 아시아 각국 독립매체와 발랄한 협업을 해봐도 좋겠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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