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치 전 미얀마 국가고문의 종적이 묘연하다. 2021년 2월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가 그를 내세워 모종의 거래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미얀마 군부는 2024년 4월17일 수치(78) 전 고문과 윈 민(72) 전 대통령을 수감 중이던 교도소에서 옮겨 가택연금에 처했다고 발표했다. 군부 쪽은 “극심한 더위 탓에 고령의 수감자가 열사병 등에 노출될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조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군부는 이들이 어디에 붙들려 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미얀마 매체 <이라와디>는 4월18일 복수의 소식통 말을 따 “수치 전 고문은 다른 사동으로 옮겨졌을 뿐, 여전히 수감 중이던 네피도의 교도소에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쿠데타 직후 체포된 두 사람은 부패 등 혐의로 각각 징역 33년형(수치 전 고문·2023년 8월 27년형으로 감형)과 12년형(윈 민 전 대통령)에 처해진 바 있다. 두 사람 모두 수감 중 의료지원이 차단돼 건강상의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수치 전 고문의 아들 킴 아리스는 2023년 7월 영국 일간 <가디언> 등과 한 인터뷰에서 “잇몸 질환이 심각해 어머니가 음식물을 씹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윈 민 전 대통령은 2023년 6월 모종의 질환을 앓고 난 뒤 소변 배출용 도뇨관을 달고 생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의 가택연금 소식과 함께 군부는 미얀마 음력설(틴잔)을 맞아 정치범을 포함해 3천 명을 사면·석방했다고 발표했다. 군부의 ‘변심’은 2023년 말부터 각지에서 불을 뿜고 있는 소수민족 무장 저항조직의 조직적인 반군부 공세로 위기감을 느낀 탓이란 분석이 있다. <이라와디>는 4월23일 “군부의 공습이 집중되고 있음에도 남부 카렌주의 90%를 카레니민족방위군(KNDF)이 장악했다”고 전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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