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빈 매카시 전 미국 하원의장이 2023년 10월3일 자신에 대한 해임안이 가결된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REUTERS 연합뉴스
미국 하원의장은 대통령과 부통령(당연직 상원의장)에 이어 ‘권력서열 3위’다. 대통령 유고시 승계 순위 2위란 뜻이다. 하원은 연방정부의 ‘지갑’(예산권)도 쥐고 있다.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연방정부 셧다운 위기’의 열쇠도 하원의장이 쥐고 있다.
2023년 10월3일(현지시각) 미 하원에서 ‘기이한 표결’이 진행됐다.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에 대한 해임안을 같은 당 소속 극우성향 의원이 제출한 터다. 찬성 216명 대 반대 210표, 결과는 가결이었다. 해임안을 발의한 맷 게이츠 의원을 비롯한 공화당 이탈표 8표가 이뤄낸 ‘성과’였다. 매카시 의장은 해임안이 가결된 사상 첫 하원의장이자, 재임 기간 9개월로 1876년 이후 가장 단명한 하원의장으로 역사에 남게 됐다.
앞서 2022년 11월 실시된 중간선거에서 4년 만에 하원 다수당이 된 공화당은 118대 의회가 출범한 2023년 1월 모두 15차례나 투표를 거친 끝에 매카시 전 의장을 선출했다. 이번에 해임안을 발의한 게이츠 위원 등 ‘트럼프 키즈들’이 당시에도 ‘반매카시’ 여론을 주도했다. ‘민주당에 무르다’는 게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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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카시 전 의장 해임안이 발의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당내 강경파가 주문한 추가 삭감 압박을 지속하지 않고 매카시 전 의장이 연방정부 셧다운을 피하기 위해 45일간의 유예기간(임시 예산안)을 준 게 발단이었다. 민주당 쪽도 아들의 부패 의혹을 빌미로 조 바이든 대통령 탄핵 조사까지 지시한 매카시 전 의장을 두둔할 이유는 없었다.
‘해임’이란 전례가 만들어졌으니 후임 의장 후보로 나설 의원은 많지 않을 듯싶다. 의장 선출이 늦어지면 연방정부 셧다운 위기가 다시 찾아올 수 있다. 대선을 1년여 앞둔 미 정치권이 극한의 대립으로 빨려들고 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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