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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무슨 꿈을 꾸는가

등록 2022-08-31 20:36 수정 2022-09-01 08:27
일러스트레이션 장광석

일러스트레이션 장광석

1989년 11월 독일 베를린장벽이 무너졌다. 1991년 12월 소련(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이 공식적으로 해체됐다. 앞서 1990년 9월 한국과 소련은 노태우 정부의 북방 정책과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재건·개혁) 정책이 만나 전격적인 수교를 한 참이었다. 1992년 8월에는 한국과 중국이 국교를 정상화했다. 북한에 버금가는 적성국이던 소련과 중국이 한국과 손잡는 외교적·지정학적 격변은 20세기 후반 세계를 양분한 냉전체제가 막을 내리면서 찾아온 훈풍이었다.

그로부터 30여 년 뒤, 세계는 다시 신냉전 대결에 휘말렸다. 미국과 유럽이 주축인 서방국가가 한 축, 러시아와 중국이 주축인 반서방국가가 그 반대쪽에 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신냉전이 언제든 실제 무력충돌로 번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2022년 8월24일 한국과 중국의 수교 30주년 기념일은 신냉전의 한 축인 미-중 갈등과 군사적 긴장이 아슬아슬 이어지는 시기에 찾아왔다. 꼭 10년 전인 2012년, 시진핑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가 ‘중국몽’을 제시하고, 이듬해 국가주석으로 선출됐다. 이후 중국은 급성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세계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2014년 시진핑 주석은 자국을 기점으로 한 21세기 실크로드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를 제시하고 꾸준히 실현하고 있다. 일대일로는 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하는 육상 경제벨트와 남중국해를 거쳐 인도양을 지나 아프리카와 유럽까지 이어지는 해상 교역로를 아우른다. 이는 세계 패권국 미국과 필연적인 충돌을 낳는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양대 강국이 부딪치는 최전선이다. 대만과 한국이 그 한복판에 놓였다.

시진핑 주석은 한-중 수교 30주년 축하 서신에서 ‘새로운 변혁기’ ‘전략적 의사소통’ ‘대세 파악’ ‘방해 배제’ 같은 표현을 써가며 한국의 친미 편중 외교에 제동을 걸었다. 시진핑 시대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은 중국과 세계 패권을 나눠 가질 뜻이 전혀 없다. 한국에 미국과 중국은 어느 한쪽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어느 때보다 전략적인 판단과 신중한 행보가 절실하다.

조일준 선임기자 iljun@hani.co.kr

1428호 표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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