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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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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이 지나면 새벽이 오듯

[미얀마의 연대 메시지] “군부, 코로나 사태를 탄압 수단 삼지만… 봄의 혁명 승리할 것”
등록 2021-07-29 00:48 수정 2021-07-29 10:32
쑤완텟아웅 사진작가

쑤완텟아웅 사진작가

[#Stand_with_Myanmar]
2021년 봄, 미얀마 국민은 군부독재 정권의 총칼에 맞서 목숨을 건 민주화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겨레21>은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미얀마 국민과 연대하고 그들을 지지하는 한국 시민의 글을 제1358호부터 미얀마어로 번역해 함께 싣습니다. #Stand_with_Myanmar

미얀마 만달레이 출신 청년 사진작가입니다. 2021년 2월1일 발생한 군부 쿠데타로 미얀마 청년의 일상과 미래는 송두리째 무너져버렸습니다. 쿠데타 이후 집회 현장을 다니며 민주화 혁명 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합니다. 사진이란 역사를 영구불변의 이미지로 남길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갖은 위험이 도사리는 현장이었지만 저는 군부가 벌인 잔혹한 유혈 진압과 이에 분연히 저항하는 국민의 단결된 모습을 사진에 담습니다.

지금까지 군부의 잔혹한 탄압으로 900명 넘는 미얀마 사람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미얀마 국민은 외부 세계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총부리를 들이밀며 숨통을 조여오는 군부에 힘겨운 저항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얀마를 덮친 두 재앙

쿠데타 이후 미얀마 전역에선 시민들이 밤이 깊은 시간까지 철제 기물을 두드리며 ‘군부독재 타도’를 외쳤습니다. 군부가 무력을 동원해 진압하면서 도시마다 총성이 끊일 날이 없었습니다. 한동안 너무도 잔혹한 폭력 진압이 이어지며 집회 참여자가 줄기도 했으나, 쿠데타 5개월이 지난 지금 체계성과 인력을 갖춘 시민조직이 꾸준히 늘어납니다. 계엄령이 떨어진 엄혹한 분위기에서도 청년들은 용기 내어 매일 거리로 나섭니다. 여건이 어려워도 혁명은 계속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021년 미얀마에 드리운 암운은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민주화 혁명 전선에서 싸우는 이때, 코로나19 감염병이라는 재앙까지 닥쳤습니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은 미얀마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습니다. 코로나19 사태를 해결할 의지가 전혀 없는 군부로 인해, 미얀마 국민은 의약품과 의료용 산소 부족으로 극한의 상황에 몰렸습니다. 날마다 코로나19 감염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이 수천 명에 이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군부는 어떤 계획도 없이 코로나19 사태를 탄압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획책을 꾸밉니다.

결국 국민에게는 국민밖에 없었습니다. 거리에 나가 폭력에 저항하는 이도 청년이요, 코로나19 감염에 고군분투하며 구호활동을 벌이는 이도 청년입니다. 대재앙 속에서도 우리는 어려움을 함께 나누며 고난에 굴복하지 않고 똘똘 뭉쳐 나아갑니다. 우리는 역경을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절대 잃지 않습니다.

민주주의 쟁취한 한국은, 미얀마가 꿈꾸는 미래

한때 한국도 미얀마처럼 군부독재를 겪었다고 들었습니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벌어진 일과 그 뒤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한국 국민이 써온 역사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접하고 저는 한 줄기 희망을 봤습니다. 미얀마도 한국처럼 민주주의를 이룩해 새 국가를 세우고 또 발전시킬 수 있다는 희망입니다.

지금은 발전된 한국을 동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부러움만으로 끝낼 수는 없습니다. 저는 미얀마도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국민 모두가 자유롭게 민주주의체제에서 평화를 누리며 살게 하고 싶습니다. 미래세대가 꿈과 목표를 위해 노력할 수 있는 터전과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탄압에 짓밟혀 목숨을 잃고 쇠사슬에 묶인 처지가 되더라도 미얀마 국민은 혁명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어두운 밤이 지나면 새벽이 오듯, 봄의 혁명도 승리해 따사로운 햇볕이 쏟아지는 진정한 여름이 올 겁니다.

미얀마에서 봄의 혁명이 시작되고 나서 한국은 물심양면으로 도왔습니다. 고개 숙여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미얀마 민주화 혁명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고난과 시련에 맞서 싸워나갈 미얀마 국민을 버리지 마시고 이 여정이 끝에 다다를 때까지 부디 함께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혁명은 반드시 성공해야 합니다. 미얀마 국민이 혁명에 바친 목숨과 인생이 결코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예더봉 아웅야미!(혁명은 반드시 승리한다!)

쑤완텟아웅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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