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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중신문의 끝엔 시민이 있었다

핑궈일보 ‘빗속에 아픈 이별’
등록 2021-06-26 16:22 수정 2021-06-27 02:07
연합뉴스

연합뉴스

홍콩의 대표적 반중·민주 진보 성향 일간지 <핑궈(빈과)일보>가 6월24일(현지시각) 폐간했다. 2020년 7월 홍콩보안법이 효력을 발휘한 지 약 1년 만이다. ‘홍콩인들, 빗속에 아픈 이별을 고하다… 우리는 <핑궈일보>를 지지합니다’란 제목과 함께, 홍콩 시민과 기자들이 <핑궈일보> 사옥을 에워싸고 휴대전화 불빛을 비추는 사진이 마지막 호 첫 장을 채웠다.

앞서 지미 라이 <핑궈일보> 창간 사주는 홍콩보안법 시행 한 달 만인 2020년 8월 보안법 위반과 사기·탈세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외부 세력과 결탁해 체제 전복을 시도했다’는 이유로 홍콩 웨스트카오룽 법원이 기소한 그는 현재까지 수감 중이다. 지미 라이 외에도 경영진 9명이 함께 체포됐다.

2021년 들어서도 보안 당국은 <핑궈일보>에 실린 논평과 칼럼 다수에 ‘홍콩과 중국에 대한 (외부 세력의) 제재를 촉구한 혐의가 있다’고 문제 삼았다. 시민들에게는 관련 기사 유통 금지령도 내렸다. 당국은 6월17일 청킴훙 발행인 등 고위 인사 5명을 체포하고 신문 편집국을 압수수색했다. 모두 1800만홍콩달러(약 26억원)에 이르는 <핑궈일보>와 계열사 자산도 보안 당국이 동결했다. 홍콩 시민들이 구매 운동을 벌이며 지지했지만, <핑궈일보> 모회사는 6월23일 끝내 폐간을 결정했다.

<핑궈일보>는 평소 하루 7만~8만 부씩 발행됐다. 이날 마지막 호는 100만 부를 찍었다. <핑궈일보> 마지막 호를 구매해 간직하려는 시민들은 전날 밤 12시부터 시내 곳곳에 길게 줄을 서기 시작해 수 시간을 기다렸다. 갓 나온 신문이 가판대에 도착하자 시민들은 환호했다. 시민들은 시내 곳곳에 ‘홍콩인 힘내라’ ‘언론 자유가 사라졌다’ 등 벽보를 붙였다. 대만 대륙위원회도 “이번 사건으로 홍콩의 신문·출판·언론 자유가 종언을 고했다”고 성명을 냈다.

정인선 블록체인 전문 미디어 <코인데스크코리아> 기자

관심 분야 기술, 인간,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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