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필 <택시운전사> 김사복씨 아들
2021년 봄, 미얀마 국민은 군부독재 정권의 총칼에 맞서 목숨을 건 민주화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겨레21>은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미얀마 국민과 연대하고 그들을 지지하는 한국 시민의 글을 제1358호부터 미얀마어로 번역해 함께 싣습니다. #Stand_with_Myanmar
안녕하세요, 저는 독일 공영방송(ARD)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와 함께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실상을 알린 택시운전사 김사복씨의 아들 김승필입니다. 아버지 김사복씨의 존재는 영화 <택시운전사>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코로나19로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행사가 여느 때보다 축소돼 치렀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또 지났습니다. 당시 희생된 이들과 유족의 실상을 속속들이 알게 되면서 이날의 무게감이 갈수록 더해지는 느낌입니다. 언제쯤 이런 마음이 가실 수 있을지…. 소수의 욕심으로 많은 무고한 사람이 희생당했고, 결국 모두에게 큰 마음의 상처를 남겼습니다. 2021년 올해로 41년째인데, 아직도 책임자는 처벌받지 않았고 죽임을 당한 영령과 그 유족의 억울함과 분노만이 이어질 뿐입니다.
저는 며칠 전 5·18 진압군 시각으로 민주화운동 이후 상황을 다룬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배우 안성기씨가 진압군 장교 역을 맡아 양심고백을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상처받은 사람뿐만이 아니라 상처를 준 사람도 피해자라는 메시지에 울컥했죠. 이처럼 5·18은 욕망에 사로잡힌 소수에 의해 모두가 큰 상처를 입은 슬픈 역사입니다. 모두가 살기 위해, 서로를 지키기 위해 몸부림친 저항이었습니다. 이번 영화를 계기로 당시 진압군들의 양심고백이 이어져, 그들을 용서하고 더는 이런 우를 범하지 말자고 안아주는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해봤습니다.
요즘 미얀마에서 비보가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19살 밝은 미얀마 태권도 소녀가 총탄에 쓰러져 죽은 모습을 보고 주체할 수 없는 비통함을 느꼈습니다. 군과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 그로 인해 수많은 국민이 죽어가는 모습은 41년 전 우리가 당했던 5·18과 너무도 흡사했습니다.
영화 <택시운전사>가 미얀마 국민에게 힘이 되고 있다는 보도도 봤습니다. 당시 제 아버지처럼, 5·18 민주화운동은 “같은 민족을 그렇게 죽일 수 있느냐”며 소신을 펼쳤던 소시민이 하나의 씨알이 돼 이뤄졌다고 생각합니다. 미얀마 군부에 저항하는 민중 한 사람 한 사람 또한 이런 씨알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비록 고통에 처했지만, 반드시 한국의 민주화처럼 열매를 맺는 날이 오리라고 믿습니다.
아버지 유품 중에 ‘세계인권선언’을 언급한 한 신문 사설을 오려 책 사이에 껴둔 책갈피가 있습니다. ‘생명과 신체의 자유, 안전에 대한 권리’를 포함해, 인권선언에 규정된 권리와 자유를 누구나 차별 없이 향유할 자격이 있다는 내용이 담겼죠. 아버지가 광주의 살상 현장을 두 번씩이나 다녀온 건 바로 소중한 인권을 지키기 위해서였을 겁니다.
지금 미얀마의 민중항쟁도 궁극적으로 인권을 지키기 위한 항거입니다. 미얀마 군부는 인권탄압을 속히 멈춰야 합니다. 깊은 상처만 남긴 5·18을 바라봤으면 합니다. 오직 인권을 지키는 일만이 원하는 바를 이루는 방법입니다.
미얀마 국민 여러분! 5·18 민주화운동은 결국 민중의 승리였습니다. 미얀마 민중도 승리할 것입니다. ‘자유와 평등, 형제애’라는 세 손가락의 상징을 마음 깊이 새기며 승리의 그날까지 함께하겠습니다. 미얀마의 평화를 위해 간곡히 기도드립니다.
김승필 <택시운전사> 김사복씨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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