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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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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번도 넘게 한 “증언 거부”, 골라가며 대답한 김용현

군사재판 6시간 동안 수없이 되풀이… 군검찰·곽종근 쪽 질문에 증언 거부 집중
같은 질문도 재판관이 하면 입 열어…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쪽에만 유리한 증언
등록 2026-01-02 16:53 수정 2026-01-03 10:49
전 국방부 장관 김용현이 2025년 12월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 공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전 국방부 장관 김용현이 2025년 12월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 공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증언하지 않겠습니다.”

‘12·3 내란’ 2인자인 전 국방부 장관 김용현이 2025년 12월23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 군사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해 6시간 넘게 진행된 신문 과정에서 가장 많이 한 말이다. 그 횟수가 300회를 넘는다. 기자가 이날 군사법원 대법정에서 재판을 방청하면서 기록한 그의 증언 거부 횟수만 최소 325회였다.

김용현의 증언 거부권 행사는 12·3 내란 때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등에 병력을 보낸 사령관들을 재판에 넘긴 군검사, 그리고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곽종근의 변호인이 신문할 때 집중됐다. 곽종근은 같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기소된 다른 사령관들인 여인형(전 국군방첩사령관)과 이진우(전 수도방위사령관), 문상호(전 정보사령관)와 달리 ‘윤석열과 김용현의 위법한 명령에 따랐다’고 자수하며 혐의를 인정한 피고인이다. 김용현 입장에서는 좋게 볼 수 없는 인물이다.

하다하다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 거부까지

군검사 “(여인형이 2024년 11월9일 낮 3시1분께 자신의 휴대전화에 ‘이재명’, ‘조국’, ‘한동훈’ 등 14명의 이름을 적은 메모를 실물화상기로 보여주며) 이 메모는 피고인 여인형이 2024년 11월9일 오후경 증인(김용현)에게 군 인사 관련 보고를 할 당시 증인에게 들은 말을 적은 것이라고 합니다. 증인은 피고인 여인형에게 이 인원들을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까?”
김용현 “증언하지 않겠습니다.”
군검사 “증인은 피고인 곽종근에게 헬기를 이용해 (육군특수전사령부 예하 대테러 부대인) 제707특수임무단 2개 지역대를 국회로 투입하라는 지시도 했죠?”
김용현 “증언하지 않겠습니다.”

곽종근의 변호인이 신문할 때는 70회 넘게 증언 거부권을 행사했다.

곽종근의 변호인 “증인은 2024년 12월4일 00시19분~00시29분 사이에 피고인 곽종근과 통화할 때, 피고인에게 국회에 도착한 (특전사 예하) 제1공수여단 2개 지역대대 병력을 국회의원회관 본관에서 모두 국회의사당 본관으로 보내라고 했죠?”
김용현 “증언하지 않겠습니다.”

증언 거부권은 누구든지 공소 제기(기소)를 당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을 사실이 드러날 염려가 있을 때 행사할 수 있다. 답하기 싫거나 귀찮아서, 또는 상대가 싫다는 이유로 행사하는 권리가 아니다. 그런데 똑같은 질문에도 김용현은 누가 질문하느냐에 따라 다른 대답을 했다.

재판장 “증인은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이 의결된 이후에 대통령 윤석열과 합참(합동참모본부)에 있는 결심지원실을 방문했죠?”
김용현 “네.”

곽종근의 변호인 “증인과 윤석열은 2024년 12월4일 01시16분 이후에 합참 지하에 있는 결심지원실로 함께 들어갔죠?”
김용현 “증언하지 않겠습니다.”

곽종근 쪽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앞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기도 한 김용현이었다.

곽종근의 변호인 “증인은 2024년 12월4일 00시28분~00시29분 이진우 사령관과 통화할 때 국회에 출동한 특전사 707특수임무단과 1공수여단 병력이 국회 본관으로 간 사실을 알려줬나요?”
김용현 “증언하지 않겠습니다.”
곽종근의 변호인 “증인은 이진우 사령관에게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사실이 있나요?”
김용현 “증언하지 않겠습니다, 아니, 없습니다.”

김용현이 2025년 1월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심판’ 사건 4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김용현이 2025년 1월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심판’ 사건 4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자신의 검찰 진술·헌재 증언 내용마저 증언 거부

김용현은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을 때 진술한 내용, 그리고 헌법재판소(헌재)가 ‘윤석열 탄핵심판’ 변론 절차를 진행할 때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한 내용마저도 이날 법정에서 말하지 않았다.

문상호의 변호인 “증인은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서 정보사령부에 따로 부여한 선관위 관련 임무가 있나요?”
김용현 “증언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김용현은 2025년 1월23일 헌재에서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청구인 대리인 장순욱 변호사 “그러니까 노상원(전 정보사령관)하고 문상호에게 비상계엄이 선포가 되면 선관위 전산 자료를 확보하고 직원들을 조사해서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내라, 이렇게 지시하신 적이 있느냐고요.”
김용현 “예, 부정선거에 대한 그런 자료를 필요하면 수집하라는 지시는 했습니다.”

헬기 투입도 마찬가지다. 김용현은 2024년 12월9일 특수본 조사 때 특전사 헬기 투입 지시 사실을 인정했고 그렇게 지시한 이유까지 함께 진술했다.

검사 “피의자(김용현)는 곽종근에게 헬기를 이용해 제707특수임무단 2개 지역대를 국회로 투입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있었는가요.”
김용현 “예, 있습니다.”
검사 “피의자가 707특수임무단을 지목하여 출동 지시를 한 이유가 무엇이었는가요.”
김용현 “707이 빨리 투입될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나머지 부대들은 (국회 투입까지) 3시간 이상 걸릴 것 같고, 그래도 707이 2시간 이내에 투입될 것 같아서 707을 선택했습니다.”

윤석열, 김용현과 사전에 비상계엄을 공모한 사실이 없고 내란죄 구성요건인 국헌 문란 목적의 폭동을 일으키지 않았다는 여인형, 이진우의 변호인들은 이 입장을 뒷받침하는 김용현의 증언을 이끌어내는 데 주력했다. 여인형 쪽은 ①비상계엄 선포 전 윤석열, 김용현이 참석한 모임에서 계엄에 대해 명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고 ②계엄령 선포 배경과 목적, 그리고 윤석열이 계엄령 선포 이후 어떤 조치를 어떻게 실행한다는 것인지를 전혀 알지 못했다는 입장에서 김용현을 신문했다.

김용현은 그와 윤석열이 비상조치(뜻밖의 긴급한 사태가 일어났을 때 국정 전반에 걸쳐 대통령이 내리는 조치)를 언급했을 때 여인형이 여러 차례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여인형의 변호인 “2024년 11월30일 피고인(여인형)이 증인에게 (2024년 6월25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정박한 미군 핵추진 항공모함에 승선하는 행사가 열리기 전 중국인들이 무인비행기를 띄워 행사장 주변을 촬영한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하러 간 자리에서 본인 입장에서는 볼멘소리로 증인에게 계엄에 대해 반대 의사 표명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김용현 “그때도 (여인형이) 반대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기억납니다.”

①을 확인한 여인형의 변호인은 김용현의 증언을 통해 ②도 확인하길 바랐다. ‘사전에 비상계엄 선포를 알지 못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증언 말이다.

하지만 그 기대가 어긋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여인형의 변호인 “증인은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직전에 피고인(여인형)에게 (밤 9시40분 무렵에) 전화한 사실이 확인됩니다. 피고인에게 전화해서 ‘대비태세를 잘 유지하라’고 말한 사실이 있습니까?”
김용현 “네, 전화한 것은 기억납니다.”
여인형의 변호인 “그러면 그 통화 또는 다른 기회에 비상계엄 선포가 당일 밤 10시경에 이뤄질 것이라는 사실을 피고인에게 말한 사실이 있습니까?”

이때 김용현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런 사실이 없다’가 아니었다. “증언하지 않겠다”였다. 앞에서 본 것처럼 증언 거부는 기소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을 사실이 드러날 염려가 있을 때 행사하는 권리다. 즉, 위 대답은 김용현이 여인형에게 비상계엄 선포 시점을 사전에 미리 알렸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여인형의 다른 변호인이 재차 물었다. “비상계엄 선포 전에 피고인 여인형에게 구체적인 임무, 예를 들면 ‘방첩사령부는 선관위를 장악해야 돼’ 아니면 ‘국회를 통제해야 돼’ 이런 구체적인 지시를 하신 적이 있습니까?”

김용현의 대답은 같았다. “증언하지 않겠습니다.”

전 수도방위사령관 이진우가 2025년 1월1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한겨레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전 수도방위사령관 이진우가 2025년 1월1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한겨레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진우 두둔하려다 모순 드러내기도

반면 김용현은 이진우 쪽에 유리한 증언을 많이 했다. ‘티브이(TV) 생중계를 통해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사실을 알기 전까지 어떤 형태로도 사전 모의나 준비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는 이진우 쪽 주장을 뒷받침하는 말들이 이어졌다.

이진우의 변호인이 실물화상기로 띄운 공소장엔 다음 내용이 적혀 있었다.

‘김용현은 대통령실에서 대통령과 함께 국무회의를 위해 대기하던 중 2024. 12. 3. 21:48경 이진우에게 전화하여 ‘부대에서 대기하라’고 지시하면서 (…) 국회 침투 및 봉쇄 계획의 실행을 준비하라는 취지로 명령하였다. (…) 김용현은 2024. 12. 3. 22:40경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수방사령관은 (…) 기존에 하달했던 임무를 정상적으로 실시하라’고 발언한 후, 이진우에게 별도로 전화하여 ‘수도방위사령부 병력과 함께 국회로 출동하여 현장에서 직접 지휘하면서 국회를 봉쇄함으로써 국회의원들의 비상계엄 해제요구안 의결을 저지할 것’을 지시하였다.’

이진우의 변호인 “장관님이 사령관(이진우)에게 전화한 때가 2024년 12월3일 21시46분~47분경입니다. 당시 사령관 기억으로는 이런 이야기(국회 침투 및 봉쇄 계획)를 들어본 적이 없고 부대에 복귀해서 대기하라는 취지의 말만 들었다고 합니다. 장관님은 당시 통화 내용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습니까.”
김용현 “저도 침투 및 봉쇄 이런 지시를 한 기억이 없고요. 그렇게 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진우의 변호인 “사령관은 사전에 아무것도 지시받은 게 없는데 지금 군검찰에서는 장관님이 사령관에게 비상계엄 선포 사실을 먼저 알려줬고, 비상계엄이 터지면 어떻게 하라고 이미 말해서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저렇게 말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장관님이 ‘기 지시된 사항’으로 사령관에게 지시한 게 있습니까?”
김용현 “수방사령관한테는 사전에 충분히 시간을 갖고 얘기를 해주지 못했습니다. 특전사령관(곽종근)은 그래도 여유 있게 얘기를 해줬는데, 왜냐면 특전사는 병력을 많이 움직여야 하는 부대여서 사전에 말했고, 수방사는 크게 병력이 많이 움직일 일이 없다고 판단해서 임박해서 얘기해줬습니다.”(이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진우의 변호인 입장에서 순조롭게 진행된 증인신문은 이 ‘임박해서’라는 말에서 턱 걸렸다. 비상계엄 선포 사실을 사전에 전혀 몰랐다는 이진우 쪽 주장을 배척하는 증언이기 때문이다. 이에 이진우의 변호인은 당황한 기색을 드러내며 이 부분을 집요하게 캐물었다.

이진우의 변호인 “통화 내역을 보시면 그날(2024년 12월3일) 21시46분경에 장관님이 사령관에게 ‘상황이 엄중하니 부대에서 대기하라’고 말한 다음에 비상계엄 선포(22시27분경) 전에 통화하신 게 없습니다. 그사이에 통화하신 게 없어요. 비상계엄 선포에 임박해서 알려준 게 없어요.”
김용현 “하여튼 제가 시간을 두고 얘기를 못 해줘서 미안했습니다. 왜냐면 (수방사) 출동이 되게 늦었거든요. 제가 워닝(warning)을 못 해줬구나 생각해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반성을 합니다.”
이진우의 변호인 “장관님께서 임박해서 알려줬다고 하니까 오해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정확히 물어보는 겁니다. 그날(2024년 12월3일) 낮(1시48분께)에 장관님이 사령관에게 한 번 전화하고, 21시46분경에 부대에 대기하라고 하신 다음에 다음 전화는 (비상계엄 선포 후인 밤 10시33분33초~42초) 9초 동안 한 게 끝입니다. 그러니까 질문은 간단해요. 장관님이 비상계엄 선포 전에 수방사령관에게 ‘비상계엄이 선포될 테니 너희는 국회에 출동하라’ 이런 얘기를 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김용현 “제가 기억이 정확하지 않은데, 변호사님 말씀을 쭉 들어보면 (통화 내역이 기재된 서류를 보는 김용현) 통화시간 말씀하신 게 사실이라면, 제 기억에는 하여튼….”
이진우의 변호인 “(통화 내역 기재 서류 속) 순번 15번(낮 1시48분), 16번(밤 9시46분), 17번(밤 10시33분)을 보면 그 사이(순번 16번과 17번)에 통화가 전혀 없어요. 비상계엄 선포에 임박해서 전화한 게 없어요. 그러니까 사령관은 장관님으로부터 ‘국회에 출동하라’는 명령을 받은 건 (비상계엄 선포 이후인) 밤 10시33분에 받은 것밖에 없고….”

김용현은 결국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전화한 사람 입장에서 보면, 저보다 사령관(이진우)께서 기억하는 게 더 정확할 겁니다.”

윤석열(오른쪽)과 김용현이 2024년 10월1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제76주년 국군의날 시가행진을 지켜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오른쪽)과 김용현이 2024년 10월1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제76주년 국군의날 시가행진을 지켜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진우는 왜 두 차례 ‘국회 해산권’ 검색했을까

그러나 특수본 수사과정에서 확인된 객관적인 사실은 이진우가 국회의 권능 행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비상계엄이 선포될 것임을 사전에 알았던 정황을 보여준다. 이진우는 2024년 12월2일 밤 11시14분께 휴대전화를 통해 포털사이트에서 ‘국회 해산권 있나요’를 검색했고, 12월3일 오전 7시1분께는 ‘국회 해산이 가능한가요’를 검색했다.

군검사 “피고인 이진우는 증인과 (2024년 12월2일 밤 10시37분경) 통화를 마친 후 ‘국회 해산권 있나요’, ‘국회 해산이 가능한가요’를 검색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증인이 국회 해산 계획이 있다는 사실을 피고인 이진우에게 알린 것 아닌가요?”
김용현 “증언하지 않겠습니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 ‘법정에서 규명하는 12·3 내란’ 연재 기사 읽기
https://h21.hani.co.kr/arti/SERIES/3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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