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에 설치된 관타나모 수용소는 미군의 인권침해를 상징하는 곳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때부터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추진해왔다. REUTERS
미국 중앙정보부(CIA)의 ‘비밀감옥’ 논란은 미 정부에 ‘아픈 곳’이었다.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체포·구금·강제수용, 열악한 수감 시설에서 자행되는 고문 등 인권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쿠바의 미 해군기지 관타나모 수용소는 9·11 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 과정에서 대표적 ‘인권 사각지대’로 꼽혀왔다.
는 최근 관타나모뿐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타이, 루마니아, 폴란드, 리투아니아 등에서 CIA가 비밀감옥을 운영한 사실과 이곳에서 발생한 고문 등 인권침해 참상을 고발했다. 특히 ‘강화 심문 기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CIA의 고문으로 피해자들이 반영구적 정신질환을 호소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미 정부가 피해 후유증에 대해 제대로 연구조차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는 기밀 해제된 정부 문서와 의료기록, 의회 보고서를 토대로 전세계에 있는 미군 고문 피해자와 이들을 진료한 의사, 심리학자를 만났다. 리비아 출신 모하메드 벤 서우드(47)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1991년 파키스탄으로 건너가 카다피 독재정권을 타도하기 위해 조직된 이슬람단체에 가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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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와 아무 연관이 없었던 그는 알카에다 고위급 인사와 친분이 있다는 혐의로 2003년 체포돼 ‘염전’(Salt Pit)이라고 불린 아프가니스탄의 CIA 비밀감옥에 수감된다. 그가 받은 대표적인 고문은 얼음물 세례. 발가벗겨진 채 비닐 방수포 하나만 쓰고 손은 머리 위로 묶인 채 얼음물 벼락을 맞았다. 숨을 쉬지 못하고 익사할 것 같은 공포가 밀려왔다. 미군들은 그저 ‘물 끼얹기’라고 했다.
CIA는 고문 뒤에도 서우드와 알카에다의 관계를 밝히지 못했다. 미군은 아무 설명 없이 서우드를 리비아 정권에 넘겼다. 이후 그는 카다피 정권이 무너질 때까지 7년간 감옥에서 살아야 했다. 서우드는 지금도 주체할 수 없는 감정기복과 불안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서우드는 CIA 비밀감옥에 갇혔던 다른 수감자 두 명과 함께 CIA 고문 전략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심리학자 제임스 미첼과 브루스 젠센 박사를 고소했다. 두 사람은 1960년대 말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이 주창한 ‘학습된 무기력 이론’을 내세워 심문을 정당화하는 데 앞장선 것으로 알려졌다.
셀리그먼은 개에게 전기충격을 가했다. 개는 지속적 충격으로 체념한 상태가 되어 저항을 멈췄다. CIA는 이 이론을 ‘저항해봤자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는 걸 깨달으면 정보를 토해낼 것’이라는 논리를 앞세워 자백을 받아내는 효과적인 심문 기법으로 포장하는 데 활용했다. 국제법은 물론 미 국내법에도 저촉되는 고문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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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 피해자들은 비밀감옥에서 풀려난 뒤에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피해망상, 우울증, 신경쇠약 등 거의 모든 정신질환을 앓고 살아간다. 피해자를 진료하고 상담한 의사와 심리학자들은 “이들의 정신질환이 고문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군이나 CIA는 여전히 ‘강화 심문 기법’과 정신질환 사이에 직접적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는 태도를 고수한다. 관타나모에 수감됐던 한 피의자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 제임스 코넬이 말했다. “결국 미국이 일으킨 문제다. 미국이 책임지고 푸는 게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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