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구독하기

기사 공유 및 설정

얽히고설킨 평택을, 승패 너머를 묻는다

‘조국 사태’ 둘러싼 동상이몽의 복잡한 셈법… 선거 이후 각 당의 자기 정립 위한 중대 기로
등록 2026-04-30 21:30 수정 2026-05-01 17:17
경기 평택을 재선거에 출마하는 (왼쪽부터) 김용남 전 새누리당 의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유의동 전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페이스북 갈무리

경기 평택을 재선거에 출마하는 (왼쪽부터) 김용남 전 새누리당 의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유의동 전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페이스북 갈무리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핫플레이스’에 대한 공천 결과를 내놓으면서 6·3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의 각 세력 간 대립 구도는 더 분명하게 드러났다. 가장 첨예한 곳은 역시 ‘경기 평택시 을’이다. 이곳에 민주당이 김용남 전 의원을 공천하면서 해묵은 ‘조국 사태’ 얘기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과거 보수정당에 적을 두고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사모펀드 관련 의혹을 비판했던 김 전 의원이 사과해야 한다며 얘기를 먼저 꺼낸 건 혁신당의 신장식 의원이다. 김 전 의원이 태도를 굽히지 않자, 결국 조 대표 본인이 직접 “권력형 비리는 아니었다”고 항변하기에 이르렀다.

조 대표의 어법은 언뜻 보기에 이해되지 않는 데가 있다. “권력형 비리는 아니었다”는 논법은 이 시점에 와선 변명조로 들릴 수 있다. 물론 당시 검찰의 언론플레이에 따라 보수세력이 사건을 그렇게 묘사한 것은 사실이다. 조 대표는 ‘권력형 비리가 아닌 것’에 수차례 사과도 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억울하다”고 한다면, 이제 무엇이 억울하고 무엇이 억울하지 않은지를 다시 따져봐야 한다. 그런데 자기 의혹을 스스로 언급하는 건 대개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제는 추억이 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의 “내가 엠비(MB) 아바타입니까”가 대표적이다.

혁신당과 진보당, 묘하게 겹쳐 보이네

혁신당이 이 선거에 임하는 기본 전략은 알겠다. 평택을 재선거는 어느 평론가의 말을 빌리면 ‘극우부터 극좌까지’, 후보가 난립하는 선거다. 시장 참여자(?)가 많아 경쟁이 치열하다. 기반이 부실한 혁신당은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을 최대한 끌어오려고 한다. 김용남 후보가 박근혜 정부 시절에 한-일 ‘위안부’ 합의를 옹호하고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세금 낭비라고 비난한 이력을 강조하는 것은 이 때문인데, ‘조국 사태’의 기억은 이 전략의 하나로 딸려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혁신당은 어떤 때는 제3정당 노선을, 또 어떤 때는 제2의 민주당 노선을 필요에 의해 주장해왔다. 당사자가 뭐라고 하든, 유권자가 볼 때 진보당의 포지션은 혁신당의 그것과 거의 정확히 겹친다. 조국 대표의 출마 이후 김재연 진보당 후보가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 이유가 이것이다.

비슷한 렌즈로 민주당의 상황을 보자. 민주당은 전통적 지지층을 혁신당과 나눠 가져야 한다. 시간이 갈수록 조직력 우위로 인해 전통적 지지층은 결국 민주당 후보에게 결집할 것이다. 어찌됐건 일부라도 혁신당에 빼앗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후보 난립 상황에선 불안 요소다. 이를 돌파하려면 민주당에도 확장적 전략이 있어야 한다. 보수정당 출신인 김용남 전 의원 공천은 그런 면에서 보면 공학적 합리성이 있다. 혁신당에 왼쪽 일부를 내주더라도 오른쪽의 보수 유권자층에서 얼마든지 벌충할 수 있는 카드인 것이다.

여기서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정체성’ 논란이 당내에서 제기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민주당에 대한 오랜 선입견에 비춰보면 김용남 전 의원 공천에 대해 정체성론에 근거한 당내 거부는 있을 법도 하다. 그러나 그런 흔적은 찾기 어렵다. 왜일까? 이에 답하기는 어렵지 않다. 첫째, 김용남 전 의원은 다각적 방송 활동으로 이미 핵심 지지층에 잘 알려져 있다. 이제 와서 정체성을 논할 일은 아니다. 둘째, 따지자면 이재명 대통령이 영입한 인사다. 지난 대선 시기인 2025년 5월 광주광역시 유세 현장에서 직접 소개했다. 이는 이 대통령의 그 유명한 ‘중도보수 선언’과 맞물리는 조처로 해석됐다. 즉, 이재명 정권의 중도화 및 주류화가 선행되고 있기에 세력 내 논란이 없는 것이다.

 

2026년 4월29일 경기도 평택시 안중읍 안중오거리 주변 건물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6·3 국회의원 경기 평택을 재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의 대형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 한겨레 류우종 선임기자 wjryu@hani.co.kr

2026년 4월29일 경기도 평택시 안중읍 안중오거리 주변 건물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6·3 국회의원 경기 평택을 재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의 대형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 한겨레 류우종 선임기자 wjryu@hani.co.kr


 

‘친노’ 이광재 공천도 중도 확장 노림수

 

이런 시선으로 보면 경기 하남시 갑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공천도 의미심장한 데가 있다. 이광재 전 지사는 ‘친노 적장자’란 식의 꼬리표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사다. 민주당의 역사성 측면에서 가볍게 다룰 인물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이광재 전 지사는 참여정부 시절부터 지금까지 중도 노선의 필요성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하남갑은 추미애 경기도지사 후보가 이용 전 국민의힘 의원을 상대로 ‘신승’한 지역구라는 점에서, 여기서도 보수 유권자층에 어필할 수 있는 인물을 공천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이번 선거는 이 대통령의 ‘중도보수 선언’ 이후 민주당이 실제 선거에서 어떻게 운동장을 넓게 쓰는 일이 가능할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되리라는 생각이다.

여기서 한 발짝 떨어져 관찰할 필요도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통치권을 획득했다 잃었다 하며 정치학 교과서에 나오는 포괄정당(Catch-all Party)으로서의 성격을 가져왔다. 이런 형태의 정당은 중도층을 포괄한 폭넓은 지지를 바탕으로 했을 때 중도화·주류화 전략으로 안정적 기반을 튼튼히 한다. 문제는 지지를 상실하고 있을 때다. 이런 형태의 정당은 이제 특정 이념이나 계층에 뿌리를 두지 않으므로, 상대를 기득권으로 규정하고 자신을 이에 맞서는 민중의 대변자로 포지셔닝하는 포퓰리즘적 동원 전략에 기대는 것이 상황을 만회할 거의 유일한 방법이 된다.

민주당은 오랫동안 한국의 비주류 정치를 대표해왔으므로 포퓰리즘적 정치 스타일에 익숙하다.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은 원래 그 반대였다. 하지만 두 번의 대통령 탄핵을 거치며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정치 전반도 포퓰리즘 동원 전략에 기댈 수밖에 없는 신세가 되었다.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윤 어게인’ 세력이 ‘이재명 독재’라는 한 점에서 만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반면 이재명 정권은 여론조사상 대통령 지지율에서 보듯 상당한 여유가 있기 때문에 중도화·주류화를 감행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에는 아직 포퓰리즘적 체질이 남아 있다. 판검사·관료·언론이 기득권의 카르텔을 구성하는 세계관과 이에 근거한 ‘개혁정치’ 서사, 기득권 카르텔의 피해자로 여겨지는 특정 정치인에 대한 이른바 ‘팬덤정치’ 등이 대표적이다. 흥미로운 점은 범민주당 세력으로서의 혁신당 또한 이 대목에서 정확히 같은 특성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 가장 첨예한 갈등이 검찰개혁을 둘러싼 전선으로 표출되고, 여기에 혁신당까지 얽혀 난장판이 된 것은 한국 정치의 구조적 현실을 보더라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던 셈이다.

 

이대로 교착되느냐, 한 발짝 나아가느냐

 

누군가 평택을을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라고 했는데, 이렇게 보면 이 지역구는 ‘한국 정치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이라면, 선거 끝나고 각 세력이 자신들의 정치를 어떻게 새로 규정하느냐, 어떤 기준으로 분별 정립하느냐가 관건이다. 한 발짝 더 미래로 나아갈까? 아니면 현재의 교착상태를 유지할까? 한국 정치는 단지 승패로만 평할 수 없는 중요한 기로에 있다.

 

김민하 정치평론가

한겨레 저널리즘
응원으로 지켜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