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안 되겠다. 양심적으로 더는 이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지지할 수 없다.”(제이슨 차페츠 공화당 하원의원)
“우리는 여성을 비하하고, 성폭행 미수를 자랑하는 도널드 트럼프를 봤다. 이제 어떤 식으로도 이 사람을 지지할 수 없다. 조건부 지지도 가당치 않다.”(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이자 2008년 미국 대선 공화당 후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의 과거 ‘음담패설 영상’은 기존에 그가 거침없이 내뱉은 막말이나 ‘정치적 올바름’을 거부하던 혐오 발언과는 차원이 다른 파장을 몰고 왔다. 당장 트럼프 지지층의 한 축을 담당하던 백인 여성 유권자의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계속 벌어지는 처지였다. 자신의 음담패설에 사과하는 기색조차 없이 “로커룸 토크”(성적인 내용을 포함한 남자들끼리 으레 하는 농담)라고 치부하는 트럼프의 모습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이었다.
이 문제에 유권자 이상으로 예민하게 반응한 것은 공화당 내 정치인들이었다. 마침내 공화당 정치인들이 봇물 터지듯 ‘트럼프 지지 철회 선언’을 이어가고 있다. 10월10일 에 따르면,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겠다거나 심지어 이번 선거에서 클린턴을 뽑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공화당 정치인이 160명을 넘었다. 여기엔 존 매케인 상원의원도 포함됐다. 매케인은 과거 트럼프가 “적군에 포로로 붙잡혔던 사람이 무슨 전쟁 영웅이냐”며 자신을 깎아내렸을 때도 자존심을 접고 트럼프를 지지했던 인물이다. “어떻게든 클린턴의 백악관 입성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온 폴 라이언 하원의장도 작전을 바꿨다. “더는 트럼프를 두둔할 수 없다. 그보다 공화당이 의회에서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는 데 주력하겠다.”
사실상 대선은 포기했다고 읽히는 대목이다. 여기에 맞서 트럼프는 “어차피 대선 가도에 도움도 안 되면서, 족쇄나 채우려던 루저들은 필요 없다”며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공화당으로서도 추대한 후보를 교체하기에 남은 대선 기간이 너무 짧다. 공화당 주요 선출직 정치인 4명 중 1명이 트럼프를 더는 지지하지 않는다.
민주당은 이번 기회에 백악관 수성은 물론 의회 선거에서 대역전극까지 벼르고 있다. 11월 선거는 대통령만 뽑는 선거가 아니다. 하원의원 435명 전원과 상원의원 100명 가운데 3분의 1을 새로 뽑는다. 주별로 일정이 다르지만, 주지사 선거를 같이 하는 곳도 있다. 이외에 수많은 선출직이 이번 선거에서 가려진다. 투표용지 가장 위에 대통령 후보들이 있지만, 투표용지를 따라 각 층위에서 정치 지형이 새로 짜이는 셈이다. 이른바 ‘투표용지 안에서의 파급효과’(Down-Ballot Effect)다.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마르코 루비오가 버티는 플로리다주 상원의원 자리도 민주당의 사정권에 들어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의 열혈 지지자들이 ‘대통령 후보 트럼프’가 아닌 경우에는 공화당을 외면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게다가 전통적 공화당 지지층 가운데 트럼프를 도저히 찍을 수 없는 이들이 아예 투표를 포기할 수도 있다. 공화당의 악몽과 민주당의 소망이 현실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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