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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늑대’는 외롭지 않다

미 대선 쟁점인 자생적 테러 대응 방안, 클린턴과 트럼프 공약 모두 취약
등록 2016-09-28 17:50 수정 2020-05-03 04:28
빌 더블라지오 미국 뉴욕시장(맨 오른쪽)이 9월18일(현지시각) 맨해튼에서 하루 전 발생한 폭탄테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EPA 연합뉴스

빌 더블라지오 미국 뉴욕시장(맨 오른쪽)이 9월18일(현지시각) 맨해튼에서 하루 전 발생한 폭탄테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이슬람국가(IS)나 알카에다가 미국을 공격할 때, 허술한 총기 규제 탓에 살상무기를 손쉽게 구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더 흔한 압력밥솥 등을 이용한 사제폭탄을 범행에 쓰기도 했다. 2013년 미국 보스턴 마라톤대회 테러와 지난해 12월 캘리포니아주 샌버너디노 테러, 지난 6월 플로리다주 올랜도 나이트클럽 총기 난사 사건에 이어 지난 9월17일~18일(현지시각) 뉴욕과 뉴저지에서 일어난 폭탄테러까지. 일련의 공격에서 발견되는 가장 큰 공통점은 범인 혹은 용의자가 적어도 서류상으로는 미국 사회의 일원이던 이른바 ‘외로운 늑대’였다는 사실이다(9월17일 뉴욕 폭탄테러 용의자 아흐마드 칸 라하미의 행적과 범행 동기 등은 조사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라하미는 아프가니스탄에서 7살 때 미국으로 건너왔고 시민권을 취득했다. 2년 전에는 그의 아버지가 “가족을 해치려 한다”며 라하미를 연방수사국(FBI)에 신고한 적도 있다. 그러나 이때 별다른 혐의나 잠재적 테러 용의점은 발견되지 않았고, 라하미는 감시망을 벗어났다.

대선이 한 달 반 앞으로 다가온 상황이다. 9월26일은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사이의 첫 번째 TV토론이 예정됐다. 자생적 테러를 뿌리 뽑을 만병통치약은 없어 보인다. 그래도 클린턴과 트럼프는 상대방의 대테러 정책이 가져올 문제점을 지적하며 날 선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는 “인종·종교를 기반으로 불심검문 혹은 특별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트럼프 주장대로라면, 라하미가 탈레반 수중에 있던 파키스탄 퀘타 지역 방문 뒤, 파키스탄 여성과 결혼해 미국으로 돌아왔을 때 수사 당국이 정밀조사를 벌였을 것이다. 그는 또 “‘잠재적 범죄자’인 난민을 미국에 아예 들이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인이나 일본계 미국인을 억류한 ‘적국인 억류소’를 지금 다시 세우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클린턴은 “그래도 평화롭게 사는 훨씬 많은 무슬림 미국인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급진 테러리스트가 될 조짐을 가장 먼저 눈치챌 만한 가족, 이웃, 친구를 통한 ‘조기 경보’ 체계를 구축하자는 해법을 내놓았다. 또 “극단주의적 메시지 확산 차단을 위해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등 관련 기업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두 후보의 정책은 ‘외로운 늑대’가 자라나는 싹을 자르지 못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취약하다. 는 사설에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키워낼 수 있는 ‘외로운 늑대’ 후보군이 이미 미국에 아주 많다”고 지적했다. 또 “정책 한두 개를 바꾸거나 도입해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대처하기 어렵다”고 썼다.

클린턴과 트럼프가 내놓은 해결책도 극과 극이다. 는 클린턴 지지를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이 신문은 “시리아에서 비행금지 구역을 설정하자는 주장을 제외하면 클린턴의 주장은 상식적으로 검토해볼 만하다. 트럼프는 실현 가능성이 대단히 낮은 내용으로 유권자들의 공포를 부추기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11월 미국 대선에서 미국인의 선택이 ‘외로운 늑대’가 자라는 토양의 질을 결정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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