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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져! ‘트럼프 대세론’

미국 정치 전문가들조차 바보 만드는 거침없는 행보, “공화당 지도부가 자초한 일”
등록 2016-03-17 16:03 수정 2020-05-03 04:28

“버락 오바마 정부가 실업률이 4.9%라고 발표했다죠? 그거 순 사기잖아요, 나는 안 믿어요. 아마 제대로 집계해보면 한 28~29% 되지 않겠어요? 아니, 35%일 수도 있겠네요. 사실 오늘 누가 42%라고 하는 말도 듣긴 했어요.”
2월9일 미국 뉴햄프셔주 경선에서 승리한 뒤 도널드 트럼프(사진 왼쪽)가 지지자들을 향해 한 말이다. 실업률이 집계되는 방식을 아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할 수 없는 몰상식한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이 사람을 향해 청중은 열광하며 “미국 만세”를 외쳤다.
해도 될 말과 안 될 말을 가리지 않고, 사실이든 아니든 청중의 환호를 끌어낼 말이라면 무엇이든 입 밖에 내는 거침없는 트럼프의 지지율은 도무지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를 가리켜 ‘언젠가는 무너질 것’ ‘여론조사의 거품이 빠지는 건 시간문제’라던 언론과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자신이 틀렸음을 고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7명에서 시작한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남은 후보는 이제 4명. 11개 주가 동시에 투표를 진행한 3월1일 ‘슈퍼 화요일’을 기점으로 트럼프는 줄곧 선두를 달려왔다. ‘미니 슈퍼 화요일’로 불리는 3월15일엔 5개 주가 경선을 치르는데, 이 가운데 플로리다와 오하이오는 승자독식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플로리다 상원의원 마코 루비오와 오하이오 주지사 존 케이식은 자신의 텃밭에서까지 트럼프에게 패한다면 경선에 남아 있을 명분을 잃을 것이다. 그래서 트럼프가 3월15일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굳히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트럼프는 두 지역 여론조사에서 모두 지지율 선두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도대체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들은 누구일까? (3월4일 보도)는 경선에서 트럼프가 압승을 거둔 카운티 4곳을 직접 찾았다. 트럼프를 지지한 유권자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면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동네의 가난하고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실업률이 4.9%라는 정부 발표보다 30%는 되지 않겠느냐는 트럼프의 선동에 가까운 발언에 솔깃할 만한 사람들이다.
공화당 지도부와 공화당 소속 주류 정치인들은 트럼프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를 견제할 만한 가장 유력한 대안이 티파티의 지지를 받으며 당 지도부와는 무척 사이가 좋지 않은 테드 크루즈(사진 오른쪽) 상원의원이라는 사실은 공화당 지도부에 실로 난처한 일이다.
공화당 소속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편견과 차별에 기댄 정치인은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공화당의 정당 이미지를 깎아먹고 있다며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하지만 1999~2003년 공화당의원모임 의장을 지낸 톰 데이비스 전 의원은 공화당 지도부가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고 지적한다. 조지 부시 대통령 재임 동안 두 번의 실패한 전쟁과 금융위기를 경험하면서 미국 동북부 지역의 교육 수준이 높은 온건 보수주의자들이 점점 공화당 지지층에서 이탈했는데, 공화당은 당을 혁신하기보다 티파티와 같이 극단적인 오바마 정부 반대 세력의 지지에 의존해 선거를 치렀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공화당을 위기로 몰고 간 것이 아니라, 공화당이 악수를 거듭한 결과 트럼프가 이만큼 성공을 거뒀다고 데이비스 전 의원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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