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소도시 국유기업 사장인 A씨는 얼마 전 하마터면 ‘골’로 갈 뻔했던 악몽 같은 변고를 치렀다. 누군가 그를 감찰 당국에 부패 혐의로 고발하는 투서를 한 것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시진핑 주석 취임 이후 관료사회에 유례없는 부정부패 척결운동이 시작되면서 난다 긴다 하는 고위 관료들이 부패 혐의로 줄줄이 목이 날아가거나 ‘골방’으로 갔고, 각 지방 검찰 당국은 부패 척결 실적을 올리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해 부패 관료들을 잡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이런 흉흉한 분위기 속에서 누군가의 투서로 검찰 당국에 잡혀가 비밀 조사를 받는다는 건 대부분 불길한 결말을 예고했다.
A씨 역시 어느 날 부패 혐의로 검찰 당국 조사실에 갇혀 3일간 비밀 조사를 받게 되자 자신의 운명을 한 치 앞도 가늠할 수 없었다. 외부와의 모든 연락을 차단한 채 3일 내내 거의 잠을 재우지 않고 ‘실토’만을 요구하는 조사원들 앞에서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다’는 말로 버티는 것 외에는. 하지만 그는 ‘구출’되었다. 그를 구출해준 구세주는 뜻밖에도 검찰 당국 내부의 고위직 관료였다. A씨가 잡혀가자마자 그의 가족이 평소에 ‘인연이 있던’ 검찰 당국 내부의 고위 관료에게 ‘긴급 구호 요청’을 보냈고 결국 그의 힘으로 A씨는 무사히 지옥문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나중에 A씨는 자신이 구출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밥값의 힘’이라고 했다. 평소 검찰 당국 고위 관료들에게 시간 날 때마다 식사를 대접하거나 그들의 회식자리, 심지어 사적인 모임의 밥값까지 성심성의껏 ‘쏜’ 효과가 드디어 결정적인 순간에 빛을 발했다는 것.
A씨의 얘기가 순전히 ‘뻥’만은 아닌 것은 올해 중국 최고 단편 스토리상을 받은 아래 글을 봐도 알 수 있다. 중국에서 ‘밥값의 위력’을 보여주는 내용으로, 중국식 부정부패의 먹이사슬이 얼마나 심오한지 이해할 수 있다. 제목은 ‘나 대신 밥값 좀 내줘’. 요약하자면 이렇다.
B라는 한 여인이 어느 날 오랜만에 동창모임에 갔다. 졸업 뒤 처음 보는 남자 동창들은 대부분 성공해서 기업의 사장이나 파출소 소장인 친구들도 있었다. 그에 반해 자신의 남편은 평범한 월급쟁이였다. 게다가 조만간 다른 중학교에 전학할 아들 녀석을 좋은 학교에 배치받게 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온갖 ‘끈’들을 찾아다니고 있지만 아직 좋은 소식은 없다.
암튼 그날 모임이 대충 끝나갈 무렵 계산서를 달라고 하자 가격이 무려 B의 세 달치 월급에 가까웠다. 그때 파출소 소장인 한 동창이 ‘나에게 맡기라’며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밤 파출소에 매춘 단속 걸린 사람이 있으면 지금 바로 여기로 데려와!”라고 명령하는 것이다. 15분 뒤, 한 중년 남자가 식당에 도착했고 계산서를 보더니 잠시 이마를 찌푸린 뒤 그 역시 누군가에게 전화해 “나 마 교장인데 거 왜 당신 아들 우리 학교로 전학시키고 싶다고 했지? 내가 알아서 배정할 테니 지금 당장 이리로 와서 오늘 우리 밥값 좀 내줘야겠어” 하는 것이다. 20분 뒤, 식당에 도착한 남자는 놀랍게도 B의 남편이었다. 남편 역시 계산서를 보더니 ‘헉’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계산을 하러 계산대로 내려가는 순간 누군가 그의 어깨를 툭 쳐서 돌아보니 아는 조카뻘 아가씨다. 사정을 설명하니 그녀는 당장 휴대전화를 꺼내 또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자기야 난데, 오늘 동창들과 같이 밥 먹었는데 밥값이 좀 많이 나왔어. 자기가 와서 계산 좀 해줘. 안 오면 내가 사무실 앞까지 쫓아갈 테니까 두고 봐!” 하더니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는 것이다. 한편 그녀의 전화를 받은 사람은 그 지역 공안국 국장이었고 그들은 내연관계였으며 B의 남편이 부딪친 조카뻘 아가씨가 바로 그의 ‘얼나이’(첩)였던 것. 전화를 받은 공안국장은 또 바로 한 파출소장에게 전화를 걸어 득달같은 명령을 했다. “지금 내가 중요한 회의 중이라 움직일 수 없어서 그러니 당신이 나 대신 내 손님들 밥값 좀 내줘야겠어. 빨리 가서 먼저 계산부터 하라고!” 그 전화를 받은 파출소장은 다름 아닌 B와 함께 그 자리에 있던 파출소장 동창이었다.
박현숙 베이징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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