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주석 취임 이후, 중국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각계의 크고 작은 부패한 ‘호랑이’들이 잡히고 있다. 그들이 사라지기 전에, 인터넷에서는 그들의 은밀한 사생활과 부패로 긁어모은 재산 규모 등에 관한 온갖 ‘찌라시’가 나돌고 심지어 정치가들의 신상명세가 털리기도 한다. 중국에서 거물급이 낙마할 때 거치는 전형적인 수순이다. ‘잡아들이기 전’에 먼저 비공식 매체 등을 통해 슬슬 연기를 내뿜고 냄새를 피운 다음에 최적의 시기를 선택해서 어느 날 ‘기습적으로’ 그들에 관한 ‘조사’를 발표한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중국 정치계의 최고위급 거물로는 처음으로 당국의 조사를 받게 된 전 정치국 상무위원이자 중앙정법위원회 서기였던 저우융캉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의 체포설은 전 충칭시 당서기 보시라이가 낙마한 뒤부터 줄기차게 흘러나왔지만, 그에 관한 ‘찌라시’가 본격적으로 나돈 건 올해 초부터인 것 같다. 저우융캉의 사돈에 팔촌까지 촘촘히 ‘해먹은’ 기본적인 부패 정보 외에도 그가 총애했던 온갖 ‘여인들’에 대한 세세한 신상까지 휴대전화로 전송되었다. 심지어 죽은 전부인이 당한 의문의 교통사고가 실은 저우융캉이 사주한 것이라는 충격적인 내용도 자세한 정황과 증거까지 제시하며 전송하고 있었다. 그 일로 둘째아들은 “엄마를 죽인 패륜 아버지와 절연”해서 지금까지 연락을 끊고 산다는, 나름 불행한 가정사의 전말도 소개하면서 말이다.
정보기관 뺨치는 그럴듯한 고급정보 수집 능력은 ‘보이지 않는 손’의 개입 없이는 도저히 불가능해 보인다. 그것도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글로벌 소셜 커뮤니케이션을 차단하고 얼마 전에는 테러와 관련된 유언비어 차단 등을 이유(?)로 한국 카카오톡과 라인 등도 강제 차단한 중국에서 말이다. 아무튼 이런 찌라시 정보가 한여름 매미떼처럼 우르르 전송되더니 드디어 얼마 전에 저우융캉이 ‘조사’를 받는다는 당국의 발표가 나왔다. 뒤이어 공식 언론매체에서는 그동안 찌라시 뉴스에서 흘러나온 ‘혐의들’이 그대로 줄줄이 보도됐다. 찌라시 뉴스에서 소개한 그의 ‘여인들’ 중 하나였던 중국 공영방송
저우융캉 조사 발표가 나오기 전에 또 한 명의 거물이 사라졌다. 2010년 서울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열릴 때 ‘아시아를 대표하는 기자’라고 다소 건방지게 자기소개를 하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질문해서 화제가 된
그에 관한 정보는 찌라시에도 나오지 않았던 터라 좀 당황스러웠다. 내막이야 잘 모르겠지만, 루이청강에 관한 찌라시는 그의 조사 발표 이후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는 곧 공식적으로 낙마가 예상되고 있는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의 최측근이자 저우융캉, 보시라이 등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링지화 현 통일전선부장의 부인인 구리핑과 모종의 ‘친밀한 관계’이고 그녀가 관여했던 각종 이권사업에도 연루돼 있다는 것이다.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얼마 전 공식 언론매체들은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구리핑이 모든 공직에서 사임했다는 짤막한 소식을 내보냈다. 찌라시를 봤던 사람들은 그 몇 줄 안 되는 뉴스 속에 숨겨진 은밀한 ‘신호’를 눈치챘을 것이다. 조만간 또 어떤 거물급 호랑이가 잡힐까. 찌라시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박현숙 베이징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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