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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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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이 행복한 취리히


기자가 홈스테이로 들여다 본 도시의 삶… 다니엘 가족이 여유로운 까닭은?
등록 2008-12-19 16:04 수정 2020-05-03 04:25
<font color="#00847C"> 한국은 경제대국으로도 손꼽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들 가운데 최고의 노동시간과 자살률로도 악명 높다. 수도인 서울은 특히 높은 인구밀도와 개발의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기도 하다. 경제 불황의 여파로 도시에서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도시의 삶의 질이 더욱 아쉬워지는 때다.
은 이번호부터 ‘삶의 질’ 평가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대도시 다섯 곳을 찾는다. 우리보다 나은 대도시 삶의 양식은 어떠한지, 그런 삶은 어떻게 가능한지를 탐구하기 위해 기자가 직접 현지 가정에 ‘홈스테이’를 하면서 해당 도시민의 삶의 결을 들여다봤다.
첫 번째 방문지인 스위스 취리히는 매년 세계 대도시의 삶의 질을 비교 평가하는 ‘머서휴먼리소스컨설팅’사가 2007년 최고로 꼽은 도시다. 13위를 차지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38위의 영국 런던, 아시아에서 수위를 차지한 싱가포르(34위)·도쿄(35위)도 찾아간다. 서울은 86위에 그쳤다. 지구촌 시대 다른 대도시의 높은 삶의 질, ‘어떻게’부터 ‘왜’까지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편집자</font>
다니엘이 12월4일 저녁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만들기 놀이를 하며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부모의 짧은 노동시간은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을 늘리는 결과로 나타난다.

다니엘이 12월4일 저녁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만들기 놀이를 하며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부모의 짧은 노동시간은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을 늘리는 결과로 나타난다.

“와, 그리티반츠는 잘돼가고 있어?”

12월5일 금요일 저녁 8시30분. 스위스 취리히의 제바흐 지역에 사는 다니엘 게이트링어(43)가 큰딸 야나(13)와 함께 현관문을 열면서 외쳤다. 집에서 차로 20분쯤 걸리는 아폴턴에서 승마를 하고 온 뒤다. 둘째 티모(11)와 막내 릴리아(7)는 아빠 베아트(46)와 함께 그리티반츠를 구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티반츠는 사람 모양의 빵이다. 다음날인 6일은 스위스 전통 명절 산타클로스 데이다. 스위스에서는 산타클로스가 이날 방문한다. 전날엔 산타에게 줄 선물로 온 가족이 모여 그리티반츠를 굽는다. 우리나라에서 추석 전에 송편을 빚는 것과 비슷하다. 다니엘은 평소와 다름없이 금요일마다 승마를 하느라 조금 늦었다.

다니엘은 세 아이의 엄마이자 직업여성이다. 취리히를 포함해 12개 도시가 속해 있는 취리히주(Canton Zurich) 정부에 소속된 사회복지사다. 다니엘의 표정에는 여유가 넘친다. 세 아이를 키우고 일을 하고 집안일까지 하느라 헉헉대는 느낌이 없다. 월요일과 금요일 이틀은 2시간씩 승마를 한다. “말을 타고 달리면 일주일 동안 쌓인 피로가 확 풀려요. 정신이 맑아지죠. 다음 한 주를 사는 동력이 되고요.” 다니엘이 말했다.

데이케어센터와 근무시간 조정

세 아이를 둔 일하는 엄마. 한국에서는 듣기만 해도 버거운 이 단어가 취리히의 다니엘에게는 어떻게 가벼운 걸까. 우선 학교 안에 있는 데이케어센터가 큰 도움이 된다. 데이케어센터는 두 종류가 있다. 아이들이 점심 시간을 보내는 ‘미탁쇼트’와 아침 7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아이들이 머물 수 있는 ‘타게쇼트’다. 스위스 아이들은 오전 수업이 끝나면 집에 가서 밥을 먹고 온다. 이때 부모가 모두 일해 집에 없거나 집에 가도 먹을 것이 없는 아이들은 미탁쇼트에서 점심 식사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타게쇼트는 수업이 끝난 뒤 오후 5시30분까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사회복지사 선생님과 함께 숙제를 하고 책을 읽거나 게임 등을 한다. 스위스의 모든 초등학교에 설치된 데이케어센터는 시에서 운영한다. 사회복지사들도 취리히 시청에 속해 있는 직원들이다.

집 뒤에 있는 초등학교인 콜베나케에 다니는 릴리아와 티모도 타게쇼트를 이용한다. 릴리아의 학교에는 모두 9개 데이케어센터(미탁쇼트와 타게쇼트 포함)가 운영되고 있다. 전교생 380여 명 가운데 200여 명이 데이케어센터를 이용한다. 한곳에 많은 아이들이 모여 있는 게 아니라 20명 정도씩 나눠서 돌봐진다. 데이케어센터의 가격은 가계 소득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 하루에 10프랑에서 100프랑 사이다. 다니엘 가족은 하루에 60프랑을 낸다.

학교가 가깝다는 점도 엄마·아빠에겐 큰 이득이다. 취리히시는 학교의 접근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거주지와 인구 등을 파악해 어린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는 10분 이내에 갈 수 있는 곳에 짓고 있다. 그래서 면적 4.72㎢의 제바흐에는 초등학교가 5개 있다. 릴리아와 티모가 다니는 콜베나케도 집 바로 뒷골목에 있어서 후다닥 뛰어가면 1분, 걸어가도 2분이면 충분하다. 다니엘은 “학교가 가깝고, 학교 안에 데이케어센터가 있어서 일하는 중에 아이들을 많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여기에 일하는 시간도 조정했다. 다니엘은 월요일에는 6시간, 화요일과 목요일엔 8시간씩 일한다. 스위스의 대부분 회사들은 하루 8시간씩 주 5일 근무를 100% 일하는 것으로 본다. 다니엘은 이 중 55%만 일하는 셈이다. 스위스에서는 근로계약을 할 때 근로 시간을 50~100% 사이에서 조정할 수 있다. 사정에 따라 유연하게 일하는 시간을 정하기 때문에 일자리는 많고, 삶의 질도 높아진다. 다니엘은 티모와 릴리아가 모두 낮 12시에 수업을 마치는 수요일을 일하지 않는 날로 정해 이날 집안일도 하고 아이들 숙제도 봐준다. 대신 6시간만 일하는 월요일과 일하지 않는 금요일에는 취미인 승마를 중요한 스케줄로 잡아뒀다. 다니엘의 이웃 마르쿠스 베만(43·남)도 6살, 8살 난 두 아이와 놀아주기 위해 일주일에 80%만 일한다. 금요일에는 아이들과 갤러리나 박물관 등 전시회에 가거나 지역문화센터에 간다. 이번주 금요일에는 지역문화센터에 가서 크리스마스 때 쓸 촛불을 직접 만드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다니엘을 비롯해 취리히의 학부모들은 이렇게 일하는 시간을 조정하고 시에서 제공하는 데이케어센터의 도움을 받아 일과 여가, 일과 가정생활을 조화롭게 운영한다. 워킹맘인 다니엘의 여유는 이런 다양한 사회적 조건 덕에 만들어진 것이다.

대학 진학률 10~20%, 시험 없는 학교
다니엘 가족이 12월5일 저녁 다음날 먹을 그리티반츠를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맨 위). 초등학교마다 설치된 데이케어센터는 낮 시간 아이들의 보육을 책임진다(가운데). 다니엘의 남편 베아트가 아들 티모와 함께 집 근처 강가를 거닐고 있다. 풍부한 자연환경은 쾌적한 삶을 즐기는 데 필수적이다.

다니엘 가족이 12월5일 저녁 다음날 먹을 그리티반츠를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맨 위). 초등학교마다 설치된 데이케어센터는 낮 시간 아이들의 보육을 책임진다(가운데). 다니엘의 남편 베아트가 아들 티모와 함께 집 근처 강가를 거닐고 있다. 풍부한 자연환경은 쾌적한 삶을 즐기는 데 필수적이다.

아이들도 학교가 끝나면 다양한 취미를 즐긴다. 티모와 릴리아는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수영을 하러 동네 수영장에 간다. 악기도 배운다. 티모는 매주 수요일 기타를 배우고, 김나지움(중·고등학교가 합쳐진 교육과정)에 다니는 야나는 월요일에 피아노를, 금요일에는 승마를 한다. 세 아이는 수업이 없는 토요일에는 다 같이 가라테를 배우러 도장에 간다. 토요일에는 취리히 시청 사회복지과 공무원인 아빠 베아트가 아이들을 도장에 데려다준다. 그러고 나서 베아트는 도장에서 2km 떨어진 곳에 있는 이르헬 공원에서 조깅을 한다. “이르헬대학 캠퍼스에서 뻗어나온 공원이에요. 둘레가 4~5km 정도 되는데 잘 조성돼 있어 달리기에 좋아요.” 베아트의 취미는 여행과 조깅이다.

아이들과 부모가 자유롭게 여가를 보낼 수 있는 것은 교육환경의 덕도 크다. 스위스는 한국처럼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모두가 시험을 통해 경쟁하지는 않는다. 대학 진학률도 10~20% 정도다. 정말 대학 공부가 필요한 아이들만 대학에 간다.

교육제도나 일하는 방식 등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유럽 안에서는 대체로 비슷하다. 그런데 유독 취리히의 삶의 질이 높은 건 왜일까. 베아트는 “편리한 교통, 지역 어디에서나 도심으로의 접근성이 높은 점 등이 취리히의 삶의 질을 높인다”고 말했다. 베아트 가족이 살고 있는 제바흐는 취리히시 북쪽 끝에 해당한다. 오각형 모양에 가까운 취리히시의 오른쪽 끝 모서리다. 시 외곽 공항까지 1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제바흐에서 각종 문화와 쇼핑 공간 등이 집중된 취리히 도심까지는 트램(전차) 한 번이면 족하다. 14번 트램을 타면 21분 만에 중앙역에 도착한다. 이것은 취리히시 어느 권역에서나 마찬가지다. 중앙역을 중심에 두고 방사형으로 13개 트램과 각종 버스, 전철인 에스반이 모세혈관처럼 촘촘하게, 그러나 체계적으로 퍼져 있기 때문이다. 공장 등이 많아 ‘노동자들의 방’이라는 콘셉트를 가진 취리히 서부 지역에서도, 부자들이 주로 산다는 취리히 남쪽 취리히버그 지역에서도 도심까지 가는 데 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베아트는 직장 근처인 도심 베르트 지역에 살다 좀더 싼값에 더 좋은 집을 구하기 위해 외곽 지역인 제바흐로 이사했다. 그는 “취리히도 도심으로 갈수록, 또 강변을 둘러싸고는 집값이 굉장히 비싸요. 부촌과 그렇지 않은 동네의 구분이 분명히 있어요. 그런데 베르트에 사는 것과 이곳 제바흐에 사는 게 크게 다르지 않아요. 그것이 취리히의 장점이죠. 각 지역의 특색은 그대로 있으면서 편리한 대중교통을 줄기로 모든 지역이 원활히 소통된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집 앞 공원, 길 건너 공공 수영장

이런 장점을 취리히시에 사는 거주자들은 충분히 활용한다. 여가 시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도시를 200% 활용한다. 베아트 가족은 한 달에 두 번쯤은 트램을 타고 중앙역에 간다. 중앙역 근처 극장에서 아이들과 영화를 보기 위해서다. 박물관에서 하는 전시 목록을 살펴본 뒤 국립박물관에 가기도 한다. 여름이면 전세계 각지에서 관광객이 몰려드는 강가에서 아이들과 함께 햇볕을 쬐며 수영을 즐긴다.

이 모든 것들은 집 근처에서도 가능하다. 집 근처에는 자연환경이 풍부하다. 베아트의 집에서는 길을 건너 3분 정도 걸어가면 공공 수영장이 나온다. 수영장 옆으로는 6천 평 정도의 잔디밭이 펼쳐져 있다. “여름이면 온 동네 사람들이 수영장으로 나와요. 자연스럽게 이웃들이 누가 있는지 알게 되죠. 그렇지 않으면 사실 이웃과의 교류는 없는 편이고요.” 이 수영장이 지겨울 때면 자전거를 타고 10분쯤 거리에 있는 고양이 호수(Katzensee)에 가기도 한다. 이곳엔 나무가 잘 조성된 숲이 있다. 샌드위치 등을 싸 가서 돗자리를 펴고 수영을 즐긴다. 문화시설도 많다. 제바흐역에서 두 정거장을 가면 있는 외어링콘에서는 각종 전시회와 스포츠 경기 등이 열린다. 외어링콘에는 할렌스타디움이 있어 스위스 테니스 오픈이 매년 4월 이곳에서 열리고 하키 경기도 자주 열린다. 겨울에는 아이스쇼가 펼쳐진다.

12월6일에도 아이들의 가라테가 끝난 뒤 베아트는 중앙역 근처로 가서 티모와 함께 크리스마스 선물을 골랐다. 다니엘과 릴리아와 야나는 팝아티스트 자클레티의 전시를 보러 갔다.

12월14일에는 취리히 도심 1.5km를 달리는 ‘도시 달리기 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취리히 시청은 매년 12월 둘쨋주 일요일마다 도시 달리기 대회를 열어왔다. 가족 단위로 참가할 수 있는 취리히의 전통적인 행사다. 이 대회는 직경 8.7m로 세계에서 가장 큰 시계가 있는 성피터 교회, 샤갈이 죽기 전 선물한 스테인드글라스를 볼 수 있는 프라우뮌스터 교회 등이 있는 리마트강 일대를 한 바퀴 돈다. 베아트 가족은 3년 전부터 이 경주에 참가해왔다. 그동안은 늘 참여하는 데 의의를 뒀지만 이번에는 순위권 안에 들고 싶은 게 베아트의 욕심이다. 12월만 되면 다른 운동은 모두 좋아하면서 유독 달리기만 싫어하는 아이들을 붙잡고 “연습하자”고 조른다. 다니엘은 “취리히 사람들은 여름에는 절대 안 달려요. 여름에는 모두 호수로 풍덩풍덩 빠져들죠. 겨울이 돼야 그나마 달려요”라고 말했다.

12월6일 토요일 저녁에는 50km 떨어진 시골에 사는 할머니가 올라왔다. 베아트 가족은 전날 만든 그리티반츠 등 쿠키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주요 화제는 내년 여름 휴가다. 베아트 가족은 거의 매년 여름에 국외로 여행을 간다. 지난해에는 스페인, 올해는 모로코에 다녀왔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의 요트 여행도 기억에 남는다. 현관에는 베아트 가족이 각 여행지에서 주워온 돌들이 전시돼 있다. 추억의 장소이자 가족 전시관이다. 릴리아가 이번에 모로코에서 주워온 동물 발자국이 찍힌 돌을 가져와 할머니에게 보여준다. “이건 공룡 발자국일지도 몰라요.” 눈을 크게 뜨고 릴리아가 말했다. 그렇게 산타클로스 데이의 밤이 깊어갔다. 베아트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도,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삶을 즐기는 것, 행복하게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인생관은 그가 사는 도시와도 무관하지 않아 보였다. 도시가 제공하는 다양한 갈 곳, 볼 것, 할 것 등의 영향을 받아 그는 한결 풍부한 삶을 살고 있었다.

<table border="0px" cellpadding="0px" cellspacing="0px" width="100%"><tr><td height="22px"></td></tr><tr><td bgcolor="#E7E7E2" style="padding: 4px;"><table border="0px" cellpadding="0px" cellspacing="0px" width="100%" bgcolor="#F7F6F4"><tr><td class="news_text02" style="padding:10px">

낙후지역 개발 정책
<font size="3"><font color="#006699">비싼 집값을 잡아라</font></font>


베아트가 원래 살던 곳은 취리히 도심 한가운데였다. 직장이 있는 베르트 부근에서 살던 그는 11년 전 둘째 티모가 생기면서 기존의 방 세 개짜리 1층 집보다 더 크고 좋은 집이 필요했다. 도심의 집값은 너무 비쌌다. 결국 베르트를 지나는 14번 트램 구간의 외곽에서 찾은 곳이 지금 살고 있는 제바흐다. 당시 집 가격은 90만프랑(11억여원). 지금은 이곳도 가격이 갑절가량 올랐다.
도심의 비싼 집값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취리히시는 어떤 정책을 취할까. 취리히시는 도시 곳곳을 면밀히 살펴 노후하거나 이미지가 나빠져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지역에 사람들이 다시 유입되도록 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도심 한가운데 있는 질강 부근이 대표적이다. 리마트강은 반호프역 앞에 있는 스필츠 광장에서 둘로 갈라지는데, 하나는 리마트강, 다른 하나는 질강이다. 13~14세기부터 리마트강 주변에는 프라우뮌스터 성당, 그로스뮌스터 성당 등 성당이 들어섰고, 17~18세기에는 은행들이 들어서면서 금융·산업·문화의 중심지가 됐다. 쿤스트하우스(취리히 미술관), 오페라하우스, 시청, 시의회 등 도시의 중요한 건물들도 대부분 이 리마트강 주변에 자리잡았다. 반면 질강 주변에는 비교적 싼값에 물건을 살 수 있는 가게들과 값싼 아파트들이 들어섰다. 지나가다 보면 고치거나 보수가 필요한 낡은 집들이 더러 눈에 띈다. 취리히 도시계획국은 이 질강 주변의 노후한 건물들을 정책적으로 보수하고 있다. 이 작업은 그동안 군부대여서 개발되지 못했던 부지의 재개발과 맞물려 진행 중이다. 이 부지에 학교, 은행, 노인을 위한 거주단지 등을 짓고, 나머지 40% 부지에는 개인 사업자들이 짓는 아파트를 조성할 방침이다. 리마트 강변과 맞먹는 주변 환경을 가졌으면서도 비싸지 않은 주거단지로 개발하는 게 목표다. 현재 여러 건축가 등에게 아이디어를 받는 공모가 진행되고 있다.
제반 지역도 마찬가지다. 이곳은 외부에서 취리히로 들어오는 대부분의 차량이 이용하는 고속도로가 지난다. 고속도로 소음으로 이주율이 높은 지역이었다. 취리히시는 또 다른 고속도로를 만듦으로써 소음 문제를 해결했다. 프란츠 에버하드 도시계획국장은 “차량이 줄어들면서 제반 지역의 삶의 질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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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리히(스위스)=글·사진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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