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이라크 최고 항소법원이 지난 12월26일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에게 사형 선고를 내린 1심 법원의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선고 확정 이후 30일 안에 형을 집행해야 한다니, 그의 ‘부고’ 기사라도 준비해야 할 판이다. 그가 실제로 교수형에 처해진다면, 이미 내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이라크 종족 갈등이 더욱 격화할 것이란 건 불을 보듯 뻔하다. 이라크 주민들의 걱정이 또 하나 늘었다.
역사엔 ‘가정’이 없다지만, 그래서 더 자주 ‘만약’을 입에 올리게 된다. 비극이 또 다른 비극으로 이어지는 기막힌 세월은 21세기에도 어김없이 인류사를 장식하고 있다. 지난 12월26일도 그런 역사로 한 줄 남겨질 만하다. 〈AP통신〉은 이날 이라크 주둔 미군 당국의 발표 내용을 따 바그다드 인근에서 벌어진 도로 매설 폭탄 공격으로 25일과 26일 이틀간 각 3명씩 6명의 미군 병사가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이날 바그다드 서부에서 벌어진 잇따른 자동차 폭탄 공격으로 25명이 숨지고 55명이 다쳤다. 사건이 벌어진 곳은 수니파와 시아파가 섞여 사는 지역이었다. 바그다드 중심가에 있는 한 시장에서도 폭탄 공격이 벌어져 적어도 4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쳤다. 또 바그다드 동부 주택가에선 이라크 경찰 순찰대를 겨냥한 도로 매설 폭탄이 터져 4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이라크 북부 유전지대의 심장부인 키르쿠크에선 역시 도로 매설 폭탄이 터지면서 8살 난 어린이를 포함해 3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이로써 2003년 3월 이라크 침공 이래 현지에서 전사한 미군 병사는 2978명에 이르게 됐다. 이는 2001년 9월11일 뉴욕과 워싱턴, 펜실베이니아에서 동시 다발로 감행된 테러 공격으로 숨진 ‘9·11 희생자’를 5명 웃도는 수치다. 전쟁의 원인이 됐던 사건보다, 전쟁 그 자체가 더욱 핏빛이란 사실이 기막히다.
후세인 정권의 대량살상무기 폐기와 중동 민주화로 요약되는 이라크 침공의 명분은 ‘테러와의 전쟁’을 그 전초기지에서 수행한다는 전략에서 나온 것이다. “여기서 싸우지 않으면 미 본토에서 싸워야 한다”거나, “적이 우리를 공격하기 전에 적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게 ‘포스트 9·11 시대’ 미 군사전략의 핵심 중 하나다. ‘임박한 위협’에 대한 ‘선제 공격’이요, ‘예방 전쟁’이란 게다. 그리고 그 ‘전략적 오판’의 폐해는 테러와의 ‘장기전’이 시작된 지 5년째를 맞게 되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해졌다.
24명의 이라크 민간인이 희생된 ‘하디사 학살 사건’에 연루된 미 해병 8명에 대한 선고 공판이 열린 지난 12월22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이 이라크에 쏟아부은 인적·물적 투자는 분명 가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에게 직접 묻고 싶다. “마담 세크러터리,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아직도?”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트럼프 “북한 핵보유국” 발언 김정은에 협상 신호…한국 당혹
장경태, 석동현 배후설 제기…“서부지법 폭동 사전 모의 가능성”
명태균 “검사가 황금폰 폐기하라 시켜”…공수처 고발 검토
임종석 “이재명만 바라보는 민주당, 국민 신뢰 얻을 수 있나”
[속보] 최상목, 방송법 개정안 등 거부권…대행 이후 6개째
선관위, 권영세 극우 유튜버 설 선물에 “선거법 위반 소지있어”
권성동 “유튜버도 대안언론” 서부지법 폭동 가담자 감싸기
이란 가수, 신성 모독 혐의로 사형 선고…항소 가능
헌재, 윤석열 출석 앞두고 “동선 비공개”…윤 쪽 증인 24명 무더기 신청
“윤석열, 21일부터 헌재 모든 변론기일 출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