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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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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의 2%

등록 2006-12-01 00:00 수정 2020-05-03 04:24

▣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이슬람권’ 하면 중동과 북아프리카, 그리고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 일부 동남아 국가를 떠올린다. 하지만 동부 수단에서 서부 나이지리아까지 중북부 아프리카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슬람은 압도적 종교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이를테면 이집트에서 아라비아반도를 곁에 두고 홍해를 거슬러 내려오면 만나게 되는 소말리아에선 이슬람 반군 진영이 정권을 장악하고 있다. 기독교 국가로 알려진 케냐도 전체 인구의 10%가량은 무슬림이다. 특히 최대 항구도시인 몸바사를 중심으로 한 동부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최근 이슬람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면서, 일부 도시에선 무슬림 인구가 전체의 과반에 육박하기도 한다. 아프리카 최남단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무슬림 인구를 만날 수 있다.
4700여만 인구에 공용어만 11개에 이르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다양성의 나라다. 줄루·코사·쓰와지·소토·쏭가·벤다·아프리카너·코이 등 인종과 종족별로 수많은 분화가 이뤄져 있다. 기독교 계열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남아공 전체 인구의 2% 남짓은 무슬림들이다. 이들 대부분은 말레이계(약 45%)나 인도계(약 45%)다.
북아프리카 여러 나라와 달리 남아공의 무슬림 인구는 아랍 무역상이나 오토만 제국의 군대를 따라 남하한 게 아니다. 네덜란드의 식민통치를 받던 말레이-인도네시아 제도에서 17세기 중반부터 강제로 끌려온 이들과 18세기 초반 노예제도 폐지 이후 값싼 노동력 확보를 위해 영국 식민당국이 끌어들인 인도 출신 이주노동자들이 그 뿌리다.
1798년 사상 첫 이슬람 사원인 ‘아왈 모스크’가 보캅 지역에 세워진 이래 남아공 이슬람은 발전을 거듭해 현재 100만에 육박하는 무슬림 인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람 사원도 500여 곳으로 늘었고, 아랍어와 이슬람 전통 문화를 가르치는 대학을 포함한 각급 학교 400여 곳이 운영되고 있다.
악명 높은 ‘아파르트헤이트’ 시절 무슬림들은 다른 ‘유색인종’들과 마찬가지로 온갖 차별에 시달려야 했다. 무슬림 진영 일부가 저항에 가담한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백인 정권이 이슬람을 직접 겨냥해 탄압하지는 않았다. 체제에 근본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본 탓이리라. 하지만 9·11 동시테러 이후 전세계적으로 불어닥친 ‘이슬람공포증’은 남아공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무슬림과 이슬람 기관을 겨냥한 ‘테러방지법’이 마련된 것도 여느 나라와 다를 바가 없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비교적 최근까지도 남아공에선 기독교식 결혼식만 합법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이다. 무슬림들이 이슬람식으로 혼례를 치를 경우, 공무원의 입회 아래 치러져야만 그 효력을 인정했단다. 이슬람의 일부다처제 전통 때문이라는데, 이 법률은 1987년에야 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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