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결국 일은 벌어졌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대통령이 이끄는 파타당이 민주선거를 통해 집권한 하마스 정부를 향해 마침내 ‘쿠데타’에 나섰다. 가자시티의 거리에 애꿎은 젊은 피가 뿌려졌고, ‘내전’이란 치명적 낱말이 팔레스타인 땅을 옥죄기 시작한다.
쿠데타의 총성을 울린 건 아바스 대통령 자신이다. 그는 지난 12월16일 요르단강 서안지역 라말라의 자치정부 청사에서 한 정책연설에서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자치정부 대통령 선거와 총선을 가능한 한 이른 시일 안에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자치정부 헌법조문 어디를 뒤져봐도 그에게 조기 총선을 요구할 권한은 없다. 하마스 출신 이스마일 하니야 총리가 이를 ‘쿠데타’로 규정하고 즉각 거부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아바스 대통령의 연설 이튿날인 12월17일 가자지구에선 파타와 하마스로 갈린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이 총격전을 벌여 2명이 숨졌다. 또 12월19일엔 파타-하마스 무장요원 간 충돌로 1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치는 등 이날 하루에만 양쪽의 무력충돌로 적어도 6명이 숨지고 10여 명이 다쳤다고 <afp>은 전했다. 팔레스타인 언론인 하산 아부 니마는 12월20일 인터넷 매체 에 올린 기고문에서 “지난 며칠 새 나타난 유혈사태는 아바스 대통령이 조기 선거를 강행할 경우 불어닥칠 위험천만한 일들의 끔찍한 전조”라고 지적했다.
야세르 아라파트의 죽음 이후 ‘국제사회’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2005년 1월 대선에서 전권을 손에 쥔 아바스 대통령은 이후 1년여 동안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다. 이스라엘의 무력공세와 팔레스타인 땅 강점은 계속됐고, 분리장벽 건설도 막을 수 없었다. 80%가 넘는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해 하마스에게 몰표를 던진 것도 이 때문이다.
아바스 대통령의 조기총선 주장이 나온 다음날,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선 팔레스타인인민해방전선(PFLP) 등 10개 정파 대표들이 이에 반대하는 성명을 내놓고, 거국내각 구성을 위한 협상에 적극 나설 것을 아바스 대통령에게 촉구했다. 반면 하마스의 선거 승리 이후 팔레스타인에 대한 경제지원을 끊었던 미국과 영국 등은 “조기 선거가 폭력사태를 끝내고 ‘국제사회’의 요구에 맞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구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환영했다. 이스라엘도 (협상을 원하는) 아바스 대통령이 “자치정부에서 모든 권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거들었다. 위기는 때로 ‘내 편’과 ‘네 편’을 가리는 분기점이 되고, 역사는 모질도록 이를 잊지 않는다.</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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