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에게 ‘풍운아’라는 호칭은 듣기에 썩 좋은 단어는 아닙니다. 그것은 그 선수의 선수 생활에 범상치 않은 굴곡이 있었음을 말해주기도 합니다. 한국 스포츠에도 각 종목을 대표하는 풍운아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대부분 선수 생활의 정점을 찍어본, 저마다의 전성기가 있었습니다. 정점에서 얻은 인기와 선수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얻게 된 발언권 때문에 구단과 마찰이 생기거나 자기 관리에 실패했거나, 더 높은 곳으로 진출을 꿈꾸다 좌절된 선수들입니다.
여기 롯데 자이언츠의 김대우라는 이상한 풍운아가 있습니다. 프로에서의 성적은 참혹합니다. 투수로 나온 2009년에는 단 한 게임에 출전해 1과 3분의 2이닝을 던지는 동안 포볼 6개와 안타 3개를 얻어맞았습니다. 데뷔전 1회에서는 한국 프로야구 기록인 5타자 연속 볼넷이라는 참담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해 그의 방어율은 ‘27.0’입니다. 그리고 이 선수는 2012년에 타자가 되어 나타났습니다. 7타석에서 삼진만 4개를 당했습니다. 지난해 그의 타율은 ‘0’입니다.
사실 기록으로만 보면 ‘풍운아’라는 말도 거창해 보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 사나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10년 전에 고교야구를 평정했던 그의 눈부신 전성기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대우는 최고의 고교 투수였으며, 스카우트 대상 0순위의 슈퍼스타였습니다. 당시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이 그를 유혹했고, 그는 자신을 지명한 롯데 자이언츠로의 입단을 거부하며 ‘2년 뒤 해외 진출’이라는 조건으로 고려대에 진학했습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진출이 좌절되자 대학을 중퇴하고 군대를 다녀온 뒤 대만 리그로 우회했지만 이렇다 할 성적 없이 야구 미아가 돼버립니다. 길고 먼 길을 돌아 2008년에야 다시 롯데 자이언츠로 입단했습니다. 한계를 절감한 투수 김대우는 다시 한번 인생의 변화를 꾀합니다. 2011년, 모든 미련을 접은 채 글러브를 벗고 방망이를 집어들며 10년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타자로의 변신을 선언한 겁니다. 기회는 왔습니다. 일찍이 이대호가 떠났고, 지난겨울 팀의 4번 타자였던 홍성흔도, 부동의 외야수였던 김주찬도 자유계약선수(FA) 계약으로 팀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LG에서 쫓겨난 박병호를 지난해 리그 MVP로 길러낸 김시진 감독과 박흥식 타격코치가 넥센에서 새로 부임해왔습니다. 박흥식 코치는 타고난 파워와 유연성을 가진 김대우를 올해 팀의 4번 타자감이라며 집중 조련하고 있습니다.
청운지지(靑雲之志). 김대우의 미니홈페이지 프로필에 그가 써넣은 말입니다. 더 높은 곳을 향한 꿈. 지금까지 김대우의 잘못이라면 그의 꿈이 너무 컸다는 것밖에 없습니다. 그가 다른 풍운아들과 다른 점은, 여러 굴곡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끝까지 살아남아 포기하지 않고 도전과 변신을 시도했다는 것입니다. 나이 서른 김대우.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
사직아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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