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은 뜨거웠습니다. 신생팀 NC 다이노스가 알짜 선수들을 사들여 경쟁력 있는 전력을 구축한 반면, 롯데 자이언츠는 1번 타자와 4번 타자가 다른 팀으로 이동해버리는 치명타를 맞았습니다. 구단과 선수 본인들이야 철저히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하겠지만, 이맘때면 항상 정들었던 선수와 갑작스러운 이별을 통보받아야 하는 팬들은 마음이 돌아선 연인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주저앉아버리는 허망함을 견뎌내야 합니다.
시장의 수요와 리그의 규모를 고려했을 때, 또 가장 자본주의적인 스포츠라는 야구라는 종목의 특성상 더 많은 돈을 주는 다른 팀으로의 선수 이동은 당연한 일입니다. 선수들의 이동으로 팀 간 전력 균형이 맞춰져 좀더 재미있는 리그가 만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다만 각각 30개 팀과 12개 팀이 2개의 리그로 나누어 경기를 치르는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고작 8개 팀이 단일리그로 시즌을 치르는 한국 야구에서 핵심 선수의 다른 팀 이적은 왠지 낯선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프로야구 선수들은 그 무엇 이전에 한 명의 직업인이며, 법적 지위는 엄연히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있습니다. 개인사업자가 이윤을 좇아 움직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며, 우리 중 누구라도 그 처지가 되었을 때 수억원을 포기하고 기존 소속팀과의 의리를 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한국 프로야구가 매년 대형 FA가 성사되고 정든 선수들이 하루아침에 다른 팀의 유니폼을 입으며 메이저리그를 닮아가는 것이, 야구팬 처지에서는 한국 프로야구만의 매력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단일리그인 한국 프로야구는 8개 팀 모두가 라이벌입니다. 8개 팀의 경기에는 오랜 시간을 거쳐 쌓여온 역사가 있고, 그 역사를 만들어온 선수들이 있고, 선수들과 함께 한을 쌓아온 팬들이 있습니다. 우리 팀의 우리 선수와 함께 환호하고 절망했던 추억이 생생하고, 언젠가 저 선수와 함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을 상상하는 것은 모든 야구팬이 그려보는 꿈입니다. 같은 두께의 아픔과 추억이 쌓인 선수와 함께 맞이하는 우승의 순간은 얼마나 짜릿할까요. 저는 롯데 자이언츠의 팬이지만, 한국의 야구 국가대표 모두를 스카우트해서 롯데 자이언츠의 유니폼을 입혀서 해내는 우승은 저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돈으로 우승을 살 수는 있겠지만 팬들과 선수가 만들어온 추억을 살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안타를 치고 도루를 한 김주찬을 2루에 두고 4번 타자 홍성흔의 끝내기 안타로 롯데 자이언츠의 우승이 확정되며 지난 20년의 한을 풀어버리는 그 순간은 이제 영원히 없을 팬들의 환상으로만 남았습니다. 그러니까, 이 글은 김주찬과 홍성흔을 사랑했던 롯데 자이언츠 팬의 푸념으로 써나간 글입니다. 참 정 떼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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