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지구력 끝내주는 장거리 주자라면, 바통을 이어받은 봄은 우사인 볼트만큼이나 빠른 단거리 주자다. 따뜻한 햇볕에 마음이 간질간질해져 사랑을 시작하고 싶어졌다면 서둘러야겠다. 그래서 달콤한 미소의 치어리더 같은, 사랑에 빠진 이들이 나오는 영화 속 스포츠 장면들을 소개한다. 주로 여자는 도발하거나 격려하고, 남자는 성장한다.
영화 <더 리더>의 한 장면
테니스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은퇴 경기를 하려고 윔블던대회에 온 만년 하위권 선수 피터 콜트. 음료수 캔을 맞히며 혼자 연습을 하는데, 어딘가에서 날아온 공이 캔을 맞힌다. ‘승리의 여신’, 신예 스타 리지 브래드버리다.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눈 뒤, 리지가 도발한다. “두 개 맞히면 10달러 줄게요.” 왕년 세계 랭킹 11위답게, 피터가 성공해 보임으로써 자존심을 세운다. 그러나 강도가 더 세지는 리지의 도발. “생각보다 잘하네요. 저걸 맞히면 같이 자줄게요.” 당황해서 이야기 나누던 심판을 맞히는 피터. “안 됐네요. 연습 좀더 해야겠어요.” 도도하게 나가버리는 리지. 그리고 어떻게 됐느냐고? 해피엔딩: 갑작스러운 주목과 예상치 못한 실패에도 불구하고, 결국 경기장에서 키스를 나누고, 시간이 흘러서는 둘의 아이와 함께 테니스를 친다. -
핸드볼 수업을 빼먹고 한걸음에 달려온 15살 소년은 30대 중반의 여인과 사랑을 나눈다. 나른하게 침대에 누워, 여인은 소년에게 학교에서 독일어 시간에 배우는 책을 읽어달라고 한다. 독일 작가 레싱의 희곡 를 읽으려다가 소년은 머뭇거린다. “별로 잘 못할 텐데….” 그러나 책을 읽은 뒤 욕조 안에 마주 앉은 여인은 소년에게 묻는다. “사실 너 잘하지?” “뭘요?” “책 읽는 거 말이야.” 소년이 어렴풋이 웃는다. “왜 웃지?” “한 번도 뭘 잘한다고 생각해본 적 없었거든요.” 다음 장면: 체육 시간, 핸드볼 경기를 하는 반바지 입은 소년들 사이에서 마이클은 단연 돋보인다. 연속해서 두 골을 넣고 거침없이 환호한다. 벤치에 앉아 박수를 치던 소년들 중 누군가는 그가 갑자기 훌륭한 선수가 된 이유에 대해 많이 궁금했을 것이다. 그게 누군가의 한마디 때문이리라고는 짐작도 못했겠지만. -
야구 여자는 사과를 깎으며 무심하게 묻는다. “그냥 1루에서 3루로 바로 뛰면 안 되나?” “(3루수가) 저렇게 날아오는 공을 잡아서 (홈으로 송구하지 않고) 관중석으로 던지면 어떻게 돼요?” 야구선수 스토커라는 여자의 질문치고는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런 여자를 쳐다보는 왕년의 강속구 투수, 이젠 외야수인 동치성의 눈빛에도 그렇게 써 있다. 이 둔한 남자가 이 맹한 여자를 사랑할 수 있을까? 동치성의 대답: 다시 투수로 돌아와 마운드에 선 중요한 순간, 그는 타자가 친 공을 멋지게 잡아놓고 멀리 관중석으로 던진다. -
김지현 시나리오작가 지망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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