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주민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인권 OTL-숨은 인권 찾기16]
창원지방법원은 8월20일 경남진보연합 이아무개씨 등 88명이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집회’에 참석하려다 경찰에 의해 상경 자체가 저지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이들에게 1인당 1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 7월 제주도농민회가 같은 이유로 낸 소송에서 나온 판결과 같은 결과다. 이는 그동안 경찰의 상경 저지를 적법하다고 판단했던 판결들을 뒤집은 것이다.
범죄 예방은 경찰의 중요한 기능이다. 이를 위해 법은 경찰에게 범죄를 행하려는 자의 행위를 사전에 제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그런데 어떤 기준으로 그리고 언제부터 사람의 행위를 사전에 제한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도둑을 예로 들어보자. 어떤 사람이 도둑질을 하려고 마음먹었는지가 오로지 경찰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되고, 또 그 사람이 도둑질을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판단된 순간부터 집 밖으로 나가거나 이동하는 것이 제한된다면 어떻겠는가.
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에서는 경찰이 ‘범죄예언기’를 사용해 ‘범죄 예정자’를 잡는다. 과연 언제부터 경찰력이 사람의 행동을 제지할 수 있는가의 문제를 다룬 영화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인간의 자유에 대한 경찰력의 개입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게 이 영화가 말하려는 진리일 것이다.
다행히도 이러한 진리는 경찰관직무집행법에 이미 반영돼 있다. 경찰관직무집행법은 경찰이 아무 때나 인간의 행위를 제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범죄행위가 목전에 행하여지려 하고 있다고 인정될 때”에만 그 행위를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창원지방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400여km나 떨어진 곳에서 상경하려 했다는 행위만으론 범죄행위가 목전에서 행하여지려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혀, 경찰관직무집행법의 원칙에 따른 판단을 내렸다. 그리고 더 나아가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은 마땅히 보장되어야 하기에 경찰이 단지 효율적이고 필요한 상황이라는 판단하에 상경을 차단한 것은 경찰권 행사의 한계를 벗어나 위법하다”고 강조했다.
집회나 시위는 위에서 예를 든 도둑질과 달리 헌법이 중요한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경찰이 사람의 행위를 제지하는 데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원칙은 집회나 시위에서는 다른 범죄행위에서보다 더 엄격히 적용돼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상경 저지는 이러한 신중함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고 오히려 통제의 효율성만 강조됐다. 그러다 보니 상경하려는 농민의 집 앞을 차로 막거나 톨게이트를 막고 이륙하려는 비행기를 멈추게 하는 등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행위들이 벌어졌다.
경찰권은 국민에게 일방적으로 명령하고 강제하는, 권력적이며 침해적인 본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찰권의 발동과 행사는 반드시 법률에 그 근거가 있어야 하며 이를 적용할 때도 엄격한 해석이 요구된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자의적인, 그리고 현실적 편리함만을 내세운 경찰력의 집행이 국민 행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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