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브 ‘강유미 yumi kang 좋아서 하는 채널' 갈무리.
기혼 여성은 어쩌다 여성들에게도 혐오의 표적이 되었나. 기혼 여성의 삶은 조남주의 소설 ‘82년생 김지영’(2016) 때 성차별을 고발하는 표상이었지만 최근 강유미의 ‘중년 남미새(남자에 미친 새×)’ 영상을 기점으로 성차별에 일조하는 대상으로 부상했다.
강유미가 연기한 중년 남미새는 남자친구가 아니라 아들에게 미쳐 있다. 그래서 “요즘은 남자애들이 여자애들 눈치 더 많이 보잖아”라거나 “여자애들은 예민하잖아”라며 여성혐오에 일조한다. 그런데 이 ‘중년 남미새’ 영상은 여초 커뮤니티를 포함한 여성계를 중심으로 몇 년 동안 쌓여온 ‘기혼녀’에 대한 혐오를 강유미식으로 포착한 것이다. 이 맥락에서 봐야 그냥 심한 풍자가 아니라 명분을 빌미로 한 혐오 문화임을 알 수 있다.
‘중년 남미새’의 계보를 살펴보자. ‘아줌마-명예남성-맘충-명자/흉자*-기혼녀/중년 남미새’. ‘아줌마’나 ‘맘충’과 달리, ‘명예남성-명자/흉자-기혼녀/중년 남미새’는 비판의 주체가 여성이다. 1990년대 페미니즘 담론에서 ‘명예남성’은 ‘명예백인’을 차용해 특히 공적 분야에서 남성으로 인정받은 여성을 뜻했다. 그리고 2010년대 중반 대중 여성운동의 확산 국면에서 ‘명자/흉자’는 기존 가부장 사회의 관념을 고수하는 여성으로 그 비판의 대상을 확대했다. 그리고 지금 ‘기혼녀/중년 남미새’는 다시 그 비판의 대상을 결혼한 여성으로 특정했는데, 비혼 여성들의 배신자나 적으로서 그렇다.
여성계에서는 자성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기혼 여성과 관련한 혐오 세계관이 촘촘히 형성돼왔다. 기혼녀를 부정적으로 특징화한 용어 목록, 기혼녀를 세분화해 전업주부나 특정 연도 출생의 여성 등을 특징화하는 것이 그렇다. 이는 최소 2019년부터 누적돼 결국 ‘중년 남미새’ 콘텐츠를 기점으로 방송사나 언론사를 통해 표면화됐다. 대중적 분위기는 이미 조성돼 있었다. 일상툰을 그리던 여성 작가가 수능·대학·독립이 아닌 육아를 다루는 순간 보이콧에 직면했던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2010년대 후반에는 비혼 여성들도 기혼 여성의 현실에 공감했다. ‘82년생 김지영’처럼 기혼 여성의 현실을 담은 작품들은 ‘독박육아·가사’를 의제화했고, 육아휴직이나 급여 등 개선이 있었다. 반면 비혼 여성들에게는 아무것도 없었다. 여초 커뮤니티에서 거론하는 기혼녀의 ‘민폐’는 이 간극에서 생긴다. 육아휴직의 공백을 비혼 여성이 떠맡는데다, 비혼 여성도 ‘언제든 책임감 없이 떠날 존재’라는 인식을 강화한다는 것. 이는 ‘아이 낳을 권리’만 보장하고 ‘아이 낳지 않을 권리’는 적극적으로 배제하는 정부의 ‘갈라치기’가 혐오화한 것이다.
‘중년 남미새’ 영상 댓글에서 여성 청소년들이 같은 반 남학생들의 ‘엔(n)번방’이나 딥페이크 같은 성폭력에 시달린다고 호소 중이다. 아들의 성인지 감수성을 훈육해달라는 호소다. 동시에 이 정치적 문제를 ‘기혼녀’나 ‘아들맘’이라는 혐오 밈을 통해 모든 책임을 여성 양육자에게 전가하려는 시도가 있다. ‘중년 남미새’로 집약되는 분노는 행동을 지적하는 죄책감이 아닌 정체성 자체를 낙인찍는 수치심을 부과한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페미니즘 구호는 ‘여성 개인의 품행을 검열하는 것이 유일하게 남은 정치적 행위다’라는 뜻으로 축소돼간다. ‘남미새’ ‘기혼녀’ ‘아들맘’이라며 여성 개인을 조롱으로 계도하려는 시도가 페미니즘이라는 명분으로 정당화된다. 정치가 여성을 남성의 애인이나 아내, 어머니일 때만 조건부 시민으로 취급하는 현실이 여성 간 혐오 문화를 부추기고 있다.
*명자는 ‘명예 자지’, 흉자는 ‘흉한 자지’의 준말. 2010년대 중반 페미니즘 운동에 선 긋는 여성 전반을 비판하거나 비난할 때 쓰였다.
도우리 작가·‘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저자
*모두가 단일하게 매력적이기를 기대받고 또 기대하는 시대, 매력의 재발명을 고민하는 칼럼입니다. 3주마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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