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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남성들의 뼈 때리는 외모 강박, ‘룩스맥싱’

자해적 방식 마다하지 않는 현상 서구권 확산… 외모 숭배의 정치 이데올로기화 경계해야
등록 2026-04-23 21:52 수정 2026-04-30 18:07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룩스맥싱’(looksmaxxing) 관련 사진·영상 콘텐츠들. 인스타그램 갈무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룩스맥싱’(looksmaxxing) 관련 사진·영상 콘텐츠들. 인스타그램 갈무리


 

지금 서구권 중심의 1020 남성들은 스스로 턱을 가격하고, 그 모습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증하고, 자발적으로 잔인한 외모 평가를 부탁하고 있다. 새로운 외모 관리 문화인 ‘룩스맥싱’(looksmaxxing)의 부상 때문이다. 룩스맥싱은 외모(looks)를 최대화한다(maxxing)는 뜻이다.

룩스맥싱은 남성들이 단순히 몸단장과 외모 관리를 하는 그루밍 이상으로 체계적이다. 먼저 자신의 이마나 동공, 인중 사이의 거리와 비율을 측정한 뒤, 룩스맥싱의 카테고리를 정해 엄격한 루틴을 실천한다. 턱선을 강하게 발달시키려는 실천의 스펙트럼만 해도 촘촘하다. 혀를 입천장에 붙이는 단련인 ‘뮤잉’(mewing), 움푹 파인 뺨을 위해 음식을 절제하는 ‘스타브맥싱’(starvemaxxing), 턱뼈를 주먹이나 마사지건 심지어 망치로 치는 ‘본 스매싱’(bone smashing)까지.

하지만 의학적 근거가 없다. 예를 들어 본 스매싱 효과의 논리는 ‘뼈조직에 힘을 가하면 골세포가 골모세포라는 다른 세포에 신호를 보내 뼈를 성장시킨다’는 식인데, 되레 몸을 해칠 위험이 크다. 룩스맥싱 지지자들도 몇몇 극단적 관리법은 어그로나 일부의 사례라고 말한다.

룩스맥싱의 목적은 외적 계급을 ‘어센딩’(Ascending·상승)해 다른 남자를 외모로 압도하는 ‘모깅’(Mogging)이다. 언뜻 은어만 추가된 외모 향상을 뜻하는 것 같지만, 이는 여성혐오를 기반으로 한 ‘인셀(Incel·비자발적 독신주의자) 커뮤니티’와 전통 우파조차 조롱하는 정치혐오에 기반한다.

최근 룩스맥싱을 주도하는 인플루언서 ‘클라비큘러’(Clavicular)가 한 우파 토크쇼에서 한 발언으로 미국 사회가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차기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인 제이디 밴스 부통령이 아닌, 민주당의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에게 투표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이유는 이랬다. “밴스는 ‘서브 휴먼’(sub human·열등 인간)이고, 뉴섬은 그를 ‘모깅’ 하니까.” 스스로 친트럼프라고 밝혔던 클라비큘러가 기존 정치를 무시하는 외모 이데올로기를 우선한 것이다.

클라비큘러의 본명은 브레이든 피터스로, 14살 때부터 스테로이드를 맞았다. 클라비큘러는 쇄골(clavicle)을 뜻하는데, 직접 밝힌 19.5인치 너비는 그의 ‘스펙’ 일부다. 그는 “학자금 대출을 받을 돈으로 성형수술을 받는 게 낫다”며 외모가 학위보다 빨리 성공을 열어준다고 했다. 체포됐다가 풀려난 뒤 “얼굴이 형사 판결을 좌우할 수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렇게 성적 시장가치를 높이는 것이 섹스뿐 아니라 대학 졸업이나 노력을 통한 ‘임금 노예’(wagecuck)의 삶, 심지어 정파나 사법 체계에서까지 자유로울 수 있는 ‘치트키’라는 믿음을 퍼뜨리는 것이 룩스맥싱 문화의 핵심이다. 지난 칼럼에서 다룬 ‘상향혼 브이로그’ 콘텐츠에서 외모 관리를 통해 삶의 불안을 극복할 수 있다는 세계관은 여성들에게도 확산 중인데, 남성들도 마찬가지인 셈이다.(제1605호 참조)

세계적으로 외모는 새로운 정치적 전장이 됐다. 세계의 정치권은 이 새로운 외모 숭배 문화에 담긴 정치적 요구를 잘 해석해야만 한다. 나치의 우생학이 인종주의와 결합해 홀로코스트를 낳은 뼈아픈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김영삼 국민의힘 대전시의원이 ‘키 작은 학생의 자존감을 높여준다’는 취지로 2023년 발의한 ‘학생 키 성장 지원 조례’나 2025년 12월 이재명 대통령이 탈모를 ‘생존’으로 프레이밍하며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한 주문도 심상치 않은 시선으로 봐야 하는 까닭이다.

 

도우리 작가·‘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저자

 

*모두가 단일하게 매력적이기를 기대받고 또 기대하는 시대, 매력의 재발명을 고민하는 칼럼입니다. 3주마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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